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뺑반' 조정석 ① "말 더듬기, 생각보다 어려워"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영화 ‘뺑반’의 조정석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조정석과 사뭇 다르다. 언제나 웃는 얼굴, 혹은 로맨틱한 표정으로 대중을 바라본 것 같았는데, ‘뺑반’의 정재철은 정말 이상하고 사악하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크나이트’의 조커 같달까? 정말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관객들을 응시한다.
영화 ‘뺑반’은 통제불능의 스피드광 사업가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의 고군분투를 그린 범죄오락액션이다. 이번 ‘뺑반’에서 조정석은 한국 최초 F1 레이서 출신 통제불능 스피드광 사업가 ‘정재철’을 연기했다.
조정석에게 ‘정재철’은 생애 첫 악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늘하고도 날 서 있는 표정, 그리고 폭발하는 광기까지 완벽히 표출해냈다. 그의 연기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F3 머신으로 직접 운전하며 고강도 카체이스신까지 만들어냈다.
그렇게 새로운 얼굴로 돌아온 조정석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로운 시도는 늘 즐겁다”며 자신의 변신을 즐기던 조정석. 그와 함께 나눈 대화를 이 자리에 펼친다.
그간 조정석의 필모그래피와 비교하자면 굉장히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맞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기존에 해보지 못했던, 결이 다른 역할이다. 많은 분들이 조정석에겐 로코를 생각하신다. 개인적으로. 도전하고 시도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게 없이 살면 재미가 없다. 새로운 게 항상 정답일 수는 없지만, 정말 새로움의 쾌감이 있었다.
그럼 그 신선함이 ‘뺑반’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일까?
작품 선정 기준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이 묻어나는 시나리오의 힘, 캐스팅 등 여러 기준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전 관객들 ‘조정석이 이 작품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원한다. 그리고 한준희 감독님과도 꼭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결정한 결정한 작품이 ‘뺑반’이다. 짜릿한 흥분을 선사한 작품인 것 같다.
재철은 마치 만화 캐릭터 같은 악역이었다.
전 재철이 악역 또는 빌런이라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다. 그저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런 캐릭터가 제게 왔다는 게 신기했다.
한준희 감독이 왜 캐스팅을 시도 했을까?
감독님께서 제 공연을 많이 보셨단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시고 캐스팅을 결심하신 것 같다. 거기서 제가 열등생으로 나온다. 그러고 보면 그 친구도 조금 이상한 친구다.
이상한 캐릭터인 만큼 연기하는 재미는 있었을 것 같다.
생각하고 고려할 수 있는 선택의 요소가 굉장히 넓었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연기에 정답은 없으니까, 그 답을 찾아가는 방향들이 굉장히 많았다.
이를 테면 말을 더듬거나, 눈을 깜빡거리는 설정이 그런 방향 중 하나였을까?
말을 더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긴 대사를 할 때 더듬는 장치를 너무 많이 설치하면 대사 전달이나 역할이 희석될 수 있었다. 그런 것을 세심하게 설치했다. 여러모로 발산하는 맛이 있는 캐릭터였는데, 말을 더듬는다는 설정 때문에 답답할 때도 많았다.
눈을 깜빡거리는 건 제가 의도했던 건 아니다. 테이크를 여러 번 가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건데 감독님께서 그 부분을 캐치해서 사용한 것 같다. 한준희 감독을 제가 ‘예술적 변태’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생경한 감정과 느낌을 잘 이끌어낸다.
체중도 일부러 늘린 걸까?
이번에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제가 살이 많이 쪘나 보다. 아니 그 촬영 때 쪘었나 보다. 일부러 찌운 건 아니다.
평소 캐릭터에 다가가는 과정은 어떤지?
제 실제 모습을 극대화 시키는 걸로 접근하진 않는다. 뭐랄까? 머리를 엄청 키운다. 분석을 많이 하고, 연기는 담백하게 한다. 그러다 보면 체화되는 지점이 있다. 어느 순간 그 인물로서 말을 하고 있다. 전 그 체화된 연기를 믿는다.
재철을 체화하기엔 다소 위험하지 않을까? 화가 날 땐 광분하며 자신의 얼굴을 타격하는 인물이다. 운전 역시 재철처럼 하면 안 된다.
그땐 정말 위험했다. 저도 모르게 너무 세게 때려서, 제 풀에 정신을 살짝 잃었을 정도다. 운전 역시 재철하고는 다르다. 운전 본성이 그렇게 더러운 편이 아니다. 하하. 전 스피드하고는 먼 거 같다. 안전운전을 추구한다. ‘뺑반’을 홍보를 하며 “운전을 잘 한다”고 말하고는 있는데, 전 제 차에 타고 있는 승객들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게 잘 하는 운전이라고 배웠다.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