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신과함께' 하정우 ① "스위스 같은 마음"으로 사는 쌍끌이 흥행 배우

2018-01-15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요즘 가장 즐거운 배우가 있다. 바로 하정우다. 하정우는 지난 2017 연말에 영화 두 편으로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 바로 '신과함께', 그리고 '1987'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겹치기로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이 이끄는 영화 배급사의 큰 자본이 들어간 연말 기대작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선 홍보 프로모션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배우들은 개봉의 전과 후, 언론과의 인터뷰부터 무대인사까지 많은 행사를 소화한다. 작품은 둘인데 배우의 몸은 하나이니, 어느 한 쪽을 선택하여 소화하기가 물리적으로도, 그리고 마음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흥행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한국 영화시장이다. 한 작품이 흥하면, 다른 한 작품은 섭섭한 결과물을 받아들기 마련이다. 흔히 "쌍끌이를 원한다"는 말로 이런 부담을 피해가지만, 대한민국 영화사 중 '쌍끌이 흥행'을 이끈 작품은 지난 2009년 7월, 1주일의 간극을 두고 개봉했던 '해운대'와 '국가대표' 외에는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하정우가 해냈다. '국가대표' 이후 두 번째 쌍끌이, 게다가 이번엔 두 영화 모두 본인 작품이었다. '신과함께'는 천만을 넘어서, 역대 5위의 스코어를 목표로 질주하고 있다. '1987'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재조명했다는 의미는 물론, 흥행까지 쏠쏠하게 챙기고 있다. 그 누구보다 따뜻한 연말과 훈훈한 신년을 맞이한 하정우다.

본인 말을 빌어 '스위스 같은 마음으로 요즘을 지내고 있는' 하정우를 제니스뉴스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페 대관비도 CJ와 롯데가 반반 내면 참 좋을텐데요"라는 농담에 한 바탕 웃고 시작했던 유쾌한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뻔한 질문부터 하자. 이번 겨울 두 작품으로 거의 동시기에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뻔한 대답을 드리자면 ‘신과함께’와 ‘1987’은 눈물의 근원지가 다르다. 관객 타깃층도 다르다. 그래서 다행이다. 다른 대답을 드리자면 이미 배급하는 곳에서 다 계산기 두들겨 보고 결정하셨을 일이다. 하하. 여하튼 희한한 체험을 하고 있다. 전 스위스 같은 마음이다. 중립국가다. 무대인사도 공평하게 하고, 영화가 잘 됐을 땐 지방으로 무대 인사 드리면서 함께한 분들과 축배를 들고 싶다.

역시 결론은 술인가.
음, 술로는 ‘PMC’를 같이 찍고 있는 이선균 선수가 최고다. 절대 주량으로 1~2위를 달린다. 조진웅 선수가 은퇴를 했으니, 선균이 형이 1위라고 봐도 무방하다. 선균이 형은 촬영이 새벽 네시에 끝나면, “서울 가서 아침 먹자”고 한다. 절대 술 마시자고 안 한다. 그렇게 국밥에 막걸리로 시작을 하면 두 병 정도 비우면 아침 6시다. 그 자리에서 제가 먼저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자고 점심 때 까보니 사진 한 장이 와있다. “우리는 달리는 중”이라고 쓰여있다. 그러다 저녁 때 강신철 형한테 전화가 왔다 “나 성신여대로 간다”더라. 알고 보니 그 자리로 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저녁까지 계속 마신다. 정말 대단하다. 선균이 형의 음주 비결은 벌나무와 헛개나무를 조합한 액기스다. 저도 한 번 받아서 먹어봤는데, 정말 끝장난다.

본인도 잘 마시는 걸로 소문은 아닌가? 주량은 얼마나 되는지?
그때 그때 다르다. 전 속주 스타일이다. 그런 면에서 윤석이 형이랑 잘 맞는다. 술을 시키면 보통 안주 나오기 전에 끝난다. 한 번은 윤석이 형과 노량진 수산시장에 갔다. “회 떠주세요”하고 앉았는데, 기본 반찬에 소주 세 병을 마셨다. 결국 나중에 나온 회는 집에 싸갔다. 한 번은 주량을 체크 해 본 적이 있는데, 소주는 네 병 반 정도 마시니 취한다. 맥주는 끝없다. 배불러서 못 마신다. 와인은 두 병, 양주는 큰 거 한 병 정도 마신다.

영화 이야기를 하자. 개봉 전엔 원작 팬들에게 원망을 많이 샀다. 예를 들면 ‘진기한’ 캐릭터가 빠졌다는 것, 김자홍의 직업이 소방관이라는 것, 원작과 다른 여러 부분 때문이었다.
전 그 심정 완전히 이해 한다. 우려와 걱정도 됐을 거고, 실망도 하셨을 거다. 제가 게임 ‘스타 크래프트’를 좋아했다.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1997)를 봤을 때 느낀 감정하고 비슷할 거 같다. ‘스타쉽 트루퍼스’엔 ‘스타 크래프트’의 저그와 비슷한 외계 종족과 인간이 전쟁을 펼친다. 근데 전 스타에서 프로토스 유저였다. 괜히 섭섭했다. 그런데 ‘신과함께’는 원작을 영화화 하는 거니 팬층이 더 두터울 거다. 그 아쉬움을 이해한다는 거다. 하지만 원작이 있다고 해도 100%를 영화에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부분으로 영화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영화는 독립적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본인이 연출했던 ‘허삼관’ 때와 비슷한 경험이겠다.
맞다. 그때도 원작 ‘허삼관매혈기’와 비교가 많았다. 저도 시나리오를 각색할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다.

그럼 작품에 들어가면서 가장 걱정 됐을 것은 CG 구현력이었을까?
일단 김용화 감독의 전작 ‘미스터고’에 대한 결과물을 봤기 때문에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잘 될 거라는 기대는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한 번 대차게 말아먹으면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올라갈 길 밖에 없다. 김용화 감독과 덱스터가 성장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 덱스터가 중국 영화 쪽 작업하는 공정을 봤을 때 충분히 ‘신과함께’를 구현해낼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시간에 대한 걱정은 했다. 여름이 아니라 겨울로 개봉을 늦춘 건 다행인 것 같다.

그린 스크린 연기는 어떻던가?
되게 민망했다. 진짜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민망하다. 민망함의 정도는 순간이동이 최고다. 해원맥이 불 던지는 것도 서로 너무 창피했다. 정말 촬영 자체가 블랙코미디였다.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걸 마이크로 효과 설명을 한다. “바닥이 흔들린다. 와!”라고 외치는데, 이게 정말 지금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스태프 15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연기를 하자면 정말 창피하다. 그래도 나중엔 적응이 됐다. 앞으로 배우들이 이런 연기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 2부에서 계속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