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마녀의 법정’ 정려원 “시험 끝난 학생 된 기분, 100점 주고 싶어요”

2017-12-18     변진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정려원이 새로운 캐릭터 변신에 성공했다.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을 통해 여성아동범죄 전담부의 에이스 검사 마이듬으로 분한 정려원은 털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간 보여줬던 로코 드라마 속 사랑스러운 모습들과는 상반된 걸크러쉬 그 자체로 ‘인생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마녀의 법정’은 에이스 독종마녀 검사 마이듬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 분)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현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이다.

드라마는 성범죄, 권력비리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여기에 더해진 배우들의 열연에 최고 시청률 14.3%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인기리에 ‘마녀의 법정’이 종영한 이후, 제니스뉴스와 정려원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마녀의 법정'과 같이 울고 웃은 정려원

‘마녀의 법정’은 영화나 미드 어디쯤에 있을 것 같은 연쇄살인, 쏘시오패스 같은 소재가 아닌 아동학대, 성폭행, 청소년 성매매, 몰래카메라 등 생활반경 어디에서나 터질 수 있는 범죄들을 다루며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그리고 이 작업에 동참한 정려원은 그 어느 때보다 작품의 상황에 깊게 몰입했다.

“저의 연기를 피해자분들도 볼 수도 있잖아요. 혹시나 제 연기로 그런 분들의 마음이 잘못 전달되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반응들을 검색해봤어요. 극에 정말 많이 몰입했어요. 여러 사례들이 극에서 하나씩 나와서 비춰지는 걸 보면서 소름끼치고 무서웠어요. 조건만남이나 교수님이 성희롱을 하고, 직장상사가 직원들을 대하는 모습들, 살인 당한 친구가 대기업으로 인해 은폐되는 것들을 보면서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이야기 했었어요. 취조하는 장면을 찍을 때도 그런 울분을 가지고 연기했고요. 피해자의 공감대까지 미치지 못할까봐 더 열심히 했어요”

특히 극중 마이듬이 몰래카메라 피해자가 된 상황을 연기할 때, 정려원은 마치 자신의 경험인 듯 리얼한 연기를 선보였다. 

“집에 혼자 있는데 샤워하고 화장실에서 나왔더니, 거울에 뭔가 붙어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 끔찍하지 않아요? 실제로 저한테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소름이 끼치는 거예요. 찍을 당시에도 그랬어요.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느꼈어요. 물론 제가 직접 당한 게 아니라 연기에 불과했지만, 응징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든 법적인 조사를 받고 판결을 받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처벌을 받는 걸 보면서는 너무 행복했고요”

▶ 정려원, 마이듬 그 자체

분명 마이듬은 정려원에게 큰 도전인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려원은 제 옷을 입은 듯 훌륭히 캐릭터를 표현했다. 실제로 조금 소심한 스타일이었다는 정려원은 마이듬을 만나 성격에도 변화가 생겼다.

“소재가 무겁기 때문에 어두워질까 걱정했어요. 어두워지면 보는 분들이 불쾌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밝은 에너지를 가져가려고 노력했죠. 밝으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밝지만 강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이듬이로 살면서 많이 편해지더라고요. 원래는 좋은 건 티를 내고 싫은 건 티를 내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요즘엔 싫은 건 싫다고 해요. 습관이 되면 캐릭터가 제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정려원은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마이듬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친구의 도움을 얻었다. 정려원은 친궤게 리딩을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앞에서 연기를 하며 조언을 구했다.

“마이듬에 제 친구 성격이 많이 반영됐어요. 그 친구가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하거든요. 친구들과 있을 때도 분위기가 이상하면 ‘분위기 이상한데?’, ‘무슨 일 있어?’라고 나서서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그 친구 같은 성격의 캐릭터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듬이랑 딱 맞더라고요"

▶ 시즌2를 한다면?

‘마녀의 법정’은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호평을 받았다. 종영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시즌2 제작을 요청하고 있다.

“작가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해서 촘촘히 써내시느라 피로가 많이 쌓였을 거예요. 만약 시즌2를 한다면 모든 배우들이 하겠다곤 했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이 오케이만 하신다면요. 작가님이 일단 홀드를 하셨는데요. 충분히 이해는 해요. 사건들을 하나의 끈으로 묶느라 힘드셨을 거고, 밝은 이야기가 아니라 더 그랬을 것 같아요. 시즌제를 한다면 저는 좋아요. 다음엔 특검팀으로 갈까요?(웃음)”

▶ 스테디셀러가 되고 싶은 정려원

정려원은 지난해 2017년을 앞두고 친구들과 함께 위시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는 영화 1편과 드라마 1편을 찍는 것을 목표로 하고, 구체적으로 원하는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적어놨다. 코미디가 섞인,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하길 바랐고 무언가 배울 수 있는 드라마를 하길 원했다. 그리고 정려원은 자신이 세운 소망을 올해 이뤄냈다.

“시험이 다 끝나고 시원한 마음을 가진 학생 같은 기분이에요. 저 스스로에겐 100점을 주고 싶어요. 모든 게 다 좋았어요(웃음). 아직 내년 목표는 못 적었는데요. 2017년은 친구들끼리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적었던 위시리스트였는데, 저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다 이뤄졌거든요. 쓰면 되나 봐요. 또 해보려고요”

정려원이 배우로서 가진 뚜렷한 목표는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 ‘마녀의 법정’을 만나기 전까진 자신의 행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보다 자신의 신념을 믿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트렌디한 것도 좋지만, 성장할 수 있고 언제든 꺼내서 봤을 때 재밌는 스테디셀러 같은 작품이 좋아요. 이번 작품은 스테디셀러로 만든 거지만 베스트가 돼서 더 좋죠. 작품 선정도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작품을 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사진=키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