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신과함께' 김동욱, 여전히 고민하는 그래서 더 귀한 배우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 ‘신과함께: 죄와 벌’(이하 신과함께)이 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대작이었지만 우려도 많았다. 4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 원작에 대한 두터운 마니아층, 방대한 CG 작업, 그리고 1, 2부 개봉을 두고 존재하는 약 8개월 간극 등 개봉 전부터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며 여러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20일 극장 문을 열은 ‘신과함께’는 많은 호평 속에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영화와 함께 행복한 비명을 지를 이가 하나 또 있다. 바로 영화 속 ‘김수홍’을 연기한 배우 김동욱이다. 수많은 염려 속에서도 ‘신과함께’가 예비 관객들의 굳건한 지지를 받았던 건 하정우-차태현을 중심으로 한 캐스팅이었다. 허나 김동욱은 화제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개봉 후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김동욱이 됐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연기를 잘 한다’는 배우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귀한 배우를 관객들은 알아봤다.
덕분에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김동욱의 만남이 이뤄졌다. 오랜만에 재회한 김동욱은 여전히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겸허한 사람이었다. 여전히 작품 전면에 이름을 올리는 것 보단 뒤편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 우선인 배우였다. 하지만 결국 관객들은 그를 수면 위로 강제 소환 했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던 김동욱과의 시간, 지금 이 자리에 전한다.
흥행 속도가 대단하다. 소감이 궁금하다.
기대 보다 더 빠른 시간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심스럽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은 영화다. 짧은 시간 많은 관심도 감사하지만,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김동욱의 ‘김수홍’ 연기에 대해 호평하고 있다.
제 자신은 조금 안도하고 있다. 수홍은 2부에서 하정우 형하고 오랜 시간 드라마를 만들어 나가는 캐릭터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우려보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덕분에 영화 개봉 후 이렇게 홍보 인터뷰도 돌고 있다.
이 정도의 반응을 예상했을까?
전혀 예상치 못했다. 사실 얼떨떨하다. 물론 굉장히 행복하고, 감사하고, 즐거운 건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선배님들에게 감사드린다. 전 사실 이런 홍보 활동도 여유 있게 하는 편이다. 개봉 전에 다른 분들이 너무 열심히 하셨다. 전 개봉 후에 관객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하는 중이다. 정말 덕을 많이 봤다.
부모님도 많이 좋아하시겠다.
부모님보다 여동생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수홍의 주요 드라마는 1부 후반부터 시작된다.
‘나는 언제 나오지?’라고 기다리진 않았다.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태현이 형과 예수정 선배님이 영화 전반부의 드라마를 잘 쌓아주셨다. 덕분에 수홍도 많은 공감을 받은 것 같다. 너무 감사했다. 사실 ‘과연 관객들이 그 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두려움과 걱정이 있었다.
걱정이라면 신파 때문일까?
아니다. 신파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1, 2부의 큰 그림으로 보자면 수홍은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다. 원기로 시작해서 이승과 저승을 어지럽히며 스토리를 쌓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저승까지 데려가야 한다. 그래서 힘을 끌어내야 하는 캐릭턴데 1부에선 자홍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된다는 숙제가 있었다. 자홍이 쌓아 올린 드라마를 옆에서 극대화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그 지점이 명확히 보였다. 그 모든 것을 잘 해내지 못하면 1막에서 다른 배우들이 쌓아온 걸 전부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다.
영화 말미에 수화하는 장면은 정말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선 많이 어려웠을 신이다.
맞다. 그 신이 가장 힘들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수화를 하면서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 감정을 잡고 연기에 들어가도 다음 수화 동작을 생각하는 순간 그것이 깨져나갔다. 그래서 동작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거기엔 철저한 연습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악귀로 나오는지라 얼굴에 CG 처리를 많이 했는데.
전 너무 좋았다. 실제 제 얼굴에 아쉬운 빈틈들을 덮어주셨다. 뭔가 카리스마 있고 남성적으로 잘 채워주신 것 같다.
수홍을 연기할 때 지키고자 했던 것은?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자였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쿨내가 나야 했다. 수홍의 현실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홍은 그걸 쿨하게 받아들였던 인물이다. 자홍이 집을 떠난 후 15년 동안 가장으로 어머니와 함께 지냈다. 어떨 땐 어머니와 아들로, 어떨 땐 친구처럼, 어떨 땐 가장으로 위치했을 수홍이다. 그러면서도 사시 공부를 했던,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최선의 것을 찾으려던 친구였다. 그걸 전달해야 원귀가 됐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홍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언론시사 때의 김용화 감독의 이야기를 보면, 마치 당신께서 김동욱 씨를 이번 작품으로 끌어줬다는 뉘앙스를 풍겼는데. 본인 생각은?
