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요지경] 공블리-완판녀에서 믿보배-스릴러퀸으로, 공효진 변신 추천작 9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다른 해와 다를 바 없었지만, 달력의 맨 앞자리 숫자가 1에서 2로 넘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시끄러웠던 해였다. 지구종말, Y2K 등 아마 지금의 10대들에겐 가당치도 않을 이야기들이 그땐 화제가 됐다. 때는 1999년, 어느덧 20년 전쯤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이다.
굳이 케케묵은 1999년을 끄집어 낸 이유는 배우 한 명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그의 이름은 공효진. 1999년 ‘여고괴담2’로 데뷔한 공효진은 무려 20년, 강산이 바뀌어도 두 번 바뀌었을 시간 위에 정말 꾸준하게 우리 곁에서 연기를 펼쳐내고 있는 진짜 배우다.
그만큼 작품도 많았고 보여진 모습도 많았다. #공블리로 불리며, 알콩달콩 사랑의 감정을 우리에게 속삭였다. #완판녀 라는 수식어와 함께 패셔니스타로 여성들의 워너비로도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유독 여성에게 척박하다는 충무로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 영역을 넓혀가는 공효진은 이젠 믿고 보는 배우, #믿보배 공효진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여 이번에는 공효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3가지 키워드와 함께 9개의 작품을 소개한다. 워낙 다양한 매력이 있는 배우라 나의 최애작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20년간 쌓아온 수많은 필모그래피 속에서 정말 심사숙고 끝에 골랐으니,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작품으로 소개해 본다.
#완판녀 ‘패셔니스타’ 공효진
공효진은 큰 키와 길고 쭉 뻗은 팔다리를 자랑하며 패션지 모델로 활동,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특유의 캐쥬얼 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공효진만의 스타일을 펼쳤고, 일찌감치 패션감각을 인정받으며 패셔니스타로 떠올랐다.
그 결과 여러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며 영화와 드라마 속 패션은 물론이고 시상식, 사복까지 공효진의 모든 패션은 대중들에게 관심사가 됐다. 특히 드라마 ‘파스타’ 양털 목도리, ‘프로듀사’ 뷔스티에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유행템을 만들어내며 패셔니스타 공효진이라는 파워를 짐작케 했다.
영화 ‘미쓰 홍당무’(2008)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고, 이경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작품. 안면홍조증을 앓는 여자주인공 ‘양미숙’이 오랫동안 사모해 온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한 남자 선생의 사랑을 얻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묘사한 코미디 드라마 영화다. 최종 관객수는 539,101명. 사실 이 영화에서 공효진의 패션은 사상 최악에 가깝다. 단색 점퍼에 월남치마, 말 그대로 촌스럽다. 하지만 그마저도 공효진이 입으면 이 또한 다르다는 걸 보여줬기에 이 영화를 꼽아봤다.
MBC ‘파스타’(2010)
이선균의 “봉골레 하나!”와 공효진의 “예! 솁!”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는 드라마. 고든 램지를 연상케 하는 이선균의 독설과, 그에게 치이지만 자신 꿈을 이루고 결국 사랑까지 쟁취하는 공효진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은 21.2%. 이 드라마에서 공효진은 이른바 ‘파스타룩’이라는 말과 함게 모자와 목도리를 유행시켰다.
KBS2 ‘프로듀사’(2015)
‘프로듀사’에서 공효진은 연하이자 직장 후배로 분한 김수현의 순애보를 한 몸에 받아 많은 부러움을 샀다. 방송국 예능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효진의 연기는 왜 그가 생활 연기의 달인인지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은 17.7%. 이번 드라마에서도 공효진은 PD룩으로 뷔스티에와 초커를 유행시켰다.
#공블리 ‘로코퀸’ 공효진
공효진하면 단연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공블리’이다. 데뷔 후 ‘화산고’ ‘품행 제로’ 등 스크린을 통해 개성 강한 작품들에서 매력을 뽐내던 공효진은 드라마를 통해 로코퀸으로 자리매김 한다.
2003년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를 시작으로 ‘건빵선생과별사탕’의 ‘나보리’, ‘파스타’의 ‘서유경’, ‘최고의 사랑]’ ‘구애정’을 거치며 사랑스러운 공효진 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덕분에 공효진은 ‘공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 ‘질투의 화신’ 등 상대 남자배우와의 최고의 케미를 선보이며 ‘공블리 로코=시청률 대박’이라는 공식을 완성시켰다.
