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로이킴 “목소리, 제 음악의 지문이랄까요?”

2018-09-19     변진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역시 예상했던 대로다. 로이킴의 신곡은 공개 직후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로이킴만의 감성을 극대화 한, 쌀쌀해지기 시작한 가을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우리 그만하자’는 음악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8일 로이킴은 ‘우리 그만하자’를 발표했다. 이 노래는 로이킴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으로 지난 2월 발표해 큰 사랑을 받은 '그때 헤어지면 돼'의 뒷이야기를 담았다. '그때 헤어지면 돼'의 '그때'가 온 것처럼 사랑한다는 말도 똑바로 못하게 돼버린 커플의 현실을 담은 가사가 인상적이다.

물론 호성적을 소망하기는 했지만 예상하진 못했다. 늘 그랬듯 로이킴은 직접 곡을 작업하며자신이 좋아하는 느낌과 감성을 들려주려고 했고, 그게 음악팬들에게 통하길 바랐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으로 ‘이별’ 자체를 곡의 주제로 삼았고, 그간 발표했던 곡들 중 가장 높은 음역대를 자랑한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여러 목소리를 연구하고 창법을 발전시켰다.

제니스뉴스와 로이킴이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카페에서 신곡 ‘우리 그만하자’ 발매를 기념해 만났다.

Q. 이번에도 직접 쓴 곡이에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나요?
지금까지 이별 노래나 굉장히 슬픈 곡은 낸 적이 없어요.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죠. 가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리고 제가 낼 수 있는 소리를 계속 발견해가고 있는데요. 그냥 진성이 있었고, 그냥 가성이 있었으면 이번에는 그 사이에 머물러 있는 목소리를 찾으려고 했어요. 지금까지 나왔던 노래 중엔 가장 높은 음까지 올라가요. 또 악기들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어요. 기타를 베이스로 최소한의 악기로 곡을 채우는 데 집중했어요.

Q. ‘그때 헤어지면 돼’에서는 연인을 붙잡았다면, 이번에는 헤어지네요. 곡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느낌인데 의도한 건가요?
그걸 노리고 했던 건 아닌데요. 회사에서 홍보하려고 하니까 그렇게 이어지더라고요(웃음). ‘그때 헤어지면 돼’는 권태기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이제 그게 지나고 헤어질 시간이 와서 그걸 이겨내려는 한 남자의 모습을 담았어요. 애써 쿨한 척하면서 ‘우리 그만하자’라고 이야기하죠. 사실은 처량하고 아픈 사람이지만요.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야 했어요. 가사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제 이야기만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제 이야기만 담기에는 한정적인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경험한 것들을 표현하려고 해요. 물론 제가 경험하고 보고 느낀 것들이 스며들어가 있죠.

Q. 그동안 잘 선보이지 않았던 이별 노래를 이번에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꼭 이번에 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고요. 그냥 제가 썼던 곡들 중에서 이 노래가 좋았어요. 작년 겨울에 쓴 곡이라서요. 항상 어떤 노래를 낼 때, 그때 마음에 드는 곡을 냈던 것 같아요. 어떤 계산을 한들 소용이 없더라고요. 사실 ‘그때 헤어지면 돼’의 경우도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는 기대 없이, 그냥 제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팬들이 들을 수 있는 곡을 선물로 주려고 냈던 거였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너무 잘 되니까 진짜 어떤 곡이 잘 되고, 아니고를 잘 모르겠어요.

Q. 음역대가 굉장히 높아요. 라이브로 소화하기 어렵겠어요.
진짜 장난 아니에요. 어쨌든 제가 쓴 노래기 때문에 많이 어렵지는 않아요. 가성, 반가성, 진성을 많이 넘나드는 곡이에요. 목이 풀린 채로는 가능한데요. 예를 들어 ‘봄봄봄’ 같은 곡은 목이 안 풀려도 부를 수 있는데, 이번 노래는 라이브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요. 그렇다고 제 노래인데 낮추면 또 안되잖아요.

Q. 곡을 작업할 때 본인의 취향과 대중성, 어떤 점에 더 포커스를 맞추나요?
타이틀곡을 고를 때 막연히 ‘나는 이 노래가 좋아’라고 해서 고르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이 제 노래를 들었을 때 좋아야 저도 좋거든요. 곡을 작업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이 노래는 조금 수록곡 같아’라고 하면 저도 그 영향을 받아요. 결국 마지막 결정은 제가 하지만요.

Q. 로이킴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강점은요?
제 감성을 스스로 정의하기엔 어려운데요. 제 목소리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늘어가는 것 같긴 해요. ‘복면가왕’을 하면서도 그걸 느꼈고요. 그래서 제 목소리가 음악의 지문이라고 할까요? 제 목소리로 아이덴티티가 생기는 것 같아서 엄마, 아빠한테 고마워요. 목소리는 진짜 타고나는 것 같아서요. 물론 노래를 하고, 늙으면서 창법이 변하기도 하더라고요. 일부러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슈퍼스터K’ 때는 경연을 하고 다음 날에는 소염제를 맞으러 가서 목의 붓기를 뺐는데요. 지금은 21곡 가량의 콘서트를 하고 다음 날에도 할 수 있는 정도가 된걸 보면, 목도 근육인지라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Q. 계속 학업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요. 대학교를 졸업한 후 행보가 궁금해요.
지금 1학기 남았거든요. 일단 2013년 이후로 1년 내내 한국에서 활동한 적이 없어요. 1년은 진짜 제 몸을 불태웠다 싶을 정도로 음악에 얽힌 일만 해보고 싶어요.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했거든요. 졸업한 후에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군 복무도 가야 할 때 갈 거고, 대학원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따로 하고 싶은 공부도 많아서요. 서른이 되기 전에 할 것들이 너무 많네요.

Q. 음악이 아닌 학업이 곡 작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요? 
제가 지금 사회학과인데요.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 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도 생각 중이에요. 사회학과에서 공부하면서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완전히 다른 사람들의 환경까지 이해하기는 어렵잖아요. 사회학과에서는 사회 문제점들을 배우고, 여러 삶에 대해 세세하게 공부해요.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공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Q. 미국에서의 활동도 염두하고 있나요?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죠. 영어로 쓴 노래도 차곡차곡 쌓고 있거든요. 앨범이 나올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 미국에서 계속 활동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만 일단 앨범은 내고 싶어요. 외국 시장은 한번에 빵 뜨는 게 아니라서요.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이 늘 거고, 천천히 팬층이 쌓일 것 같아요. 밴드와 함께 미국 투어를 하는 것도 저의 꿈 중에 하나예요. 지금도 미국이나 유럽 투어를 하자는 제안이 오는데요. 거기서 제가 ‘봄봄봄’이나 ‘그때 헤어지면 돼’를 부르고 싶진 않아서요. 그 나라의 언어로, 그곳의 아티스트로 노래를 부르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요.

Q. 그 외에 서른이 되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요?
너무 많아요. 우선 이집트, 인도는 꼭 갈 거고요. 해외에서 내는 앨범도 20대 초반부터 얘기했던 건데 아직 못했어요. 일본어도 배우는 중이고요. 프랑스어도 배워야 하고요. 복근도 만들어야 해요(웃음). 지금이 아니면 나중엔 답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거만 다 해도 30살이 될 것 같아요.

 

사진=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