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투깝스’ 김선호 “조정석과 브로맨스? 처음엔 어색했죠”

2018-01-22     변진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2017년 라이징 스타’를 뽑으라면 단연 김선호를 빼놓을 수 없다. KBS2 ‘김과장’과 ‘최강 배달꾼’에서 눈도장을 찍더니, MBC ‘투깝스’에선 주연으로 발탁돼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인물로 활약했다.

김선호의 연기력은 오랜 기간 무대 연기를 통해 입증됐다. 그는 ‘옥탑방 고양이’, ‘거미여인의 키스’, ‘트루웨스트 리턴즈’, ‘클로저’,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등 꾸준히 연극을 통해 관객과 만나왔다. 때문에 안방극장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고,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과 우수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니스뉴스와 김선호가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드라마 ‘투깝스’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김선호는 ‘최강 배달꾼’을 촬영하던 중 ‘투깝스’의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다. 처음엔 동고성혁 역으로 오디션을 봤으나, 그의 연기를 본 제작사와 감독은 더 큰 롤인 공수창으로 김선호를 캐스팅했다.

“오디션에 갈 시간은 있는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거예요. 그렇다고 오디션을 대충 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죠. 제가 못하면 저만 욕을 먹는 게 아니라, 저희 회사 식구들도 같이 욕을 먹잖아요. 그래서 안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가, 감독님께서 ‘그럼 이틀 후에 보자’라고 하셨어요. 감독님이 ‘김과장’을 좋게 보셔서, 제가 궁금해서 불렀다고 하셨어요. 저를 너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동고성혁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시간이 흘러서 공수창 역할을 계속 찾고 있었는데, 제작사 대표님이 ‘선호 씨도 어울리지 않을까요?’라고 제안을 하셨대요. 그리고 저의 오디션 영상을 다시 보셨고요. 제가 오디션을 볼 때, 2인 1조로 들어가서 미스봉 연기를 하던 분의 상대 역으로 수창이 대본을 읽었었거든요. 그 모습을 보시고는 제가 수창이의 모습과 가깝다고 생각하셨대요”

물론 김선호가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정석, 이혜리와 주연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김선호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욕 먹을 각오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방송이 베일을 벗은 후 김선호는 우려를 기대로 바꿔놨다.

“공연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됐어요. 공연을 할 때도 잘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하면, 그날 공연이 망하더라고요.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연기가 과해지고요. 온전히 상대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떻게 보이지?’만 생각하게 돼요. 그래서 ‘투깝스’를 할 때도 잘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이 작품의 흐름을 즐기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김선호 무난하게 잘했어’라는 말만 들어도 되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갔죠. 그런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물론 부끄럽지 않게는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준비도 많이 했고요”

‘투깝스’ 속 김선호가 연기한 공수창은 사기꾼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재치 있고 밝은 모습,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솔직한 감정표현 등 공수창의 성격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김선호의 대본에 가장 충실하면서 캐릭터를 연구했고, 자신의 모습에서 나올 수 있는 공수창의 모습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했다.

“친구들을 만났을 때 까부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 모습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했어요. 차동탁(조정석 분)이 사건을 이끌어가고 사건 중심에서 해결하는 인물이라면, 수창이는 공조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이었어요.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위트 있게,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였죠. 저한테도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하는 모습이 있으니까요”

‘투깝스’는 브로맨스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수사극이고 멜로도 있었지만 조정석과 김선호의 케미스트리가 가장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김선호가 연기한 육체이탈자 공수창은 차동탁의 몸에 수시로 빙의하는 인물이었고, 조정석과 싱크로율이 맞지 않으면 몰입을 방해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캐릭터를 연구하고, 많은 대화를 통해 공수창을 입체감 있게 만들어갔다.

“정석이 형과 처음 만났을 땐 어색하기도 했죠(웃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형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기도 하고요. 제가 형이 했던 작품들을 전부 다 봤거든요.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편해졌고, 수창이에 대한 대화도 술술 풀렸어요. 형이 ‘내가 생각하는 수창이는 이런데 선호는 어때?’라고 물어보고, 좋은 건 하고 아닌 건 버리면서 인물을 만들어갔어요. 형이 하는 연기를 모니터 하고 따라 해보기도 하고요. 막바지 2주엔 그런 커뮤니케이션 없이 ‘재밌다. 가자!’라고 하면서 했어요.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데 서로 공유가 없으면 안되잖아요. 점점 닮은 점들이 나오게 됐고, 서로 척하면 척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말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마지막회에서 혼수상태로 병실에 누워있던 공수창의 심장이 멈췄고, 이에 의사가 심장 마사지를 하던 중 갑자기 장면이 전환됐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공수창은 살아있었고 기억을 잃은 듯한 말과 행동으로 또 한번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그리곤 차동탁과의 대화 장면에선 다시 기억이 되살아난 듯한 모습을 보이고, 그렇게 ‘투깝스’가 마무리 됐다.

“많은 분들이 ‘이게 뭐지?’라고 했어요. 수창이가 깨어나는 게 조금 더 빨랐어야 했는데, 너무 담아야 할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건을 풀어가는 디테일들이 들어가면서 내용이 미뤄졌고, 수창이가 깨어나는 게 한 회에 해결돼야 했죠. 시나리오 상에는 수창이가 기억을 잃고, 이후에 잃은 척하다가 ‘아 그런 행동이 기억을 하고 있던 거였네’라고 나올 수 있도록 돼 있었어요. 마지막회에서 제가 기억을 잃은 건 5분이었는데요.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나름의 고민으로 ‘기억을 일은 거야?’라고 긴가민가하게 만들 수 있는 모습을 넣었어요. 기억을 잃은 것처럼 하면서 제가 씨익 웃거든요. 시간이 많았다면 그런 이야기들을 더 했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송기자(이혜리 분)가 저에 대해 알고 있고, 제가 좋아했던 걸 알잖아요.그래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기억을 잃은 걸로 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위해 내가 기억을 잃은 척 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그리고 좋았던 기억 때문에 차동탁에겐 ‘기억을 하고 있어’라고 솔직하기 이야기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했고요. 시간이 많았더라면 제가 심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2017년 한 해 동안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린 김선호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아직 정해진 작품은 없지만 언제든 좋은 작품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할 계획이란다. 늘 해왔던 공연도 꾸준히 병행할 생각이다. 2018년에도 ‘열일’할 김선호의 활약이 기대된다.

“1년에 한 번씩 공연은 꼭 할 생각이에요. 무대에서 긴 호흡을 하는 게 방송이랑 또 다른 매력이거든요. 한 인물을 오랜 시간 고민할 수 있는 게 연극이라 생각하고요. 방송은 바로 그 인물을 수행해야 하잖아요. 공연을 꾸준히 해서 경험을 쌓다 보면, 방송 연기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목표는 배우, 스태프들에게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그러려면 연기뿐 아니라 인성도 그렇고 모든 게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더 발전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고요. 또 바람이 있다면, 대학로에 진짜 잘하는 동생들이 많은데요. 제가 이번에 운이 좋게 기회가 주어졌잖아요. 다른 친구들과도 다음 작품에서 함께하고 싶어요”

 

사진=악어컴퍼니, SY엔터테인먼트,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