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人사이드]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활란 “나만의 MSG, 그것은 밤"

2018-02-27     이혜린 기자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화려한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뷰티인들의 이야기, 뷰티人사이드. 두 번째 뷰티人사이드의 주인공,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활란과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김활란은 지난 1996년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프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많은 스타들이 그의 손을 거치고 나갔을 뿐만 아니라 김활란은 자신의 뷰티숍인 김활란 뮤제네프를 올해로 14년째 굳건히 유지하는 중이다.

제니스뉴스와 처음 만난 김활란은 도도하고 스타일리시한 이미지와 함께 “지금도 일하면서 여전히 즐거움을 느낀다”며 일에 대한 열정과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였다. 김활란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지금 이 자리에 전한다.

Q. 김활란 뮤제네프가 올해로 14주년을 맞이했어요.
2003년 10월에 김활란 뮤제네프가 오픈했어요. 처음에는 규모가 정말 작아서 워크숍을 제주도로 갔어요. 그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철딱서니였고, 어렸을 때여서 열정 하나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저희 직원들은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아요. 오픈 멤버도 있고요. 제가 복이 많은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뮤제네프를 오랫동안 으쌰으쌰 함께 끌어온 것 같아요. 어려움도 많이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어요. 그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직원들과 함께 한마음, 가족 같은 마음으로 헤쳐 나가다 보니까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어요. 직원들과 서로 소통하려 하고, 마음을 읽어가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Q. 뮤제네프라는 브랜드명이 참 독특해요.
김활란 뮤제네프의 뮤제는 불어로 박물관이고, 네프는 길조, 새로운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뮤제는 '고객 한 분 한 분을 박물관의 작품처럼 모시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고, 네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늘 새롭고 크리에이티브한 집단이기 때문에 두 단어를 붙여서 브랜드명을 정하게 됐어요.

Q. 뮤제네프에서는 다양한 뷰티 케어를 받을 수 있어요.
김활란 뮤제네프는 뷰티 살롱이에요. 제가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하며 현장에서 느낀 점이지만 메이크업만으로는 돋보일 수 없어요. 밸런스가 모두 맞아야 하기 때문에 헤어, 의상 모든 것이 조화로워야 해요. 모든 것이 어우러졌을 때 더 극대화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메이크업은 예쁜데 머리가 이상하면 조화가 깨지는 것처럼 박자를 맞추기 위해서 '헤어와 메이크업이 같이 가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Q. 뮤제네프와 함께 해온 커트머리는 김활란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어요.
원래 긴 머리였어요. 예전에 유행했던 김희선 씨의 ‘뽀글이 퍼머’는 제가 원조예요(웃음). 이 직업은 겉으로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어요. 그러다가 긴 머리가 식상한 것 같아서 자르게 됐죠. 

이 헤어스타일을 유지한지 10여 년 정도가 된 거 같아요. 일단 편하고, 스타일리시해 보여요. 그런데 민낯일 때도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살이 찌면 안 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이 스타일을 많은 분들이 좋아하세요.

가끔 “머리 좀 길러봐야겠다”고 하면 다들 “하지 마”라고 말리기도 해요. 여성분들이 커트 머리를 시도한다는 게 용기가 필요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 스타일 자체가 심플하고 미니멀한 걸 좋아해서 이 머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많은 셀럽들의 사진이 뮤제네프에 걸려있어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셀럽 분들이 많아요. 이제는 거의 가족이죠. 하지원, 송윤아, 강혜정, 김효진, 유지태, 신세경, 서지혜, 김선아, 남보라, 하정우 등 배우분들이 많아요. 특히 김희선 씨 웨딩 스타일로 굉장히 유명해졌고, 그 이후에 이슈가 되는 셀럽들의 웨딩 작업을 많이 했어요. 

Q.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웨딩 스타일링은 어떤 건가요?
김효진 씨랑 유지태 씨의 웨딩 스타일링은 아직도 이야기되고 있고 저도 기억에 남아요. 김효진 씨가 결혼할 때 했던 세미 스모키 같은 느낌의 웨딩 스타일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리고 강혜정 씨의 단발 웨딩 스타일같이 식상하지 않고, 과하지 않게 개성을 살린 스타일을 연출해서 호평을 받았어요. 

Q. 김활란만의 뷰티 아이템을 출시하기도 했어요.
제가 “베이스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배우분들은 피부가 좋아 보이는 게 중요한데 제가 메이크업한 배우들의 메이크업을 보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어떻게 하길래 저렇게 표현하는 거야?”, “노하우가 뭐야?”라는 질문을 듣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나만의 MSG는 밤(Balm)이다”라고 답하기도 했죠(웃음). 

그런 이야기가 오가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우연치 않은 기회로 제품을 만들게 됐어요. 반응은 정말 핫해서 5번 정도 매진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 컨투어링에 대한 유행이 오지 않았을 때였는데, 반 보 정도 빠르게 작은 얼굴 연출을 위한 컨투어링 제품을 도입하기도 했어요. 

