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독전' 조진웅 ① "연기? 발가 벗고 치부를 드러내는 것"

2018-06-05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 조진웅이 영화 ‘독전’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조진웅이 연기한 ‘원호’는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마약 조직의 수장 ‘이선생’을 쫓는 형사다. 독(마약)을 파는 독한 놈들과 독한 전쟁을 펼친 조진웅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기는 발가 벗고 내 치부를 드러내는 것"

조진웅은 영화 현장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쩌면 즐긴다기 보다는 삶의 이유를 찾는 곳과 같다. 늘 감정을 소모하여 연기하지만, 현장에서 에너지를 얻기에 그곳에 숨을 쉬고 자신의 존재를 찾는다. 사실 연기는 조진웅에겐 지신의 속내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조진웅은 매일매일 현장의 동료들에게 자신의 치부까지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괜찮다. 그들은 그에게 부모형제만큼 가까운 사람이고, 그렇기에 현장은 그에게 살가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연기라는 건 제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거다. 연기가 별로라고 이야기하는 건, 제가 살아가는 게 별로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발가벗고 제 치부까지 드러냈는데,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배우는 다른 의미로 연기를 하는 기술자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 작품과의 교감이 필수다. 그러려면 제 이데아를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 그래서 현장은 제게 살가운 수 밖에 없는 공간이 된다”

"감독과 배우는 하나의 유기체"

그래서 조진웅은 ‘독전’의 이해영 감독을 믿고 갔다. 영화 현장에서 감독이 가지는 몫은 절대적이다. 많은 의미와 결정권을 부여한다. 자신의 모든 걸 오픈 했을 때, 그 모습을 가장 먼저 바라보는 사람이다. 하여 믿음이 절대적이다. “어제 늦게까지 이해영 감독과 한잔 했다”고 전하는 모습 역시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느껴졌다.

“어쩌면 감독은 부모형제보다 가까운 관계다. 최초의 연기를 보여주고, 그걸 컨펌 받는다. 그렇기에 제 모든 걸 공유해야 한다.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런 의미다. 그런 사람을 못 믿는다? 그러면 영화 작업이 안 된다. 유기적인 교감이 필요하다. 제가 감독의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된다면, 감독은 잎이 되고, 열매를 맺어낸다. 스태프도 마찬가지다. 제가 ‘이 장면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하면, ‘그것도 모르는 너는 아웃!’이라고 할 사람이 없다. 같이 고민하고 도와준다. 우리가 같은 흙 속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영화계 대표 애주가가 술을 끊은 이유

이해영 감독과 한잔 했다기에 되물었다. 배우 하정우의 말을 빌어 “영화판에서 술이라고 하면 1, 2위를 다툴 최고의 선수”라고 칭송 받은 조진웅이다. 하지만 조진웅은 영화 ‘독전’을 준비하면서 단호하게 술을 끊었다. 이유는 단 하나, 원호를 그려내기 위해 다이어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장을 사랑하고, 촬영 후에 한잔 하는 것을 애정하는 그에게는 ‘독’이 됐을 ‘전’장이 바로 ‘독전’이었다.

“감독님의 요구가 있었다. 원호에게 ‘유분기 없는 마른 장작 같은 느낌’을 원했다. 답은 한 가지, OK였다. 결국 촬영 내내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 감독님과의 약속이었다. 아마 후배들이 힘들었을 거다. 술자리가 많았는데, 저는 ‘너희들은 한잔 더 해, 너네 그거 마신 거로는 술 마신 거라고 할 수도 없어’라며 마시지 않았다. 하하, 다시는 못할 일이다”

다이어트도 힘들 일인데, 술을 끊는 건 얼마나 힘들었을까? 특히나 애주가로 알려진 그에겐 더욱 그랬을 일이다. 그래서 ‘금주를 원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수 많은 애주가’를 대표하여 물었다. “단기간이었지만, 대체 어떻게 술을 참았을까?”

“촬영이 끝나는 12월을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영화에서처럼 침대에 앉아서, 싱글몰트를 마시며 시가를 피울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독전’을 떠나 보내는 거야’라며 그 상황을 그렸다. 하지만 다시 이야기하는데, 정말 다시는 안 할 거다. 감독님, 배우들과 한잔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영화 작업을 같이 했다는 건, 같이 살았다는 이야기다. 같은 감정을 교감했다는 이야기다.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며 한잔 하는 게 저의 행복이다”

▶ 2편에서 계속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