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변산' 김고은 ② "최근 가장 개완한 일? '변산'을 만난 것"

2018-07-04     이혜린 기자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 김고은이 이제 자신의 색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고은은 지난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하며 바로 주연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껏 없던 마스크, 그리고 특유의 깨끗하고 맑은 분위기를 타고 충무로의 별로 떠올랐다.

'은교'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김고은은 바쁘게 움직였다.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때 많은 연기를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성난 변호사' 등을 거쳤고,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로코에도 도전했다. 연기력 논락이나 캐스팅 논란도 겪었지만, 여러모로 약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김은숙 작가와 함께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를 통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제 김고은은 또 하나의 거장을 만났다. 바로 이준익 감독과 영화 '변산'이다. '변산'은 '동주', '박열'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김고은은 고향 변산을 잊고자 하는 무명 래퍼 '심학수'(박정민 분)'를 강제 소환하는 '진선미'(김고은 분)'로 분했다.

제니스뉴스와 김고은이 지난 6월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제는 더 이상 신인의 자세가 아니라 모든 것에 책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김고은이었다. '변산'에 푹 빠진 듯 대화 현장까지 청춘물의 한 장면처럼 그리던 그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1편에 이어

Q. 이준익 감독과 처음 만났다.
이준익 감독님은 너무 멋진 어른이다. 선배들이 이준익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나면 행복했다고 해서 늘 궁금했었다. 촬영하다 보면 예민한 순간들, 실수들이 나올 수 있는데 '상황이 안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게 됐다.

감독님이 가진 힘이 있다. ‘변산’도 그런 순간들은 있었지만, 감독님은 그냥 호탕하게 웃어넘기셨다. 현장에서 이준익 감독님이 가장 큰 어른인데, 그렇게 해주셔서 모두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Q. 촬영을 하며 혼난 적은 없었는지.
혼난 적은 없다. 오히려 함께 했던 배우들 모두 칭찬 듣는 것을 몸서리쳤다. 중고등학교 친구들처럼 “왜 그러냐”며 막 대하는 현장이었다. 감독님께서도 “너무 대단하세요”라고 말씀드리면, “차라리 디스 받고 싶어”라고 하신다(웃음). 

Q.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첫 느낌은?
기분이 좋았다. 읽고 ‘와’하는 느낌과 함께 색다른 감정이었다. 특히 ‘미경’(신현빈 분)이 ‘용대’(고준 분)에게 양아치냐고 묻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재미있다 보니 ‘변산’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다.

Q. 가장 와닿았던 대사가 있다면?
'값나가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진 말어'다. 살아가고 싶은 삶의 이상향이 막연하기만 했는데, 이 대사가 그걸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값나가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는 계속 바뀔 것 같다. 그렇지만 후져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 것 같다.

Q. 전작인 ‘도깨비’가 잘 돼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부담도 있었지만 너무 감사했다. 이응복 감독님, 김은숙 작가님, 선배님들을 따라가기만 했다 보니 감사가 컸다. ‘도깨비’ 이후 인지도가 생겨 저를 봐주시는 분들도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임이 무겁기도 했다.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지. 
중요한 요소는 많겠지만, 우선으로 점검해야 하는 건 배우 본인의 생각인 것 같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스스로의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욕심이 나는 작품들도 있겠지만,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에 잘 맞고, 할 수 있는 수준을 바라봐야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Q. 자신을 객관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맞다. 그래서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스스로를 점검하고, 힘들수록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을 습관화하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이어리를 썼는데, 그것도 지금 행동의 일종인 것 같다.

Q. ‘계춘할망’ 인터뷰 때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목표가 ‘성장’이라고 했다. 이후 성장의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는가.
'은교'로 데뷔했는데, 그때 21살이었다.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이미 주연은 됐는데 너무 부족했다. 당장 많은 걸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은 모든 경험을 해보고자 했다.

그런데 그 생각은 '계춘할망' 때까지였던 것 같다. 그때 '너는 더 이상 신인이라고 생각하면 안돼'라고 마음속으로 정의 내렸다. 이제는 제 몫 이상을 해내야 하는 연차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신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모든 것에 조금 더 신중하려고 노력한다.

Q. 최근 가장 개완했던 일은 무엇인가. (‘개완하다’는 ‘개운하다’의 전라도 사투리)
‘변산’을 한 것. 진짜 말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 있어 좋은 에너지와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