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감빵생활’ 이규형이 전무후무한 캐릭터 해롱이를 만나기까지

2018-01-23     변진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또 있을까.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감빵생활’)’ 속 이규형이 연기한 유한양, 별명은 해롱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한양은 제벌 2세로 세상 물정 모르는 한량인데, 상습적인 마약 복용으로 해롱거린다 해서 해롱이란 별명을 얻었다. 교도소 생활에선 죄수복 사이즈부터 히터까지 까다롭게 요구하고, 교도관과 수용자 누구던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반말을 한다. 게다가 동성인 애인을 둔 인물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해롱이를 연기한 이규형은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캐릭터를 표현했다.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말투와 행동, 다른 수용자들과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 동성인 애인을 만날 때의 귀여움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끌기 충분했다.

뛰어난 연기로 호평을 얻으며 ‘감빵생활의 수혜자’로 등극한 이규형과 제니스뉴스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작품을 마친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던 해롱이의 결말에 대한 감독의 정확한 의도 또한 전달했다.

“너무 큰 사랑을 받았어요.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감사해요. 결말이 조금 충격적이라는 말도 많았지만, 전 나름 바람직한 결말을 감독님이 선택한 거라 생각해요. 저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충격이긴 했어요. 감독님이 중반쯤 ‘너는 나가자마자 약 해’라는 말을 하긴 했었는데, 나름 왜 다시 약을 할까에 대한 고민을 했었거든요. 대본을 보니 그냥 하더라고요. 범죄 미화 방지를 위한 것이었어요. 사실 ‘뽕쟁이’ 주제에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잖아요. 마약의 위험성,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했어요. 물론 캐릭터가 귀여울 수는 있죠. 하지만 마약을 하는 행위 자체가 미화돼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처음부터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요. 물론 교도서의 목적 중에 교화를 시키는 것도 있잖아요. 장기수(최무성 분) 선배님은 교화되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감독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고 생각해요”

이규형은 큰 고민 없이 ‘감빵생활’에 합류했다. 그간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우수한 연출력을 보여준 신원호 PD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이유였다. 신원호 PD는 연극 ‘날 보러 와요’와 뮤지컬 ‘팬레터’에서 이규형이 연기하는 모습에 끌려 ‘감빵생활’ 오디션을 제안했다.

“감독님이 저라는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신기했어요. ‘공연을 열심히 하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죠. 사실 공연을 하다가 캐스팅이 되고 이슈가 되는 배우들이 주변에 있긴 했는데, 남 얘기인줄 알았거든요. 제가 무슨 운이 좋았는지, 감독님이 제가 했던 공연을 연달아 봤던 거예요. 연극은 심지어 트리플 캐스팅이었거든요. 확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인데, 제가 하는 날로 감독님이 보게 됐어요. 정말 복 받은 거죠”

그동안 연극, 뮤지컬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는 ‘감빵생활’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이규형은 특히 ‘날 보러 와요’에서 용의자 1, 2, 3, 범인 총 4인을 연기했는데, 그 중 두 번째 용의자가 만취해서 시종일관 난동을 부리는 인물이었다고. ‘그 캐릭터에서 조금만 톤을 바꾸면 해롱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해롱이를 탄생시켰다. 실제로 신원호 PD도 오디션 당시 ‘날 보러 와요’ 연기를 보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단다.

“일단 감독님이 오디션 때부터 ‘귀여워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다 해롱거려야 한대요. 심지어 동성애자예요. 캐릭터 설명을 듣고 ‘해보겠습니다’라고 했죠. 여러 번 리딩을 했었는데 감독님이 별다른 디렉션이 없으시더라고요. 공식 첫 리딩을 마치고 감독님께 ‘제가 이렇게 하면 되나요?’라고 물었는데 ‘그렇게 현장에서 보자’라고 하셨어요. 말투는 감독님이 만취한 사람 같은 느낌으로, 동성애자니까 하이톤이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제가 스스로 만들어냈어요. 살짝 혀가 짧은 듯한 무언가가 만들어지더라고요(웃음). 문래동 역할도 혀가 짧다는 말을 듣고 겹칠까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게 캐릭터가 구축돼서 다행이었죠”

해롱이의 유쾌, 발랄함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리얼한 행동과 말투는 더욱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른 캐릭터 위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도, 해롱이는 캐릭터의 특성을 잃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입체감 있는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자유로운 촬영장 분위기, 이규형의 참신한 아이디어다.

“감독님께서 제 역할에 대해선 최대한 애드리브를 허용해주셨어요. 단어 선택이나 말하는 방식을 해롱이스럽게 바꾸기도 했죠. ‘우리 지금 신라호텔 가는 거야?’라는 대사를 ‘신라호텔 가는 거야? 우리 지금?’ 이런 식으로 섞어버리기도 하고요. 신을 찍기 전에 감독님이 배우들의 위치를 정해줘요. ‘해롱이 뭐하고 있을래?’라고 물어보시면 ‘저는 창 밖을 보면서 우유를 마시고 있을게요’라던지, ‘재혁이 무릎에 자고 있을게요’ 등의 아이디어를 냈었어요. 감독님 생각이 분명하면 디렉션을 주시기도 했죠.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현장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촬영했어요. 그래서 더 재밌었어요”

해롱이를 떠올리면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참 많다. 고추나 물파스로 고통을 주고 받으며 수용자와 싸울 때 “나는 고통을 느끼지 않지!”라고 말하는 패기 넘치는 모습, 장기수와 상상임신으로 싸울 때, 유대위(정해인 분)과 화장실에서 왔다 갔다 ‘초딩’처럼 다툴 때, 자다가 똘마니(안창환 분) 얼굴을 보고 놀라서 뺨을 때린 것 등. 해롱이가 연기한 여러 신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해롱이는 나이가 어리던 많던 다 반말을 했잖아요. 교도관이던, 살인범이던, 양아치던 굴하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캐릭터였어요. 사실 장기수 선배님도 살인죄로 복역 중이고, 유대위도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는 살인범으로 들어온 건데 그렇게 대했으니까요. 둘이 싸우는 장면 지문에 ‘초딩처럼 싸운다’라고 적혀 있어요(웃음). 그러면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면서 ‘이렇게 해보자’라고 했어요”

이규형은 최근 tvN 단편 드라마 ‘모두의 연애’에 특별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며, 뮤지컬 ‘팬레터’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이규형은 앞으로 꾸준히 무대, 브라운관, 스크린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스케줄이나 다른 여건들이 된다면, 저는 계속 연극과 드라마를 병행하고 싶어요. 사실 드라마는 제 길이 아닌 줄 알았거든요. 예전엔 워낙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만 나오고 그랬으니까요. 이제는 드라마 장르가 다양해지고 채널도 많아졌잖아요. 옛날엔 기회를 잡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배우가 오히려 부족한 시대가 왔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에게는 좋은 기회죠”

이규형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재밌는 대본은 기본이고, 근래에 했던 이미지와 겹치지 않는 캐릭터, 어떤 사람과 함께하느냐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현재 다음 작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이규형에게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로코도 해보고 싶어요. 재밌게하는 걸 좋아해요. 해롱이는 재밌는 캐릭터지만, 굉장히 극적인 캐릭터잖아요. 노멀하면서도 위트 있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막 멋있는 역할은 어차피 안 어울리니까요(웃음). 약간 껄렁한 것도 해보고 싶고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진=엘엔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