맞다. 김용화 감독님이었기 때문에 “같이 해보자”는 전화 한 통화에 “당연히 해야죠”라고 답할 수 있었다..
사실 그렇게 덜컥하겠다고 할 작품은 아니었다. ‘신과함께’는 제작 단계부터 여러 숙제와 도전을 안고 있던 작품이다. 원작에 대한 마니아층도 두터웠고, 1부와 2부로 나뉜 분량도 방대했다. 덕분에 촬영 기간도 10개월 동안 해야 했다. 더불어 우리 영화 중 판타지 작품이 많지 않았고, CG가 이렇게 많이 들어간 영화도 전무했다.
일단 '국가대표'에 이어 다시 한 번 감독님, 정우 형과 작업한다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든든했다. 무엇보다 제가 감히 감독님의 연출과 정우 형에 대해 판단할 건 아니었다. CG에 대한 걱정도 차선이었다. 대본을 받았을 때 인물 간의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었다. 전 원적 웹툰을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대본 자체를 재미있게 봤다. 대본을 읽는 동안 웹툰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렸다. 다 읽고 나서야 ‘아 이 원작이 ‘신과함께’였지’라고 했을 정도다.
결국 감독님과 대본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었다?
그렇다. 첫 번째가 감독님에 대한 무한 신뢰였다. 그래서 출연 결정을 한 상태에서 대본을 받긴 했지만, 그걸 읽었을 때 너무 재미있었다.
김용화 감독이 김동욱 씨를 빗대어 “연기는 참 잘하는데 사회생활을 못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하하. 저희끼리는 참 거친 농담도 많이 한다. 그 이야기는 아마 농담 반 진담 반 같다. 제가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스타일이 못 된다. 살가운 말도 못 한다. 감독님의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히지 않는 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또 메신저로 하트를 보내는 분이다. 그런 분이라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안다. 정말 소년 같은 분이시다. 즐거우면 기뻐하고, 괴로우면 힘들어 하신다. 그래서 그런 드라마를 만드실 수 있는 것 같다. 감정에 솔직하게 다가가신다.
하정우 씨 같은 경우는 반대로 김용화 감독에게 독설을 날리던데.
하하. 저는 아직 그렇게까지는 못 놀린다. 제 위치가 그 정도가 못 된다. 자칫했다간 단톡방에서 내쳐질지도 모른다. 그저 남들이 농담을 던지면 “ㅋㅋㅋㅋ” 정도로 호응하고 있다.
여러 의미로 ‘신과함께’는 김동욱의 필모그래피에서 빛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전 데뷔 이후 제가 원치 않은 작품을 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은 작품을 선택하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몇 %의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는 것 같다. 또한 자신이 전하고자 했던 바를 관객들에게 얼마나 전달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에너지를 전부 쏟아붓지 못하는 작품을 피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득이 되기도 했고, 실이 되기도 했다. 제 고집을 지키느냐, 아니면 쿨하게 넘어가느냐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공부를 하는 것 같다.
‘신과함께’를 통해 공부한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방대한 CG 작업이 들어간 영화다. 그린스크린에서의 연기 경험은 정말 뜻깊은 공부가 된 것 같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배우들 중 그 시작을 경험해 봤다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20대 때의 인터뷰를 기억해보면 정말 고민이 많은 배우였다. 요즘은 어떨까?
아직까지도 ‘배우를 계속하는 게 맞을까?’라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학교에서 연기를 공부하고, 자신을 배우로서 자신을 다듬었다. 저의 학교생활을 돌아보면 전 정말 연기를 못했다. 영화 ‘위플래쉬’처럼 매일매일을 지옥같이 보냈던 것 같다. 그렇게 사회에 나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했다. 그 과정 속에 전 항상 큰 자신감이 없었다. 항상 저를 검증하고 반문하는 시간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스스로 불안했다. 배우로서 정체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신과함께’는 즐거운 작업 아니었을까? 촬영 현장도 그렇고, 결과도 아름답다.
보통 촬영 현장엔 정말 즐겁고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지옥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신과함께’는 천국이었다. 긴 기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행복하게, 즐겁게 촬영했다. 물론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도 많았다. 하지만 10개월의 촬영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받는 트러블이 없었다. 2017년을 외롭지 않게 마무리해서 너무 행복하다. 덕분에 2018년엔 다시 한 번 쉼 없이 달려가는 한 해가 되도록 다짐하게 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