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미스 함무라비' 류덕환 ② "류덕환을 기억하지 말아주세요"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배우 류덕환이 더욱 깊어진 매력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6년 3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좋은 모습 돌아오겠다던 류덕환이 안방극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군인 티는 벗었냐”는 질문에 “얼마 전에 재입대하는 꿈을 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직까지 모니터링이 부끄럽다는 류덕환은 경력만 해도 27년 차인 베테랑이다. 아역배우로서 어린 시절 내내 배우 활동을 해온 류덕환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천하장사 마돈나’, 드라마 ‘신의’, 연극 ‘에쿠우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특히 '신퀴폐인'이라는 마니아층을 형성한 ‘신의 퀴즈’의 시즌 5가 나온다는 소식에 류덕환의 제대 후 행보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얼굴을 드러낸 그의 모습이 더욱 반갑다. 연극 ‘낫심’으로 복귀한 류덕환은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로 본격적으로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3부 우배석판사 ‘정보왕’(류덕환 분)으로 분한 류덕환은 캐릭터의 능청스러운 모습을 맛깔나게 살려냈다. 특히 ‘정도 커플’로 걸크러시 속기사 ‘이도연’(이엘리야 분)을 향한 ‘정보왕’의 로맨스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포인트였다.
류덕환과 제니스뉴스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극중 '정보왕'을 닮은 듯한 재치 있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던 류덕환. 그와 나눈 유쾌한 대화 현장을 이 자리에 전한다.
Q. ‘미스 함무라비’ 속 이엘리야와의 커플 케미가 좋았다.
처음에는 썸 타는 신을 찍기 전에 서로 안 친한 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은 그렇지 못했다(웃음). 누가 마음을 표현할지 눈치싸움도 많았는데, ‘보왕’이처럼 제가 먼저 했다.
엘리야와는 성격이 반대다. 저는 현장에서 지켜보는 스타일이지만, 엘리야는 장난기도 많고 활발하다. 그래서 더 잘 맞았다. 지향하는 지점도 비슷했다. 그래서 믿음이 있었다. 몇 안 되는 여배우분들과 촬영했지만 잘 맞았다.
Q. 주변 반응은?
엘리야가 나오는 ‘쌈, 마이웨이’를 군대에서 봤다. 그래서 후임들에게 많이 연락 왔다. 제가 잘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웃음). 자신과 생활했던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으니 신기하고 부러워했다.
Q. 특히 ‘정도 커플’의 계단 키스신이 화제였다.
대본에는 ‘키스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멋있게 하고 싶어도 ‘보왕’이는 그 와중에도 배려할 거 같았다.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멋진 키스신을 만들어 내자가 아니라 서로의 매력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열중쉬어 자세는 애드리브다. 현장에서 바로 나왔다. 계단이어서 다가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Q. 첫 데이트신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뛰는 신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처음으로 “연기를 잘한다”고 했다. 슬랩스틱도 많이 한 것 같다. 그런 장면을 좋아한다. 진심으로 했는데 웃음을 유발하는 건 진실되게 표현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의 해맑은 웃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도연’으로서 처음으로 여성의 감정을 보여주는 신이어서 더욱 좋았다.
Q. 류덕환에게 ‘미스 함무라비’란.
재미있으려고 봤다가 반성하게 되는 작품이다. 그런 일을 겪어서 그런 게 아니다. ‘세상에 관심 없게 살고 있구나’를 느꼈다. 나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고, 나만의 삶을 위해서 살았던 건 아닌가 싶었다. 그만큼 제가 ‘가슴 털 부장’ 이야기처럼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Q. ‘신의 퀴즈 시즌 5’는 출연 확정인지.
작년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작가님과도 이야기했다.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제작진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건 맞다.
Q. 차기작 계획은?
작품을 보고 있다. 다음 작품을 볼 때마다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욕심을 부리는 게 맞는지, 원하는 걸 하는 게 맞는지, 나이에 맞는 게 맞는지 고민이다. 지금까지 제 나이에 선택할 수 있는 걸 많이 한 것 같다.
사실 드라마라는 매체를 어려워한다. 적응하는데 어렵고, 어렸을 때와 달라 겁내기도 한다. 그런데 2년 동안 군대에서 생활하면서 후임이 “병장님이 전역했는데 TV에서 보면 반가울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 꽂혔다. 그래서 드라마를 택했다. 20대 때는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작품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대중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싶었다.
Q. 요즘 류덕환이 하는 고민이 있는지.
키가 왜 안 클까?(웃음) 농담이다. 엘리야도 키보다 더 큰 걸 가진 배우라고 했다. 최근 여행을 다녀오며 느낀 부분이 많다. 한국에 있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던진 스트레스도 있었고, 내가 만든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풀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술 먹고 잊은 건 아닌가 싶었다. 여행이 그걸 푸는 계기였다. 자신에 대해 관대하게 살았고,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너무 욕심만 채운 것 같다. 본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Q.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몰타를 꼭 가고 싶다. 우연히 책에서 봤다. 작은 나라인데 어학연수를 많이 가는 나라였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가 섞여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게 특색인 나라다. 제가 하는 일이 그렇다. 연기라는 것을 할 때 수집하고 모방해서 새로운 걸 만든다. 그게 맞아떨어지는 나라다.
Q. 연애에 대한 관심은?
관심은 많다. 이상형이 있었던 적은 없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본다. 분명한 건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해 감추는 스타일은 안 좋아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좋다.
Q. 군대에서 걸그룹도 좋아했을 것 같다.
마마무랑 레드벨벳이다. 레드벨벳 친구들이 신인이고, 제가 군대 가기 전에 광고를 찍은 적 있다. 촬영하고 얼마 뒤에 군대에 갔는데 친해질 걸 후회했다. 그리고 마마무는 화사가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Q. 앞으로 함께 작품을 하고 싶은 여배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전도연 선배님, 정유미 씨와 연기해보고 싶다. 엘리야와도 다시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 이전에 김혜수 선배님과 작품을 했는데, 붙는 신이 많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드러내지 않아도 표현이 되는 여배우가 너무 좋다. ‘여배우’라는 단어를 책에서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아름답고 고결한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여배우는 ‘권리를 내뿜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과 작품을 하고 싶다.
Q.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변하지 않은 게 있다. 류덕환을 기억하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연기하며 뿌듯한 순간은 류덕환은 기억 못 하지만, 작품을 기억할 때다. 행복하고 즐겁다. 그런 작업을 위해서 제 모습을 숨기기보다는 제가 아닌 모습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가진 달란트를 가지고 촬영하는 것보다는 경험하는 과정이 아이템이기 때문에 사람을 표현하는 것에 욕심 있다. 류덕환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포부다.
사진=신경용 포토그래퍼(스튜디오 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