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라디오 로맨스' 김소현, "스무 살의 일탈? 한강에서 치맥하고 싶어요"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앳됐던 양반집 규수가 어느 덧 스무 살의 아름다운 여성이 됐다. 아역 시절부터 다양한 연기를 펼쳐왔던 김소현은 이제 그 벽을 완전히 넘어 아름다운 여성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KBS2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는 26살의 라디오 작가 송그림으로, 본인보다 6살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작품 속에서 노련하게 폭탄주는 만드는 모습은 '그 어렸던 배우가 어느새 벌써?'라는 생각에 시청자들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제니스뉴스와 김소현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KBS2 ‘라디오 로맨스’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지난 작품인 ‘군주’때와는 다른 밝은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어가던 김소현과의 순간을 지금 이 자리에 전한다.
Q. ‘군주’ 종영 인터뷰 때와 비교해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캐릭터에 사연이 있으면 연기하면서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제가 수호(윤두준 분)를 위로해주는 역할이어서 한결 마음이 편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게 좋았고요. 안아주거나 따뜻한 대사를 할 때도 ‘시청자분들에게 진심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진심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잠시나마 송그림이었던 시간 동안 어땠어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작품이 끝나갈수록 즐거웠어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현장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송그림이었던 시간 동안 힐링 되고, 행복한 시간이었고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Q. ‘라디오 로맨스’가 성인 연기 필모그래프의 첫 시작이에요.
스타트이기 때문에 어설프기도 하고 부족하지만 첫 시작이라는 데 의미가 커요. 저대로 이번 작품을 통해 얻어 가는 것도 있고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감사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헤어스타일에 변화도 줬고, 초긍정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처음이었어요. 결혼까지 했고요(웃음). 풋풋하고 설레는 연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저도 설렜어?? 낯설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신선하다”고 해주셔서 좋았어요. 앞으로 ‘천천히 가야겠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급해지면 조바심 나서 판단력이 흐려지잖아요. 천천히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시간과 나이에 맞게 연기를 해가고 싶어요. 아역 이미지를 천천히 걷어가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차근차근 보여드리고 싶어요.
Q. 그만큼 시청률이 아쉬울 것 같아요.
많이 아쉬워요. 그리고 너무 죄송해요. 제가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었는데, 시청률이 잘 나왔더라면 함께 작품을 만든 스태프분들에게 보상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히려 스태프분들이 그런 이야기 없이 항상 똑같이 대해 주셔서 저희도 밝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Q. 여섯 살이나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외적인 부분에 고민이 많았어요. 제 나이의 앞자리는 바뀌었지만 외모는 크게 차이 없잖아요(웃음). 파격적일 수도 없었지만, 그대로의 모습은 ‘기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적인 부분도 어려워서 ‘해왔던 연기와 성인 연기와 차이가 뭘까’라는 생각도 했고요. ‘나이보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려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스타일링은 성숙하게 연출했지만, 연기는 송그림의 상황과 관계, 감정처럼 기본적인 부분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그림이가 “파란 하늘이 빨간 하늘로 바뀌는 시간입니다”라는 대사를 해요. 그런 부분들을 오그라들지 않게 최대한 담백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Q. 노력했지만 오글거림이 힘들었던 대사가 있다면?
극 중에 그림이가 사용하는 ‘당신’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게 특히 어려웠어요. 당신이라는 말은 30대도 잘 안 쓴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 단어가 그림이라서 쓰는 단어처럼 느껴졌고, 어떻게 표현해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힘이 들어가면 부자연스러울 수 있어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편하게 표현했어요. 그리고 윤박 오빠가 편한 분위기를 주는 캐릭터다 보니까 맞춰진 거 같아요.
Q. 윤박 씨가 종영 인터뷰에서 "소현 씨와 나이차가 안 느껴졌다"고 했어요.
김소현은 차이를 엄청 느꼈을 거라는 댓글을 봤어요(웃음). 그런데 저는 박이 오빠가 말했던 것처럼 별로 느끼지 못했어요. 오히려 박이 오빠가 저를 좋아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너무 어리게 느껴져서 ‘감정이입이 될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오빠가 워낙 연기를 잘해서 이강(윤박 분), 송그림 캐릭터 자체를 표현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도 오빠가 순수한 면이 있어요. 엉뚱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스스럼없이 의견을 공유할 수 있었어요. 차이를 느꼈다면 아는 노래가 다른 정도였어요. 그래서 서로 놀리기도 했고요(웃음).
