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블락비 박경 ① “음식-사랑-음악에서 느낀 ‘인스턴트’를 곡으로”

2018-06-25     변진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오랜만에 박경이 솔로 앨범으로 돌아왔다. 늘 그랬듯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곡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박경은 언제나 곡에 대한 만족감과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솔로 가수이자 프로듀서로 대중에게 인정 받았다. 솔로곡 ‘보통연애’, ‘자격지심’, ‘너 앞에서 나는’ 그리고 블락비의 ‘예스터데이(YESTERDAY)’, ‘떠나지마요’ 등 여러 곡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다.

하지만 그간 보여줬던 곡들과 이번 곡은 달랐다. 솔로곡으로 들려줬던 ‘박경표 사랑노래’가 아닌, 블락비로 추구했던 악동적인 이미지도 아닌 세련되고 리드미컬한 노래로 변신을 꾀했다. 스스로를 “보컬 포지션이 아니었다”라고 말했지만, 한층 발전한 박경의 보컬 또한 돋보인다.

최근 제니스뉴스와 박경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솔로 앨범 ‘인스턴트(INSTANT)’ 발매 기념 인터뷰로 만났다. 이날 박경은 “오랜만에 다시 솔로를 낼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좋고, 즐겁다”며 소감을 전했다.

Q. 그간 박경 씨가 작업한 곡들이 많았어요. 이번 곡은 전혀 다른 느낌인데, 변화의 계기가 있나요?
그동안 제가 만들었던 노래의 주제들이 ‘사랑에 국한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 걸 이야기하는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었죠. 그러다 ‘인스턴트’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그 성질이 매력적이라 작업하게 됐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 매력을 느낀건지 궁금해요.
요즘 시대랑 잘 맞는 단어라 생각했어요. 요즘 사람들을 보면 음식이던, 사랑이던, 인간관계던 인스턴트한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작업해봤어요. 평소에 매력적인 단어들을 핸드폰에 많이 적어둬요. 인스턴트라는 단어도 제 핸드폰 메모장에 자리잡고 있던 키워드 중 하나였죠. 곡을 쓰기 전에 항상 키워드를 정해두고, 그 키워드를 어떻게 풀어갈지 생각하거든요. 인스턴트 자체에 대해 ‘잘못됐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도 그 안에 살고 있지만, 거기에 적응하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다 아무렇지 않은데 난 적응을 못하나 봐”라는 가사가 나오기도 했고요. “고백을 해야 사귀는 줄 알았는데 답장 없으면 요즘은 헤어진 거라매”라는 가사도 있어요. 저는 “너랑 나랑 1일이야”라고 하면 사귀는 세대였는데 요즘엔 ‘썸’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그러다 연락이 뜸해지는 그런 관계가 생겼잖아요. 그런 내용들을 담은 가사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Q. 편곡도 트렌디한 스타일을 추구한 것 같아요. 편곡에서 신경 쓴 부분은요?
이번에 밴드 음악을 넣어보고 싶어서 그쪽으로 신경을 썼어요. 너무 밝아지진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 곡의 주제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전에 했던 음악에서 어쨌든 변화하고 싶은 생각으로 편곡했어요.

Q. 미니앨범을 준비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왜 1개의 곡만 발표하게 됐나요.
제가 쟁여놓고 작업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1곡을 만들면 빨리 노래를 들려주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곡을 들려드리다가 나중에 미니를 낼 수도 있겠죠. 사실 가이드만 나와도 참지 못하고, 빨리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성격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이번 곡의 경우 큰 틀을 잡는 시간은 일주일 정도였고, 편곡이나 디테일하게 가사를 다듬는 시간은 1달 정도 걸렸어요.

Q. 1곡씩 발표하는 추세가 많아진 현 가요계도 인스턴트화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90년대 곡들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명곡들이 많잖아요. 지금도 명곡들이 탄생하고 있지만, 90년대처럼 회자되진 않는 것 같아요. 음악 차트도 인스턴트화 됐다는 생각은 해요. 회자되기 힘든 시장구조를 가진 것 같아요. 물론 그 안에 저도 살고 있기 때문에 그게 잘못 됐다고 보진 않아요.

Q.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네요. 블락비로 활동할 때 길게 머리를 붙였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블락비 활동 때는 그 콘셉트에 맞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로로 할 때는 또 제가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잖아요. 이번엔 깔끔해 보이고 싶었어요. 블락비로는 악동 이미지가 있고, 당시에 ‘쉘위댄스’에 어울리는 머리였죠.

Q. 이번에 방송활동 계획은 없다고 들었어요. 무대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나요?
방송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딱히 없고요. 솔로로 방송활동을 했던 적이 없었어요. 라이브 콘텐츠 영상을 준비 중이에요. 오프라인 상에서 하는 공연들도 보러 와주시면 좋겠어요.

Q. ‘보통연애’, ‘자격지심’ 등 솔로곡이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어요. 이번엔 처음 준비할 때보다 조금 더 마음 가짐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그때랑 변한 것은 대중에 대한 포커스가 줄었다는 거예요. 그땐 무조건 차트에 들어가고 싶고, 대중적으로 빅 히트를 치고 싶었죠. 지금도 그런 마음이 없진 않지만 그땐 그게 더 컸어요. 이번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흘러가는 대로 만든 곡이에요. 많이 계산하지 않고 만들었어요.

Q. 그럼 이번 곡으로 얻고 싶은 반응은요?
박경이 사랑 노래만 하는 가수는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사실 제가 ‘문제적 남자’로 많이 알려지면서 음악하는 사람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거든요. 문제 푸는 사람으로만 아는 분들도 계셔서요(웃음). 제 노래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좋아요. 물론 대한민국에서 똑똑한 이미지를 갖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주객전도가 된 것은 조금 아쉬워요.

Q. 물론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곤 했지만 차트를 보게 될 텐데요. 어느 정도로 기대하시나요?
순위보다 별점이 높았으면 좋겠어요. 차트가 높아도 별점이 낮은 경우도 있고 그렇잖아요. 순위도 물론 안 중요하다고 할 순 없지만요. 별점이 높다는 건 저에 대한 평가가 좋다는 거니까요.

Q. 지난 앨범 때 솔로 콘서트를 개최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어요. 이번엔 실현이 가능할까요?
준비는 아직 안 하고 있어요. 제 생일이 곧 다가와서요. 생일 팬미팅 때 부를 곡들을 먼저 준비 중이에요. 최근에 회사에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지금까지는 사실 제 곡 수가 콘서트를 하기엔 부족했거든요. 이번엔 곡도 조금 생겼고, ‘복면가왕’에서 불렀던 노래도 있고, OST도 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솔로 가수 박경은 어떤 가수이고 싶나요?
그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가수가 아닐까 싶어요. 밴드 음악이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발라드가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요. 제약 없이 하고 싶어요. 감성적인 보컬도 하고 싶은데요. 원래 보컬 포지션이 아니라서 노래 실력을 조금 더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2편에서 계속

 

사진=세븐시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