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 더 벙커’에 황석희 번역가가 왜?(일문일답)

2018-12-18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 ‘PMC: 더 벙커’에 번역가 황석희가 참여해 화제다. 황석희는 ‘데드풀’ ‘스파이더맨: 홈 커밍’ ‘보헤미안 랩소디’ 등 영화에 잘싹 와붙는 번역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번역가다. 특히 영어 문화권의 스웨그와 비속어 번역이 그의 장기다.

그런 황석희가 ‘PMC: 더 벙커’의 시나리오 감수에 참여했다. 제작사는 “’시카리오’와 ‘데드풀’ 시리즈, ‘메이즈 러너’ 등 개성과 생동감 넘치는 언어를 그대로 한국어로 옮겨오는 세심한 작업을 인상깊게 보았고, 황석희 번역가의 자막은 영문 대사가 많은 ‘PMC: 더 벙커’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이에 황석희 번역가는 “외화 자막 작업을 할 때는 연출자의 의도를 명확히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PMC: 더 벙커>의 경우에는 감독님과 함께 하나하나 분석하며 대사에 담긴 의도와 뉘앙스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아주 속 시원 하고 즐거웠다. 번역가 입장에서 연출자의 의도가 왜곡 없이 녹아 있는 자막을 만들 수 있다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한편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 분)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되어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 분)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생존액션 영화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 이하 황석희 번역가와 일문일답

Q. 어떤 계기로 <PMC: 더 벙커>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는가?
한국 영화의 영어 대사 자막을 위해 외화 번역가를 동원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 영화에 나오는 자막과 외화의 자막은 길이나 줄바꿈, 문장 부호 사용도 다르고 표현이나 어투도 굉장히 다르다. 아무래도 자막만을 만지는 전문가의 손이 닿지 않은 자막이다 보니 외화 자막을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비효율적이고 어색한 면이 있다. 그래서 이번 의뢰에 흥미가 많이 갔다. 어디까지 외화와 비슷하게 쓸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Q. 평소 한국 영화보다는 외화 번역 작업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영화 작업을 하시면서 새로웠던 점이나 좋았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 있는가?
무엇보다 대사를 놓고 연출자와 의논할 수 있었다는 게 좋았다. 외화 자막을 쓸 때는 늘 연출자의 의도를 넘겨짚으며 작업할 수밖에 없는 사람인데 이틀이나 감독님과 머리 맞대고 꼭두새벽까지 자막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의논하는 과정에서 대사에 담긴 그 의도나 뉘앙스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아주 속 시원하고 즐거웠다.

번역가의 스타일에 연출자의 의도가 왜곡 없이 녹아 있는 자막이라니, 번역가 입장에서 이것보다 충실한 자막이 없을 거다.

개인적으로 정말 큰 도움이 된 것은 저도 외화 자막이라는 틀에 어느 정도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생생한 구어를 연출자와 논의하며 자막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전에는 생각도 못한 자막 스타일과 아이디어들을 얻게 됐다. 앞으로 그런 스타일을 제 자막에 녹여낼 기회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번역가로서 너무 뜻밖의 귀중한 소득이라 꼭두새벽까지 함께 일하며 정말 즐겁게 남아 논의할 수 있었다. 어쩌면 번역료보다도 그게 훨씬 큰 소득일지도 모르겠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