Q. 성인 연기다 보니까 술 마시고, 폭탄주를 만드는 장면이 있어요.
대본에 ‘암바사주’, ‘일출주’ 같이 폭탄주 만드는 신이 있어서 영상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 감이 안 와서 현장에 계시는 바텐더 분들이 모션을 알려주셨어요. 소주잔을 맥주잔 위에 올려서 소맥을 만드는 건 매니저님이 알려주셨고요. 알고 보니 고수시더라고요(웃음). 촬영하면서 제가 소주잔이랑 술을 들고 있으니까 낯설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어요. 재미있었어요.
Q. 주량은 어느 정도예요?
성인이 되고 나서 아직 친구들과 마셔본 적은 없어요. 엄마와 맥주 반잔 정도 마시거나 밥 먹을 때 와인 한 잔 정도 마셨던 게 다예요. 다음에 뵈면 주량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Q. 윤두준 씨와 ‘슈크림 커플’이라는 애칭이 붙었어요. 호흡은 어땠어요?
슈크림 커플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의아했어요. 그런데 점점 애착이 가더라고요. 사실 두준 오빠랑 초중반까지는 티격태격하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을 연기해서 그런지 서로 친해지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장난도 치고 웃으면서 마음을 열게 됐어요. 오빠가 장난도 쳐줘서 고마웠고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편해서 수호라는 캐릭터에게 감정도 느껴지고 위로도 잘 해주고 싶었어요.
Q. '라디오 로맨스' 멤버들끼리 사이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끼리 있는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두준 오빠가 "먼저 나가는 사람은 뒷담화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네가 제일 먼저 나갈 거 같아"라고 하기도 했어요. 모두 오빠들인데, 이렇게 친해진 경우도 드물잖아요. 그래서 더욱 오래 만났으면 좋겠어요.
Q. 드라마 종영하고 다 같이 만난 적도 있어요?
저는 아직 나간 적 없어요. 저번에 다 같이 만나자고 했는데 저만 못 갔거든요(웃음). 이전에는 일이 끝나면 집에서 쉬는 게 당연했어요. 외출하는 걸 좋아하는 편도 아니지만, 자유롭지도 않았거든요. 하지만 20살이 됐으니까 이제는 외부로도 활동할 거예요.
Q. "어렸을 때 많이 놀아야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하지만 조심할 것도 너무 많아요. 전 모범적인 이미지가 강하다고 봐요. 풀어준다고 노는 성격도 아니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차단 할 때도 많았어요.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다 보니 점점 안 놀게 됐어요. 하지만 이젠 선배들의 말도 이해가 되요. 이른 나이지만 저를 위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부도덕적인 것만 아니라면 해보고 싶은 건 해보고 싶어요.(웃음)
Q. 지금 가장 해보고 싶은 일탈이 있다면?
친구들이랑 벚꽃을 보러 가거나 한강에서 치맥을 해보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여행 가는 것도 저에게는 큰 도전이에요. 만약에 여행을 간다면 내년에 가야 할 것 같아요. 외국이면 더 좋을 것 같고요.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잖아요(웃음). 가깝게 제주도라도 좋고요.
Q. 소현 씨에게 20대 여배우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가 사극을 많이 했으니, 이제는 현대극을 하고 싶어요. 로맨스 코미디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저는 20대고, 에너지 있는 밝은 나이잖아요. 그래서 대학생 역할 같은 예쁘고 풋풋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아역과는 다르니까 어울리든 아니든 여러 연기에 도전하고 싶고, 다양하고 풍부한 이미지였으면 좋겠어요. 사람으로서 배우고 싶어서 대학을 진학한 거고요.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연기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대를 알차게 보내서 30대는 단단한 사람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좋겠어요.
사진=이앤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