[Z인터뷰] ‘더 패키지’ 이연희 “선물 같은 작품, 운명처럼 만났다”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운명처럼 작품을 만났어요”
50부작 드라마 ‘화정’을 마치고 지치고 힘들었던 이연희가 JTBC 드라마 ‘더 패키지’를 만났다. 프랑스를 너무 좋아했기에, 그리고 여행 가이드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기에 이연희는 작품을 받아 들였다.
‘더패키지’는 각기 다른 이유로 여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서로 관여하고 싶지 않아도 관계를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소통의 여정을 그린 드라마다.
극중 이연희는 프랑스 패키지 여행을 이끄는 가이드 윤소소 역을 맡아, 유창하게 프랑스어를 소화하며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니스뉴스와 이연희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 패키지’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이연희는 ‘더 패키지’를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로 말문을 열었다.
“50부작 ‘화정’을 마치고 너무 힘들고 지쳤어요. 직업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요. 마냥 운이 좋아서 배우가 된 것 같다는 생각, 내가 재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어요. 회사에도 ‘저 당분간 쉴게요’라고 말했었죠. 그런 와중에 대표님이 ‘이건 너한테 안 줄 수가 없다’고 하면서 ‘더 패키지’ 대본을 주셨어요. 회사에서 제가 프랑스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거든요. 사전제작으로 하고 80%를 프랑스에서 로케로 촬영한다는 거예요. 저한테는 너무 힐링이 될 수 있는 작품일 것 같아서 하게 됐죠”
이연희는 그 어느 때보다 작품을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다. 프랑스 여행을 다니면서 알게 된 가이드 지인에게 자문을 구했고, 불어 또한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남몰래 ‘더 패키지’ 같은 드라마를 그려왔던 이연희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라고 표현했다.
“26살 때부터 이런 드라마를 꿈꾸며 기도했어요. 그리고 드라마를 하게 됐을 때, 제가 아는 가이드 오빠에게 이 드라마에 대해 말했죠. 그런데 가이드 오빠가 얼마 전에 저희 작가님을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작가님이 지인 오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는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인연이!’라며 소름 끼쳤어요. 해외로케로 촬영을 하는 거라 캐스팅이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아 이 역할엔 이 사람이구나’ 싶은 분들이 됐고,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지난 ‘2001년 제2회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연희는 2004년 KBS2 드라마 '해신'에서 수애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후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이연희는 중간 중간 연기력 논란으로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선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제가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웠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도 '내게 대본이 들어오고 찾아주는 분들이 있다는 건 내가 전혀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닌가 보다' 했죠. 그렇게 저와 함께 작품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감사함을 조금씩 알게 되니까 ‘내가 정말 노력해봤나’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이전엔 해외 작품을 많이 봤는데 한국 드라마를 몰아보기 시작했고, 저의 문제점들을 생각해봤어요. 그간 그냥 주어진 걸 보고 달리기만 바빴는데 저도 '뭔가 더 노력을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더 패키지’를 만나 감사하게 할 수 있었어요”
이연희가 연기한 윤소소는 슈퍼맨처럼 척척 문제를 해결하고, 관광객들을 돕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물이었다. 산마루(정용화 분), 오갑수(정규수 분) 등의 진상에도 꿋꿋이 가이드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었다.
“제가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가이드님들 대부분이 그랬어요. 화를 낼 수도 없었고, 화를 내지 않아요. 가이드 지인분들께 물어봤는데 어떻게든 해결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가이드분들을 아니까 더 자신도 있었고, 그분들께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나중에 드라마를 봤냐고 물었더니 ‘이 직업을 이렇게 멋있게 잘 표현해줘서 고맙다’고 얘길 하더라고요.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느꼈어요. 가이드에 대한 열정, 애정이 보였다고 하는데 너무 뿌듯했어요”
산마루 역의 정용화와의 호흡도 훌륭했다. 자유분방한 사고뭉치 산마루와 차분한 윤소소의 묘한 케미스트리는 극의 재미를 이끌었고,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두 사람의 멜로 또한 관전 포인트였다.
“주변에서 저희에게 거는 기대가 컸어요. 저희가 잘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할 것 같았어요. 촬영이 끝나면 할 게 없으니까 배우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많이 떨었어요. 현장은 너무 정신 없는데, 저희끼리 모여서 대화로 풀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각 커플 별로 호흡에 대해 연구하고 준비를 많이 했어요. 또 그런 게 커플끼리 은근 경쟁도 되더라고요(웃음). 다른 커플이 돈독하면 부럽기도 하고요. 그런 점들을 보면서 시너지가 생긴 것 같아요”
비록 ‘대박이다’라고 표현할 만큼의 흥행을 이끌진 못했으나 작품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이연희는 “워낙 스태프, 편집이 훌륭해 완성도가 높고 OST도 좋았다”며 끊임 없이 ‘더 패키지’를 칭찬하며 애정을 표했다.
“많이들 저희 드라마를 좋아해주셨어요. ‘인생 드라마다’라고 표현해주는 분들도 있어서 감사했고요. 저한테도 너무 힐링이 됐기 때문에, 인생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거예요. 이야기들이 가슴 따뜻하게 잘 표현돼서 좋은 작품을 남긴 것 같고요. 중국에서도 저희 인기가 많았다고도 들었어요(웃음)”
앞으로 이연희는 ‘더 패키지’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어간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연희는 “그런 이야기가 제가 공감을 잘 할 수 있어서 연기하기도 편하다”며, 다음 활동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사진=황지은 기자 s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