SBS ‘주군의 태양’(2013)
홍자매가 극본을 쓴 로맨틱 호러 코미디로, 공효진과 소지섭이 함께한 드라마. 인색하고 욕심 많은 유아독존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트라우마를 간직한 쇼핑몰 사장님 주중원과 음침하고 겁 많지만 영감이 발달한 태공실이 슬픈 사연을 가진 귀신들을 위령하러 다닌다. 최고시청률은 21.8%를 기록했다. ‘귀신을 보는 여성’이라는 독특한 콘셉트 아래 정말 무서운 귀신들이 나타나지만, 소지섭과 공효진의 러브라인은 그저 블링블링하기만 하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2014)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에 이어 김규태 피디와 노희경 작가가 네 번째로 의기투합한 작품. 각자의 마음의 상처를 가진 남녀가 만나 사랑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감싸안는 이야기를 그리는 로맨스 드라마다. 공효진은 불안장애 및 관계기피증을 앓고 있는 ‘지해수’로 분해 조현병을 앓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장재열’(조인성 분)과 러브라인을 펼친다. 독특한 소재인만큼 두 주인공의 사랑 전개 방식도 타 드라마와 궤를 달리 했다. 하지만 공효진과 조인성의 연기와 앙상블 덕분에 많은 마니아를 낳았다. 노희경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웰메이드 드라마. 최고 시청률은 12.9%.
SBS ‘질투의 화신’(2016)
질투하는 인간들의 망가져 가는 모습이 유쾌한 연애 코미디로 방송국 내 아나운서 ‘이화신’과 기상캐스터 ‘표나리’의 치열한 경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랑을 그린 드라마. 최고 시청률은 13.2%. 공효진에게 ‘로코퀸’의 칭호를 안겨준 ‘파스타’의 서숙향 작가가 다시 한번 공효진과 뭉쳤다. 남성 유방암, 무성욕자, 동거를 제안하는 여주인공 등 여러모로 색다른 시도가 많았던 작품이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함께 공효진-조정석 모두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믿보배 ‘연기 잘잘’ 공효진, 이젠 스릴러퀸으로
공효진이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탁월한 연기력과 뛰어난 작품을 고르는 남다른 감각을 꼽을 수 있다. 1999년 ‘여고괴담2’에 데뷔한 이후 2002년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송미래’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 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아이를 잃은 중국인 보모 ‘한매’ 역으로 미스터리하고 섬뜩해 보이는 인물 속에 감춰진 모성애의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로써 공효진은 제37최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되었다.
나아가 올 겨울 개봉하는 현실공포 스릴러 ‘도어락’을 통해 관객에게 돌아온다. ‘도어락’에서 공효진은 은행원으로 근무하는 평범한 30대 직장인 ‘경민’ 역을 맡아 실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자에게 쫓기는 인물의 섬세한 감정을 연기한다. ‘미씽’에 이어 ‘도어락’까지, 이젠 로코퀸에서 스릴러퀸으로 진화하는 공효진이다.
‘네 멋대로 해라’(2002)
16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손 꼽히는 수작. 양동근, 이나영, 윤여정, 공효진 등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이 엄청난 연기를 펼쳐냈다. 소매치기인 남자 주인공 ‘고복수’(양동근 분), 부잣집 딸임에도 인디 밴드에서 활동 중인 여주인공 전경(이나영 분)등 이 사회의 마이너한 캐릭터들이 선악과 관계 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작품에서 공효진은 오매불망 고복수를 뒷바라지 했음에도 서서히 전경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것을 지켜보는 송미래를 연기했다. 공효진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연기파 배우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2016)
유독 여배우에게 척박하다는 충무로에서,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두 명의 여성 배우가 열연을 펼쳐낸 영화. 지난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방문해 영화를 관람화면서 화제가 됐다. 이 작품에서 공효진은 워킹맘 지선(엄지원 분)의 아이를 돌보는 보모 ‘한매’를 연기했다. 한매의 기구한 인생부터, 모성애까지 절절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호평 받았다. 또한 영화 전체의 스릴을 조율하며 ‘스릴러퀸’의 면모를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도어락’(2018)
12월 개봉 예정인 ‘도어락’은 혼자 사는 ‘경민’의 원룸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현실공포 스릴러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현관문 밖의 공포를 스크린에 담았다. 이번 작품에서 공효진은 전체 분량의 99%에 등장하며, 원톱 주연으로서 맹활약한다. 추운 겨울 촬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다는 후문. 올 겨울 ‘스릴러퀸’ 공효진의 귀환을 기다리는 이유다.
사진=김경표 포토그래퍼(스튜디오 다운), 빅하우스 벤티지홀딩스, MBC '파스타' 방송화면 캡처, KBS2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 SBS, SM C&C, MBC '네 멋대로 해라' 방송화면 캡처,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