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 ① "예전에는 외모, 지금은 대화 통하는 사람 좋아"

2018-08-08     이혜린 기자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박서준이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흥행으로 이끌며, 다시 한 번 '로코킹'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드라마 제작 전 소설과 웹툰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대개 원작이 있는 작품은 아무리 멋있는 배우가 캐스팅되더라도 기존 독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달랐다. 원작의 팬들과 드라마 속 시청자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으며, 8%대의 시청률로 인기를 입증했다.

이는 박서준의 영향이 컸다. '이영준'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유명그룹 부회장, 현실성 없는 과도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였다. 하지만 박서준은 자신 있었다.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 포인트, 싱크로율에 초점을 맞췄고 이영준을 박서준화 하는데 성공했다. 박서준과 함께 로맨스를 그린 박민영과 열애설이 날 정도였다. 

시청자를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에 퐁당 빠뜨린 박서준과 제니스뉴스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아직까지 자신을 향한 칭찬이 어색하게 다가온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코 장인'으로 거듭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박서준과 나눈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늘 하던 대로 했다. 착오 없이 잘 끝나서 스태프들과도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다. 영준이와 미소, 둘의 이야기가 8할 이상이다 보니까 모든 스태프들과 대면할 시간이 많았다. '그녀는 예뻤다' 연출팀이어서 더욱 즐거웠다. 

Q. 이번 작품을 선택한 동기는?
'사자'라는 영화 촬영을 시작하는데, 남는 시간 동안 그냥 있기에는 몸이 근질근질하기도 했다. 기간에 할 수 있는 작품을 보던 와중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초본을 받았다. 그걸로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역할에 매력을 느꼈다. 가장 끌린 건 캐릭터였다. '언제 이런 역을 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되는 설정을 가진 캐릭터를 내가 표현하면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Q. 싱크로율에 대한 부담에도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웹툰 속 캐릭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다. 눈이 그렇게 큰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자신 있었던 이유는 실사화 시켰을 때 관계의 호흡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인물의 설정이 어떻든 간에 '감정을 느끼는 포인트는 인간이라면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순간들을 살려주면 과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도 정당성과 설득력을 가질 것 같았다. 

Q. 실제로도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들었다.
평소 저는 결과물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하고, 최소한의 아쉬움만 남기려고 한다. 그리고 제 자신에게 비관적이고 냉정하다. 하지만 영준이는 그럼에도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 저에게는 부족했던 부분이었다.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아끼는 태도가 부족했다. 영준이를 보며 '나를 혹사시키지 않았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칭찬을 들으면 정말 어색하다(웃음).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아직 스스로 너무 부족한 것 같다. 

Q. 영준이의 외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옷차림과 헤어가 원작에 나와있어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최대한의 접점을 찾고 싶었다. 의상도 거의 95% 이상 제작해 입었다. 그런 부분도 캐릭터를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덥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쓰리피스에 넥타이를 하는 등 완벽하게 입는 게 캐릭터의 아이덴티티 같았다. 끝까지 고수하려고 했다.

Q. 목소리는?
약간 누른 것도 있다. 배우라면 '자기 복제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가짐이 있다. 제가 원래 추구하는 연기톤은 자연스럽고 일상생활 속 캐릭터다. 그런데 이번 캐릭터는 설정이 세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안에서 자연스러움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제 장점을 융화시키면 또 하나의 캐릭터가 탄생할 것 같았다.

Q. 애드리브도 있었는지?
애드리브 투성이었다. 흐름에 영향이 있는 애드리브는 안 했고, 웃음을 드릴 수 있는 포인트를 넣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하며 딱 1번 탔다. 원래 놀이기구를 잘 탄다. 그리고 그 롤러코스터는 과거에 6번 연속으로 타서 노선도 알고 있었다.

영준이는 놀이기구를 타며 반응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히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빵 터지셨다. 오히려 힘든 장면이 있었다면 바이킹이었다. 내리고 나서 계속 어지러웠다.

마지막에 프러포즈할 때 '그대 내 품에'라는 노래의 선곡도 했다. 익숙한 노래는 다른 작품에서 많이 다뤄서 고민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친구 중에 음악 하는 친구가 많이 도와줬다.

Q. 오글거리는 대사도 많았다. 
'영준이 이 녀석'이라는 대사는 원래 '이영준 이 녀석'이다. 그런데 친한 친구도 성까지 붙여서 부르지 않는 것처럼 너무 딱딱해서 떼어버렸다. 

그리고 늘 "김비서"라고 하다가 "미소"라고 하는 포인트가 어색했다. 6회 엔딩에 "미소였으니까. 김미소였으니까"라는 부분이 나온다. 그 말이 제일 안 나왔다. '9년 동안 몇 번이나 "미소"라고 불렀을까' 생각했다.

Q. 종영 후 박민영과 열애설이 났고,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고 밝혔다.
훗날에 대비해서 전했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와전된 것 같다. '특정 인물 간의 열애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가 아니가 '앞으로 인생에 있어서 열애 가능성을 열겠다'는 의미였다. 당장이 아니다. 제가 누군가와 열애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가능성을 닫고 싶지 않다. 

Q. 공개 연애할 생각도 있는지?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Q. 본인이 꿈꾸는 사랑이나 이상형이 있을까?
예전에는 외모를 굉장히 많이 봤다. 그런데 정해진 대답 같지만 요즘에는 대화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의 모든 걸 털어낼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것 같다. 코드도 잘맞아야 한다.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이상형 같다. 

그리고 순애보가 좋은 것 같다. 30대 초반이니까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된다. 이제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니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 2편에서 계속


사진=어썸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