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인터뷰] 비보이는 '사람'이다, 진조크루 윙(Wing)의 이야기

2015-08-14     여혜란 기자

[제니스뉴스=여혜란 기자] '세계 최고'를 만났다. 결코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니다.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휩쓴 대한민국 비보이팀 진조크루(JINJO CREW). 이번에 만난 팀의 예술감독이자 '창립 멤버' 윙(김헌우)은 겸손했고, 프로다웠다.

한국 비보잉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런 만큼 대중들이 가볍게 오해하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서로 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올해 3월 정부 지원으로 탄생된 부천 소재의 진조크루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윙과 나눈 일문일답.

최근 있었던 '런던코리안페스티벌(London Korean Festival)'에 진조크루가 참여했는데.

사실 멤버들이 런던에 다녀왔고, 나는 개인스케줄로 가지 못했다. 듣기로는 현지인들이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5만 명 정도의 관객이 있었다고 한다. 원래 케이팝은 세계적으로 열풍이라 인기가 좋지만, 한국 비보잉 실력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번 런던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거나 신경쓴 점이 있다면

영국을 대표하는 비보이팀 소울 마버릭스와 비보잉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친선배틀을 했다. 쇼케이스 식으로 하는 파트도 있었고 한국의 국악, 사물놀이와 함께하는 콜라보레이션 무대 등 다양하게 준비했다. 아무래도 영국사람들이 '이런 게 한국문화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을 테고, 비보잉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중 하나라는 것을 알린 것 같다.

해외 비보잉을 많이 접했을 것 같다. 그들만의 특징이 있을까?

물론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힙합이나 브레이킹이 시작된 나라이니 춤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중동 같은 비보잉이 시작된지 얼마 안 된 곳들은 실력이 좀 부족할 수 있지만 열정만큼은 세계 어느나라 못지않다. 나라마다 문화와 생김새 등이 맞물리면서 고유의 춤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비보잉 동작들을 보면 어렵고 거칠어 보이는데, 연습 때 많이 다치기도 했을 것 같다.

실제로 독일에는 할머니 비보이도 있는데, 나이가 있고 몸이 불편하더라도 다룰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가 있다. 그런 걸 차근차근 습득하다 보면 고난이도도 도전해볼 수 있는 거다. 처음에는 화려함에 현혹돼 많이들 시작한다. 궁금하니까 호기심에. 그렇기 때문에 이론없이 부딪히다 보면 부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동작도 있지만 프로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창작을 한다. 그 경우 춤이 개발되는 과정이고 도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수로 부상이 있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비보잉을 깊이 알지는 못한다. 보면 '신기하다' 이 정도일 텐데, 대중들이 비보잉에 대해 오해하는 게 있다면?

여러 가지가 있다. 보통 대단하다고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 걔네 잘하지' 이런 가벼운 뉘앙스로 말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그래, 한국이 최고잖아. 너네 잘하지' 이런 식일 때가 많아서 한편으로는 허무할 때가 있다. 한국팀들이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소식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비보이들을 하나로 묶어버릴 때가 있다. 진짜 잘하는 팀을 보지 않고서, 혹은 두 경우를 다 보고서도 '아, 이 정도구나'하면서 한 번에 묶어 여기는 편견들이 있는게 좀 아쉽다. 좋은 공연과 퀄리티를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는데, 편견들이나 이미지가 가볍게 인식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조금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필요도 있다. 힙합하는 친구들이나 비보이들이 우리들만의 세상, 우리들만의 리그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는 거 같다. 서로 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려 우리 팀도 많이 노력하고 있는 단계다.

어릴 때 형을 따라 춤을 추기 시작했다 들었다. 진조크루의 리더인 친형 스킴씨 얘기다. 본인에게 형은 어떤 존재인가.

정신적 지주. 대부분의 형제들이 그렇듯 동생이 형을 많이 따라한다. 형이 춤을 추길래 바로 따라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지금까지 계속 둘 다 하게 됐다. 중간에 슬럼프가 오거나 힘든 순간에 나를 잡아줬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팀에서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멤버들이 각자 춤을 창조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예술가다. 개인도 있지만 단체적으로 쇼케이스나 퍼포먼스를 보여줄 때도 있는데, 형이랑 나랑 많이 얘기를 하고 멤버들과 의견을 맞춘다. 나는 퍼포먼스를 만들고 멤버 구성부터 음악, 콘셉트를 총괄한다. 외부에서 요구가 들어오면 거기에 맞춰 공연을 하기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 등 비보이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둘 다 좋다. 한국에서도 예전부터 많은 시도와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결국 실행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드라마와 영화 시장이 세계적으로 크고 사람들이 극장과 TV에서 접하는 거나 편하게 여가생활에서 접하는 거니까, 그런 콘텐츠는 출연이든 어떤 파트든 재밌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그런 게 나올 것 같긴하다. 요즘 오디션 프로도 많고, 여러 가지가 곧 만들어질 것 같다. 그러면서 춤이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이고 친근하게 다가가 힐링이 되거나 스트레스가 날라가는 존재였으면 한다. 앞으로 그런 프로젝트가 있으면 국내 대단한 댄서들이 많으니 모두가 협력해서 좋은 작품 하나 나왔으면 좋겠다.

비보잉하는 친구들이나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SNS로 조언을 많이 구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즐기는 거겠지만, 반대로 '이것만은 주의해라'하는 게 있다면.

무조건 내 말이 옳다고 할 수 없다. 내가 경력이 많이 생기고 오히려 드는 생각은, 하고 싶은 또 다른 일이 있는데 하나에만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고 싶은 게 진짜 춤이다'라면 목숨 걸어봐도 좋지만, 다른 게 또 있다면 그것도 한 번 해보고 다양하게 해봐야 '아닌 것'을 알 수 있는 거다. 확신이 있어야 한다. 끝까지 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하는 얘기다.

패션 얘기를 잠깐 하고 싶다. 추후 화보를 제대로 찍는다면, 어떤 콘셉트로 어떻게 하고 싶은가? 슈트를 입고 찍어도 좋을 것 같다.

좋다. 오히려 슈트를 차려입고 우아하게 나오는 동작을 해도 멋잇을 것 같다. 겉차림은 전혀 안 그런데 몸에서 나오는 '반대스러운' 동작. 구두를 신어도 춤은 출 수 있다. 평소 하는 모습은 피하고 싶긴 하다. 질렸다고 해야 하나. 겉으로는 댄서의 느낌을 버리고 가는게 재밌을 것 같다. 그런 비주얼에 모션을 취하면서 색다르게.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화보 콘셉트까지 정했다. 마지막으로 쉬운 듯 어려운 질문. 비보잉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이거 진짜 어렵다. 자주 받았던 질문인데 그때그때 달라진다.

당연히 그럴 것 같다. 한 단어로 정해놓고 사는게 아니니까. 지금 이 순간 생각나는 단어는?

요즘에 드는 생각은 '사람'인 것 같다. 그 사람 자체. 처음에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그 동작에서 다치면 다른 걸로 가고.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걱정없이 춤을 추다 허리가 나간 적도 있다. 그럴 땐 허리를 쓰지 않고 춰야한다. 추긴 춰야하니까.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그걸 받아들이고 스타일이 계속 바뀌고. 시작했을 때와 정점을 찍었을 때 등 굴곡이 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춤은 몸으로 받아들이는 거라 더 잘 바뀐다. 요즘엔 신체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지금, 비보잉을 한 단어로 얘기하자면 '사람'. 인생이라고 하면 좀 재미없으니 사람.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