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인랑' 강동원 ① "특수 갑옷, 완전 군장보다 무거웠다"

2018-08-01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강동원이 다시 늑대가 됐다. 다만 예전 ‘늑대의 유혹’에서 우산을 씌워주던 달콤한 늑대가 아니다. 특수 갑옷을 입고 묵직한 총을 난사하는 인간 늑대 ‘임중경’이다. 남산 타워에서 뛰어내리고, 적을 제압할 때 자비란 없다. 하지만 갑옷을 벗은 임중경은 다르다. 사랑하는 여인 ‘이윤희'를 바라보는 모습은 다시금 옛날 늑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강동원이 ‘인랑’과 마주하는 시간은 꽤 오래 걸렸다. 첫 단계가 2012년이었지만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여러 사정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던 건 김지운 감독을 향한 믿음 덕분이었다. 그리고 정우성-한효주-김무열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 ‘じんろう’(진로)를 한국형 SF 영화 ‘인랑’으로 탄생시켰다.

스턴트 중 70~80%를 직접 소화하는 등 많은 고생을 했을 강동원과 제니스뉴스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인랑’에서부터, 한국 영화계의 현실, 그리고 곧 있을 할리우드 진출까지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간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늑대의 유혹’에 이어 다시 한번 인간 늑대가 됐다.
전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말들이 나온다. 하하. 늑대가 커서 늑대 인간이 됐다거나, 어린 늑대가 군대에 갔다고 한다. 

‘인랑’의 제작 기획은 꽤 오래 전에 이뤄졌던 작품이다. 캐스팅은 어느 시점이었는지? 초반이었다면 꽤나 오랜 기다림이었다.
기획은 2012년이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제가 출연하기로 했었다. 준비하다가 “이번엔 못 들어 가”라고 하고, “이번엔 ‘밀정’ 해야 해”라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초능력자’ 다음 작품이 ‘인랑’이어야 했다.

자꾸 다른 작품 때문에 스케줄을 미뤄서 배가 조금 아팠겠다.
전혀. 저도 다른 작품 많이 했으니까 괜찮았다. 오히려 제가 더 많이 했다. 하하. 무엇보다, 김지운 감독님과 작업한다는데 안 기다릴 사람은 없을 거 같다.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방과후 수업을 했다던데.
저한텐 안 보냈다. 감독님께서 제게 캐릭터 이야기를 한 건 딱 한 번인 거 같다. 촬영 후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너무 차가워 보인다, 조금 더 뜨거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제가 생각했던 임중경은 그렇게 뜨거운 사람은 아니었기에, 보다 표현을 더 해달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원작은 언제쯤 봤을까?
대학교 때 기숙사에서 봤던 것 같다. 캐릭터가 무서운 인간 병기였다. 반면 한편으론 인간의 모습도 가지고 있는, 그래서 고민이 많은 캐릭터였다. 어딘가 측은하게 느껴졌고,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엄청 많이 없다는, 과묵한 캐릭터라는 느낌이었다.

대사 없는 캐릭터라 연기에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많이 답답할 거라는 걸 알았다. 대사가 없으면, 맨날 똑같은 연기를 하는 것 같고, ‘지금 맞게 연기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흔들리지 말자’고 처음부터 각오했다. 

원작과 다른 설정이 꽤 많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설정은.
엔딩이다. 원작의 엔딩은 주인공들이 아무리 고민해봤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결국 시키는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게 허무했다.

전작 ‘골든슬럼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원작의 엔딩이 너무 허무했기에, 한국 ‘골든슬럼버’가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무래도 일본 정서가 그런 지점이 많다. 전체에 매몰된 개인을 그려낸다. 하지만 한국은 그것과 다른 것 같다. 한국은 어떻게든 극복을 해내야 한다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액션의 분량이 많다. 특히 전투 갑옷을 입고 찍는 분량이 꽤 많은데, 대역과 직접 연기한 부분이 어느 정도 될까?
전 액션도 엄청 중요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액션도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액션 영화이니까, 가장 중요한 연기가 액션이었다. 폭파만 없으면 거의 다 제가 직접 한 거 같다. 분량으로 이야기하긴 애매하지만 70~80% 정도 됐다. 그런데 우리 영화가 화약을 많이 쓰긴 했다. 하지만 제게 튈 부분이면 스턴트께서 해주셨고, 제가 안 튀는 부분은 제가 직접 했던 것 같다.

제작진은 아무래도 만류했을 거 같은데.
제작진은 제가 직접 안 하는 걸 원하고, 감독님은 하는 걸 원하셨다. 하하. 확실히 사람마다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그림이 다르게 나온다. 저도 처음엔 ‘꼭 내가 해야 하나?’ 싶었는데, 결국 ‘내가 하긴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인랑’이라면 무엇보다 특수갑옷의 의미가 남다르다. 갑옷을 입었을 땐 늑대로, 벗었을 땐 인간의 모습이 그려진다. 갑옷을 입었을 때의 느낌이 너무 궁금하다. 특히 앞은 보일까 싶었다.
당연히 안 보인다. 눈 주변의 미세한 구멍들이 있는데 거기로 지켜본다.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잘 보이지도 않는데, 액션을 하라고 한다. 뛸 때도 바닥 보고 뛰었다. 앞이 안 보인다.

무게가 상당했다고 들었다.
디자인만 봤을 땐 굉장히 입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입어보고 물어본 게 “이게 이렇게 밖에 안 되냐”였다. 그만큼 무거웠다. “군대 행군 때도 이렇게 무거웠나”라는 이야기를 우리끼리 했었다. 배낭을 안 메면 조금 괜찮았다. 헬멧도 안 쓰면 훨씬 나았다. 헬멧에 호스가 달려 있어서 고개도 안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정말 완전군장보다 더 무거웠고, 온몸이 짓눌려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1~2주 되니까 적응이 됐다.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었겠다. 흔히 사극 촬영할 때 복장 때문에 물도 적게 마신다고 한다.
사극은 비교도 안 됐다. 그건 그나마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다. 이번엔 해체의 개념이었다. 옆에 두세 사람이 달라붙어서 해체를 해줬다. 그럼에도 물을 적게 마신 건 아니다. 탈수가 올까 봐 오히려 물을 많이 마셨다.

캐릭터를 위해 태닝도 했다던데.
얼굴은 하지 않았고, 몸만 했다. 평소에 까무잡잡한 피부 톤을 선호하는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태닝 기계에 처음 들어가봤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편했다. 시간도 10분 정도라, 노래 두 곡 듣고 나오면 끝이다. 온도는 요즘 날씨보다 조금 더 뜨거운 정도? 신기한 건 아무것도 안 입고 들어간다는 거다. ‘한 번 더 들어갈까?’라고 생각 중이다.

▶ 2편에서 계속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