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무한도전’ 김태호 PD, 13년 여정을 마무리 지으며(일문일답)

2018-03-30     변진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13년간 무려 563회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무한도전’이 대장정의 마무리를 짓는다. 비록 다음에 대한 기약은 없지만 ‘무한도전’은 끝이 아닌 쉼표를 찍으며 시청자들에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무한도전’ 종영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무한도전’을 연출한 김태호 PD가 참석했다.

Q. 프로그램을 종영하는 소감은.
13년이 저도 가늠이 안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합친 것보다 긴 시간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정말 긴 시간을 이 프로그램에 몸을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제가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그때 이런 판단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후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멤버들에겐 목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게 버릇처럼 돼 있었다. 농담처럼 멤버들도 다음주 MBC 주변에서 맴돌다가 마주치지 말자는 이야기도 했다.

Q. 후임 최행호 PD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행호가 하는 것은 우선 저와 관련 없는 프로그램이다. 이제 저는 응원하는 입장이다. 갑작스럽게 그 시간대에 들어오게 돼서, 다들 관심이 많고 본인 스스로 느끼는 부담도 클 것 같다. 그간 ‘무한도전’ 시청자들의 변화를 많이 겪어왔다. 시청자층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새 프로그램으로 포맷이 정해진 후에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고, 열심히 하라고 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Q. 언제 돌아올지, 돌아온다면 어떤 프로그램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데.
자신 있게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렇게 끊게 된 것에 대한 아쉬운 생각은 든다. 시즌이고, 아니고에 대해서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다. 제가 아직 머릿속에 어떤 구상이 없는 상황이다. 시즌으로 오겠다고 해버리면 또 숙제가 된다. 자유롭게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었고, 이것을 회사에서 받아들이고 큰 기회를 준 것이다. 회사에선 큰 손해를 예상하면서 저에게 준 것이라, 그 값진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고 싶은 생각이 크다.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대중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이 분명한 것들로 꼭 인사를 드리고 싶다.

Q. 평균 이하의 사람들이 모였다는 기획 의도, 현재 달성한 것 같은지.
이 프로그램 어떻게 가면 좋을지 기획 의도를 보니 모호한 표현들이 많았다. 그래서 캐릭터를 잡아가려고 했다. 처음에는 평균 이하의 사람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그걸 벗어난 것 같다. 부족한 사람들의 도전이 아니라, 예능에서 할 수 있는 도전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Q. 그동안 사회적인 메시지들을 많이 던졌는데,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을 꼽자면.
저희가 결론을 내리려던 것은 아니고 사회와 함께 고민할 문제들을 던지긴 했었다. 역사, 대체 에너지, 선거 제도, 법안 발의 등이 있다. 저희가 받은 사랑에 대해 삶에 기여할 수 있으면 하는 욕심들이 있었다. 간혹 계몽주의적으로 보여서 비판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1년에 한 번씩은 우리의 임무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다.

Q. 멤버들과 다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지.
멤버들도, 저도 돌아올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우선은 멈춘 상황이다. 돌아오려면 보여줄 수 있는 총알이 많이 준비돼야 하는 상황이다.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예능에 대한 세계관이 조금씩 다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을 때 어떻게 리얼 버라이어티가 사랑을 받을까를 고민했다.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어제도 이야기했었는데, 그걸 찾게 되면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희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돌아오게 되면 실망감을 드릴 수가 있어서,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Q. 스스로 돌이켜 봤을 때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
가끔 큰 특집들이 있었다. 칭찬을 많이 받고 끝냈던 특집들인 가요제, 배달의 무도, 역사 특집들을 하고 나서 호평을 받았을 때는 이걸 마지막으로 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큰 특집을 하고 나면 소진이 많이 돼서, 그 다음 특집을 준비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칭찬을 해주시는 것보다 당장 다음주를 고민했다. 프로레슬링 때도 그랬다. 이대로 ‘무한도전’이 끝났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저에겐 하나하나 좋았고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는다.

Q. 포상휴가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스태프, 멤버들을 한 번에 모으는 게 어려웠다. 행선지는 괌이다. 3박 4일로 하려니, 멤버들과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 이번엔 스태프들과 다같이 먼저 간다. 멤버들과는 차후에 모여서 좋은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날짜를 언제로 하면 좋을지 이야기만 했다.

Q. 다른 곳에서 러브콜을 받은 적이 있었는지.
찌라시들을 많이 들었다. 제작사를 차려주겠다는 소문도 있었다. 저는 ‘무한도전’에서 일하는 PD로만 생각했었다. 오히려 타사에 일하는 후배, 작가, 스카우터분들을 만나면 본인들이 자랑하는 것들을 MBC로 옮겨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우리의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소재로 삼았다. 지금까진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었다. 최근에도 연락을 받은 것은 없었다. 지금으로썬 당분간 가정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Q. 마지막 특집을 ‘보고 싶다, 친구야’로 정한 이유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보고 싶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열린 결말이 ‘무한도전’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다.

Q. 향후 MBC에서 하게 될 일은.
회사의 배려로 쉴 수 있게 됐지만 출, 퇴근은 해야 한다. 우선 쉬면서 준비 기간을 가지려는 의미다. 뭔가를 채울 시간이 얼만큼인지 정확히 답하기 애매한 상황이다. MBC 후배들이 준비하는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에 순서를 기다릴 것 같다.

Q. ‘무한도전’처럼 장수할 것 같은 프로그램을 꼽자면.
요즘 대중 매체에서 연령을 뛰어 넘어 사랑 받는 프로그램 만들기가 어렵다. 모든 콘텐츠를 보진 못해서 쉽게 이야기하진 못하겠다. 주어진 시간 동안 프로그램들을 챙겨보겠다. 지금은 딱히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

Q. MBC 파업이 있던 당시, 어떤 마음으로 동참했었나.
MBC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대의에 공감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었다. PD로서는 프로그램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그 이후에는 프로그램에 다시 전념하면서, 어떻게 하면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생각했던 것 같다.

Q. 종영 날짜가 31일인 이유는.
MBC의 결정을 따라야 했던 상황이다. MBC의 봄 개편에 맞춰서 31일로 정했다.

Q. 그동한 ‘무한도전’을 사랑한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항상 사랑해주시고, 기다려주시고, 기대해주셔서 감사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컸다. 13년이라는 긴 인연인데, 멤버들의 각자 활동을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멤버들도 아직 현실로 받아들이긴 힘들겠지만, 시간에 익숙해지면 또 빠른 시일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 질책이 싫어서 귀를 닫은 적은 없다. 저희도 잘 알고 있다. 비판을 받을 것도 알고, 재미없는데 재밌는 척 예고를 만들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웃어 넘겨주셔서 상당히 감사했다. 촬영하면서 저희도 재밌었던 적은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저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너무 큰 성장을 했다. 내일 인사를 잘 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마지막 방송도 열린 결말로 끝난다. 다들 이별을 아쉬워한다. 다시 또 만남도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고민을 해보겠다. 끝으로 저는 앞으로도 MBC에서 일을 할 것이고, ‘무한도전2’는 저도 나중에 하면 좋겠고, 유재석 씨와 사이가 틀어지지도 않았다. 이 세 마디면 될 것 같다.

한편 ‘무한도전’은 오는 31일 마지막 회를 선보인다.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