Q. 원래부터 메이크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나요?
드라마틱한 계기는 없어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가족들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권유하기도 했고, 저도 '한 번 해볼까?'라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입문하게 됐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밟았던 스테프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죠. 특이한 점은 숍에서 막내로서의 일부터 시작해서 프리랜서로 갔다가 저의 숍을 차리게 된 거예요. 

Q. 제일 인상적이었던 작업은 언제예요?
제가 여배우 메이크업으로 유명해요. 그래서 배우들이랑 작업을 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배우들과의 작업은 늘 설레고 여운도 많이 남고 자극이 돼요. 굉장히 많은 배우들에게 메이크업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특히 하지원 씨와 작업했을 때가 생각나요. 카멜레온처럼 바뀌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브랜드 촬영이었는데 발랐던 레드 컬러와 2~3년 전 부산영화제 때 지원이의 모습은 아직도 머릿속에 있어요.

Q.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어요.
후배 양성에 대한 생각을 늘 해요. 일상의 스케줄이 타이트했지만 끈을 놓고 싶지 않았죠. 학생들을 봤을 때 정말 벅차올랐어요. 지금은 제가 가르친 1기들이 숍에 오기도 하고, 취업해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미래에 대해 상담을 하기도 해요. 저한테 배운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서 새내기로 일하고 있고, 그것에 대해 제가 가이드를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껴요. 

Q.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을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도전인 것 같아요. 도전. 간 보고 눈치 보지 말고, 일단 시도하고 도전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 맞춰서 트렌드가 어떤 지를 보고 "일단 내가 하기로 했으면 여러 방면으로 도전, 시도해보는 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Q. 요즘 '김활란 뮤제네프 tv'가 인기가 많아요. 저도 재미있게 보고 있고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트렌드에 민감한 직종이에요. 그런데 최근 추세가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엔 매체에서 저를 부르기도 하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내가 내 채널을 만들어서 자신을 보여주는 것도 보편화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저에 대해 궁금해하고 원하시는 분들과 소통하는 기회는 계속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장을 만들어서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Q. 영상 콘텐츠의 콘셉트는 어디서 주로 영감을 받나요? 
주로 생활 속에서 받아요. 자연에서 받기도 하고요. 따뜻한 느낌을 좋아해서 사람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오고 가는 정이나 가족끼리의 대화나 웃음 속에서 받을 때도 있어요. 멍하니 테라스에서 하늘을 보다가 ‘저 색으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하죠(웃음). 

그때 그 순간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가 영감이랑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에 프리랜서 생활을 할 때 화보 작업을 많이 해서 그때의 경험을 밑바탕으로 트렌드와 조화를 맞추기도 하죠. 제가 배우들의 내추럴 메이크업도 알려졌지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팬시하고 아기자기한 것도 좋아해요. 과감하게 해야 할 때는 표현을 아끼지 않기도 하고요(웃음).

Q. 이번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도 영상 콘텐츠에서 다루더라고요.
이번 트렌드는 정말 리얼 퍼펙트한 스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티스트들은 트렌드가 나올 때마다 "이번에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기도 해요. 점점 더 디테일한 점들을 잡아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트렌드는 계속 돌고 돌아서 또다시 글로시한 립이 유행할 것 같아요. 글리터들도 눈에 띄는 트렌드 요소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글리터들이 시장에 굉장히 많이 나왔더라고요. 예전에는 글리터라고 하면 주로 파티에 갈 때 하고, ‘과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고, 하고 싶은 곳에 모두 활용하는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K-뷰티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단기간에 뷰티 업계가 이렇게 성장한 건 정말 대단해요. 우리나라가 선두주자라는 게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다양한 나라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에 대해서 극찬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에서도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이 나온다는 것은 특히 놀라운 점이죠.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더 올라갈 것이냐’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도 금방 따라올 수 있다 보니까 그다음 행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뷰티 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Q. 메이크업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기본을 중요시 여겨요. 곰곰이 ‘메이크업의 기본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해보니까 아름다워지는 것이더라고요. 그런데 마구잡이로 아름다워지는 건 대중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을 잘 연구하고 관찰해서 그 사람의 예쁜 부분을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받는 사람의 골격과 피부 타입이 있는데 무시하고 메이크업을 하거나 청결 같은 부분을 신경 쓰지 않거나 메이크업은 예쁘게 했는데 클렌징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처럼 기본을 지키지 않는 건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죠. ‘기본을 중요시한다’는 생각이 저의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메이크업할 때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예요?
매 순간이 행복해요. 제가 한 메이크업을 받은 분이 만족해하고, 행복해할 때 저 또한 그런 감정을 느껴요. 제 직업 특성상 아름다워지는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자체가 너무 감사해요.

아주 작게는 가장 예뻐 보이고 싶은 날부터 일생에 한 번인 웨딩, 배우들이 팬들과 만나기 위해 예쁜 모습으로 메이크업할 때처럼 누군가에게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마다 저를 찾아오시더라고요. 그런 상황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행복해요. 

 

영상=심원영 감독 simba@, 임진우 감독 wls@
그래픽=엄윤지 디자이너 umy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