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뺑반' 류준열 ① "너드美? 안경이 어울린 이유는"

2019-02-06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지난 2018년 ‘리틀 포레스트’ ‘독전’을 통해 가장 실속있는 한 해를 보낸 류준열이 돌아왔다. 연기 평가, 작품성, 흥행까지 모두 거머쥐었으니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세 배우의 귀환이다.

영화 ‘뺑반’은 통제불능의 스피드광 사업가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의 고군분투를 그린 범죄오락액션 작품이다. 지난 2014년 ‘차이나타운’으로 독한 캐릭터 누아르를 선보였던 한준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뺑반’에서 류준열은 과거 폭주족이었지만, 개과천선 후 뺑소니 검거반의 경찰로 활약하는 ‘서민재’를 연기했다.

민재는 과거와 현재가 상반된 인물이다. 하여 마음 속엔 언제나 양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는 영화 전반과 후반, 상이한 모습으로 표출된다. 하지만 류준열은 그런 민재를 과하지 않고, 담담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영화의 본질을 훼손치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오롯하게 녹여내는 류준열의 장기다.

최근 제니스뉴스와 류준열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쌓여가는 필모그래피만큼 인터뷰 자리에서 더 여유로워지는 류준열과 함께한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동년배 중에 주연으로 가장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배우다. 주연이란 책임이 따르는 자리인데.
책임감은 무겁고 부담스러운 단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론 안 좋아한다. 책임지고 싶지 않다. 배우는 각자 한작품에서 맡은 바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 그것을 충분히 채우고 싶다. 그것도 어려운 일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 몫을 다하려고 많이 애를 쓴 거 같다.

그 덕일까? ‘민재’ 캐릭터가 참 멋있게 나왔다.
감독님께서 캐릭터 자체를 많이 힘을 주시고 애정도 많이 주셨다. 배우 입장에서 그것만큼 좋을 일도 없었다. ‘차이나타운’ 때부터 한준희 감독님의 색깔은 캐릭터 무비를 지향하셨던 것 같다. 덕분에 배우들 모두 만족하는 영화가 된 거 같다.

‘뺑반’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시나리오 자체는 범죄오락액션의 포맷이었지만, 그렇게 설명할 수 있는 영화였다. 카체이싱 영화로 이야기 되고 있지만, 다른 것들도 많이 그려 지길 바랐다. 저희는 “관객들이 한 대 얻어맞았으면 하는 느낌의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감독님은 이 영화를 경찰 영화라고 했다. 경찰의 직업윤리와 사명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영화라는 입장이셨다. 경찰은 특별한 직업이다. 윤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엔 그렇지 않은 순간도 많을 것이다. 경찰의 딜레마가 잘 표현된 역할인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민재도 경찰이다. 허나 그런 경찰이 추구해야할 윤리에 크게 좌지우지 되진 않는다.
민재에겐 삶의 목표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버지가 이야기했던 “갚으면서 살자”는 목표 하나만 가지고 사는 인물이다. 그것에 어긋나는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재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찰 윤리에 대해 딜레마에 빠진다. 분명 큰 고민이었을 거다.

그 딜레마는 서민재가 김민재의 모습일 때 나오는 거다. 
1부는 주로 서민재다. 서민재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어두운 과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보여주지 않고 궁금하게 만든다. 2부의 모습은 김민재다. 과거가 드러났고, 큰 사건을 겪는다. 감정을 많이 드러낸다. 염정아 선배님과 공효진 선배님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것이 경찰의 주된 딜레마다. 민재는 그걸 모아서 한번에 보여주는 역할, 재미있는 딜레마였다.

서민재는 너드미가 넘치는, 기존 영화에서 보기 힘든 경찰 캐릭터였다. 참고한 인물이 있을까?
제가 알고 지내는 친한 형 중에 경찰이 있다. 우리가 아는 경찰은 터프하고, 날카롭고, 열정 넘치는 모습인데, 그 형은 잘 웃고 굉장히 친절한 경찰이다. 이야기해보면 그 형은 “경찰은 친절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재미있었고, 거기서 서민재가 나온 것 같다.

감독님께 직접 제안 드린 부분일까?
애당초 시나리오는 지금의 서민재의 모습은 아니었다. 제가 감독님께 제안을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응원도 해주셨고, 살도 많이 붙여 주셨다. 안경이나 덥수룩한 머리 같은 디자인은 시나리오에 다 있었다. 안경의 경우 워낙 많은 안경을 써봤다. 그러다 “쓰지 말까?”라는 말도 나왔다. 다행인 건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스무살 중반까지 안경을 썼다. 끼고 산 시간과 벗고 산 시간이 비슷하다. 덕분에 익숙하게 연기했다.

김민재를 만드는 과정은 어땠을까?
2부의 캐릭터는 고민할 게 없었다. 스케줄도 1부 다 찍고, 순차적으로 넘어갔다. 2부로 넘어갈 때 이성민 선배님의 연기가 그 시작과 같다. “갚으면서 살자”는 대사를 그렇게 치실 줄 몰랐다. 표정, 미소, 정말 우리 아버지 같았다. 아니, 아버지가 아닌 아빠였다. 그걸 보자마자 ‘2부의 서민재는 나왔다’고 생각했다. 

▶ 2편에서 계속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