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나는 플레이어가 맞다” 케이윌, 오춘기 넘고 ‘무드 인디고’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데뷔 10주년을 맞은 케이윌이 선보이는 정규앨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강점인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보컬, 단단한 목소리로 리스너들에게 곡의 울림을 강하게 전하고자 했다.
스스로를 ‘플레이어’라 지칭한 케이윌은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싱글 단위가 아닌 여섯 트랙을 빼곡히 채워 선보인다. 영화 ‘무드 인디고’에서 영감을 얻은 앨범 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음악 무드도 다양하게 변하지만 음악에 대한 생각과 마음가짐은 그대로라는 케이윌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직접 프로듀싱에도 참여하며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타이틀로 선정된 곡은 ‘그땐 그댄’이다. 순수하게 사랑했던 시절에 대한 회상을 아련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곡으로, 케이윌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피아노와 현악 연주, 잔잔하게 파고드는 보컬, 드라마틱한 곡의 전개가 돋보인다.
제니스뉴스와 케이윌(K. will)이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타힐빌딩에서 정규 4집 파트 2 ‘상상;무드 인디고(想像;Mood Indigo)’ 발매 기념 인터뷰로 만났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이번 앨범 작업을 작업하면서 신경 쓴 점은?
음악이 트렌드에 따라 많이 변화하고 있다면, 지금은 예전보다 부르는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눈에 보이게 담긴 음악들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어떤 형태던 저의 참여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곡을 직접 써야겠다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참여도를 높이려고 했다. 그게 시대가 원하는 것이고 저도 하고 싶은 거였다. 저도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렇게 앨범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는 것까지 오게 됐다. 그 타이틀은 사실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나만의 앨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Q. 본인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리려고 한 건가?
저는 원래 리듬이 있는 흑인음악을 좋아하면서 컸다. 제 보컬, 소리가 주는 장점이 있어서 발라드를 많이 부르게 됐다. 매번 타이틀곡은 발라드, 리드미컬한 곡 등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이번에는 발라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그 가운데도 정통 발라드는 아니었으면 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운드를 담으려고 했다. 보컬은 약간 옛날의 제 보컬 스타일이 나게도 하면서 섬세함도 담고자 했다.
Q. 잘하는 것을 고수하는 것, 변화를 추구하는 것 중에 어떤 방향을 택했나?
저는 늘 나아가는 쪽을 택했다. 그 범위가 어느 정도냐, 들으시는 분들이 어떻게 느끼느냐의 정도의 차이가 있겠다. 돌이켜보면 케이윌의 입지 중에서 가장 장점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장르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조금씩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발라드 가수지만 무대 위에서 춤을 췄다는 것도 저에겐 큰 도전이었다. 제가 트로트를 하더라도 재밌게 받아들여주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그런 입지를 가져온 거에는 제 나름의 변화를 추구한 부분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늘 고민하고 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가수들이 마찬가지일 것 같다. 듣는 귀가 계속 변하고, 대중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거기서 진짜 고민을 많이 한다.
Q. 지난 앨범 쇼케이스 때, ‘오춘기’를 겪었다고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어떤가?
그 오춘기가 지금의 결과물을 만든 것 같다. 그때 오춘기는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큰 고민이었던 것 같다. 내 음악이 오래 사람들에게 들려지고, 시대가 지나도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어주려면 고집스럽게 나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그럼 내가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있었다. 그렇게 저를 누르다가 오춘기를 지났다. 뮤지컬을 했던 영향이 컸다. 데뷔하기 전에는 같이 노래하던 친구들과 연습하고 웃으면서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 데뷔하고 나서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 뮤지컬을 하면서 다른 배우분들이 소리를 내면서 노래하는 걸 보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거로 대화를 나누고, 노래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이 재밌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플레이어가 맞구나 싶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연습을 하러 가고 그랬다.
Q. 성적에도 신경을 쓰고 있을 것 같다. 현재 본인이 불러 인기를 얻고 있는 ‘뷰티 인사이드’ OST의 순위를 넘을 수 있을까?
차트는 알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세상에 당연한 게 없다. 예전에 ‘음원강자’, ‘음원깡패’라는 말을 듣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차트에 올라오는 이유들이 각자 다 다르다. 지금은 대중이 음악을 알게 되는 통로도 다양하다. 오늘도 트와이스가 나오고, 또 누가 나온다. 전쟁이다(웃음). OST가 잘 될 줄 생각도 못했다. 물론 드라마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발라드로 참여하는 OST고, 곡이 좋았다. 그래도 이렇게 쟁쟁한 상황에서 사랑을 받을 줄 생각도 못했다. 제 노래가 누군가에게 들려지고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 예기치 않은 일이건 계획한 것이던, 지금 상황에서는 OST와 함께 제 다른 노래들이 같이 오르면 좋을 것 같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Q. 연말 공연 관전 포인트는?
일단 제 공연은 늘 관객 친화적이다. 연말에 아까운 시간을 내서 제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께 ‘노래 잘한다’, ‘재밌다’ 이상의 것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한다. 덕분에 좋은 성과를 얻으면서 콘서트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올해 콘서트 10년 차 가수가 됐고, 해가 넘어가면 콘서트 10주년이 된다. 몇 달 전부터 준비했고, 투어로 이어질 예정이다. 감사하게도 회차가 늘어났다.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겠다.
Q. 발라드 가수인데 팬덤이 생기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팬에 대한 애정이 애틋할 것 같다.
응원봉이 나왔다. 아직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 팬클럽 이름은 제 별명인 ‘형나잇’으로 지었다. 응원봉이 되게 이쁘다. 손잡이는 네이비고 위에는 반짝거린다. SNS를 찾아보면 바로 알 거다. 팬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회사에서 저를 처음부터 팬덤형 가수로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많은 분들이 좋아할 수 있는 노래를 하려고 했다. 오래 활동하다 보니 저의 색깔이 생기고, 팬분들이 생겨 견고해졌다. 저를 생각해주시는 마음이 늘 감사하고, 생각하면 뭉클하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거다. 응원봉도 몇 년을 기획해서 만들었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