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아는 와이프' 차학연 ① "실제 연애 스타일?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요"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시작하고 끝나기를 반복하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들 속에는 연기하는 아이돌 '연기돌'이 존재한다. 과거 연기돌은 연기력 논란이라는 혹평으로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연기돌은 비주얼과 비주얼로 시청자들에게 동시에 인정받으며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그룹 빅스의 엔이자 배우 차학연이 그렇다.
얼마 전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종영했다. 배우 지성, 한지민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가 있었다. 차학연이다. 할 말은 꼭 하고 넘어가는 신입사원 '김환'을 연기해 얄미운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차학연이 선보인 김환의 매력은 여기까지가 아니었다. 드라마로 연애를 배운 풋풋한 반전 매력을 그려 김소라와의 설레는 사내 연애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3초 키스'는 설렘의 끝판왕이다.
차학연은 지난 2012년 빅스로 데뷔한 7년 차 아이돌이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여유롭고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겠지만, 촬영장에서는 빅스의 리더 엔이 아닌 신인 배우다. 때문에 차학연은 '아는 와이프'의 김환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했다고. "연기할 때는 아이돌의 모습을 잠시 내려놓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한껏 드러냈다.
제니스뉴스와 차학연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아는 와이프'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또박또박 단정한 말투로 연기 활동에 대한 포부를 전하며, 자신의 목표를 전한 차학연의 이야기를 지금 공개한다.
Q. '아는 와이프'를 무사히 마쳤다.
'끝나는 시간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빠르게 다가왔다. 많이 아쉽고, 시원섭섭하다. 그리고 정말 먹먹하다. 그만큼 깊이 담겨 있었다. 현장에 정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힘들 정도다. 애정이 많이 담긴 작품이다.
Q. '아는 와이프'는 시간을 소재로 다뤄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역할을 정해놓지 않고 오디션을 봤다. 감독님께서 저와 비슷한 또래들 사이에서 저를 보시고 환이라는 친구 대본을 읽어보라고 하셨다. 그때 환이를 처음 만났다. 그래서 대사를 했는데 현장에서 정말 얄밉다고 웃으셨다. 얄밉게 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고 했지만, 그 말에 한 번 더 웃으시면서 잘 어울린다고 하셨다(웃음).
Q. 환이를 소화하며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께서 환이가 마냥 미워 보일까 봐 걱정하셨다. 밉지만은 않게 표현할 배우를 필요로 하셨다. 환이는 작품 속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또래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였다. 그래서 환이에게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Q. 빅스 멤버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을 것 같다.
막내 혁이가 얄밉다고 놀렸다. "어떻게 형의 얄미운 모습을 모아놨냐"고 했다. 주변에서도 극중 제 모습이 얄밉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환이는 저와 반대다. 저는 그렇게 리드미컬한 사람도 아니고, 화려한 패턴의 옷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헤어스타일도 그렇다(웃음). 환이를 표현하기 위해 제 모습을 빼려고 많이 노력했다.
Q. 실제 차학연의 성격과 비슷한 부분은?
일할 때는 저도 직설적인 편이다. 장난칠 때 나오는 말투가 환이와 비슷하기도 하다. 외에는 저와 반대다. 그래서 환이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서 찾기도 했다. 멤버들 중에는 없다. 있었으면 같이 활동을 못 했을 것 같다.
제 나이가 이제 29살이다 보니까 직장인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한테 많이 물어봤는데, 환이 같은 캐릭터가 회사에 꼭 한 명은 있다고 했다(웃음). 그런 조각들을 맞춰 만들어 낸 게 환이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제가 조금 더 활발해졌다. 보통은 집에만 있는데, 환이를 겪으며 활동적인 면이 생겼다. 힐링도 됐다. 그리고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예뻐해 주시기도 했다.
Q. 밉지만은 않은 환이를 표현하는데 성공한 것 같다.
제 노력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저와 함께해준 배우분들 덕분이다. 환이를 귀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해주셔서 보시는 분들이 밉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느끼셨을 거라 생각한다.
Q. 얄미운 환이었지만, 김소라와의 '3초 키스'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랬는지 모르겠다(웃음). 사실 처음 키스신 대본을 받았을 때는 진했다. 그래서 리허설을 할 때는 진하게 표현했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저희 커플은 풋풋했으면 좋겠고, 뽀뽀 같은 느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제가 생각한 환이는 연애 경험이 많을 거라는 전제가 있었다. 그런데 보시는 분들은 아니었다. 연애 경험이 미숙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연애를 배워서 하는 캐릭터로 다시 잡았다. 그래서 '3초 키스'는 조금 더 설레고, 실패하기도 하고, 풋풋한 모습의 키스신이었다.
Q. 차학연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저는 정말 직선적이지 못하다(웃음). 부드럽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연인이나 친구에게나 좋아지면 고민이 많다.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좋게는 배려, 안 좋게는 소심한 것 같다. 하지만 만나고 나서는 솔직해지는 편이다.
Q.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가?
이상할 정도로 처음부터 잘 맞았다. 원래 동료였던 것처럼 웃겼다. 손종학 선배님, 박원상 선배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실 정도였다. 리딩을 하는 날에 회식과 노래방에 갔다. 다음날도 그랬다(웃음). 그래서 확실히 편했다. 캐릭터들이 잘 표현됐다.
김소라 씨와도 편했다. 직장동료 같았다. "맞춰 볼래요?"라는 말을 꺼내는 자체가 불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저를 대해주셨다.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Q. 지성과의 호흡도 중요했겠다.
첫 신이 지성 선배님과의 촬영이었다. 병원에서 만나서 침대를 발로 차는 신이었다. 제가 "사고 났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냐"고, "사고도 좀 치지 말라"고 한다. 틱틱대고 대화가 왔다 갔다 하는 신이었다.
저는 정말 긴장이 됐다. 그런데 현장에서 여유가 없는 저에 비해 선배가 베테랑답게 저를 배려해주셨다. 저에 맞춰 연기를 바꿔가는 모습에 저도 여유가 생겼다. 더 몰입을 할 수 있었고, 몇 년 봐왔던 사이처럼 연기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저도 '상대 배우에게 저렇게 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생각날 정도로 감동이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말 많다. 생각나는 웃긴 게 일화가 있다. 회의실 신을 긴 테이블에 앉아 촬영했다. 선배님들이 먼저 촬영을 하고, 저에게 촬영이 넘어오는 순간부터 저를 웃기셨다. 그래서 NG를 5번이나 냈다. 지점장님은 꽃받침을 하시기도 했다(웃음). 저는 좋았다. 예쁨 받는 거 같고, 편했다.
Q. 누군가가 500원을 주면서 시간을 돌릴 기회를 준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처음 연기하던 '호텔킹'을 촬영할 때로 가고 싶다. 부담과 깊이를 가지고 시작하고 싶다. '아는 와이프'가 아니었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어린시절로 돌아가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고 했을 거다.
그리고 그 때로 돌아가면 여전히 빅스일 거다. 저와 함께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둔 채로 마음만 바꾸고 싶다. 철쭉소년도 그대로 좋은 추억이다(웃음).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