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성별·종족 뛰어넘은 배우들의 1인 다역(종합)

2018-06-15     임유리 기자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김태형 연출, 지이선 작가가 연극열전을 통해 뭉쳤다. 창작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통해서다.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들이 성별, 종족까지 뛰어넘은 연기를 선보인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프레스콜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지이선 작가를 비롯해 배우 서현철, 오용, 장이주, 양소민, 김도빈, 이진희, 손지윤, 주민진, 권동호가 참석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지난 2009년 출간 이후 전 세계 35개국에서 천만 부 이상 판매된 동명의 스웨덴 소설을 원안으로, 국내 창작진을 통해 창작 연극으로 거듭난 작품이다. 100세 생일날 잠옷 차림으로 양로원을 탈출한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훔치면서 펼쳐지는 황당한 에피소드와 과거 100년 동안 의도치 않게 근현대사의 격변에 휘말리며 겪어온 스펙타클한 모험이 교차된다. 

소설 속 100년의 역사를 두 시간 반 남짓한 공연 시간 내에 담다 보니 연극은 주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압축했다. 이에 소설보다 쉽고 간결해진 반면 다양한 연극적 장치를 최대로 활용했다.

지이선 작가는 “원작 소설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까 고민하다가 가장 연극적 세팅은 역시 배우들을 괴롭히는게 아닌가 생각해서 다양한 역할을 한 배우가 소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라며, “고양이 몰로토프의 이야기와 알란이 창문을 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원작 소설에 없는 내용을 추가했다. 인생에 대한 위로의 이야기를 보태려고 했다. ‘함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강화하려고 했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지이선 작가의 말처럼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알란이 약 한 세기에 걸쳐 전 세계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뿐만 아니라 코끼리, 강아지, 고양이까지 약 60여 명의 주요 인물들을 소화한다. 특히 몇몇 배역은 남녀를 더블 캐스팅해 눈길을 끌었다. 남자 역할을 여자 배우가, 여자 역할을 남자 배우가 연기한다. 

이에 대해 지이선 작가는 “예전부터 김태형 연출과 해보고 싶었던 거다. 성별과 전혀 상관없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연극적 약속이 충분히 그걸 다 소화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라며, “이 작품 자체가 코미디이기 때문에 1인 다역 하면서 성별이 희화화되기 쉽다. 남녀 더블캐스팅을 통해서 그 벽을 깰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연령, 성별, 종족을 넘나드는 1인 다역에 배우들은 입을 모아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배우 서현철은 “선입견 가질까봐 소설책 아직도 안 읽어봤다. 게을러서 안 읽은 건 아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복잡한데 어떻게 연극으로 할 수 있을까, 영상으로 하려나 했었다. 배우들은 조금 피곤하지만 용서될 수 있는 연극의 장점을 최대한 다 이용한 것 같다. 사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땀 흘린 만큼 관객이 보는 에너지가 있어서 흘린 만큼 보람이 있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권동호는 “겉치레가 없어지니까 진짜 진심이 생길 때라 있더라. 아인슈타인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 역할을 맡았는데 연출님께서 익히 알고 있는 희화화된 모습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나로 했더니 생각하지 못했던 진심이나 대사의 톤이 나와서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지이선 작가는 “(작품이) 20세기에서 21세기 넘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21세기는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 자체로써도 그런 부분에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라며, “남녀 더블캐스팅을 무모하게 한 부분이 있다. 배우들이 여러가지 역할들을 수행하면서 성별도 상관없이 하는게 쉽지 않다. (그래도) 그런 부분들 하면서 소위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수평으로 올리려는 서사, 연극적 약속을 제시해보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작품의 매력 포인트로 배우들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흘리는 땀”, “연극적 에너지와 감동”, “남녀노소 불문하고 치유받을 수 있는 주옥같은 대사” 등을 꼽았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오는 9월 2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연극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