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TV] '냉장고를 부탁해' 애잔함 가득했던 김영호의 냉장고

2015-08-18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냉장고를 부탁해’가 진짜 주인공을 만났다.

17일 방송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배우 김영호와 밴드 부활의 김태원이 나와 기러기 아빠들의 냉장고를 공개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기본 콘셉트는 스타들의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옮겨와 그 안을 훔쳐보며 웃음 거리를 찾고, 우리나라 일류 셰프들이 그 안의 재료로만 요리를 해 게스트들에게 탈바꿈 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첫 회 방송 당시 출연했던 장위안과 로빈의 냉장고는 자취 하는 남자들의 냉장고답게 다소 비어있었다. 유통기한을 넘긴 재료도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재료들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재료가 일류 셰프의 손을 거쳐 훌륭한 요리가 되는 과정은 다른 쿡방과 차별된 ‘냉장고를 부탁해’ 만의 무기였다. 허나 회를 거듭할수록 출연진의 냉장고 수준은 높아만 갔다. 물론 호화스런 냉장고를 훔쳐보는 것도 재미있을 일이지만, ‘냉장고를 부탁해’만의 의미는 어딘가 조금씩 옅어져 갔다.

그러나 17일 방송분은 달랐다. ‘기러기 아빠’의 냉장고는 어쩌면 교육열이 유독 강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을 냉장고다. “냉장고는 도어포켓에서 물만 마신다” “냉장고를 열어본 지 7년 정도 된 것 같다”는 김영호의 말은 애잔함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공개된 냉장고의 실체 또한 안타까웠다. 김성주가 “역대급”이라고 표현한 초고추장의 유통기한은 무려 12년이 지나있었다. 더불어 들기름도 9년이 지나있었고, 조청도 4년이 지나 있었다. 탄산 음료의 김은 다 빠져 있었고, 잼이나 버터도 없이 바게트 빵을 보관해왔다. “김밥을 좋아한다”는 말엔 홀로 식사 하는 기러기 아빠의 애환이 가득 묻어있었다.

웃음으로 열었던 김영호의 냉장고 공개는 가슴 짠함으로 그 문을 닫았다. “마치 남의 냉장고를 본 것 같다”는 김영호의 말은 그가 얼마나 냉장고와 먼 삶을 살았는가를 느끼게 했다. 이 세상 홀로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들이 쿡방의 대표 명사인 ‘냉장고를 부탁해’를 얼마나 시청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냉장고를 부탁해’는 기러기 아빠의, 기러기 아빠에 의한, 기러기 아빠를 위한 방송이었다. 이날 방송에 차려진 셰프들의 음식이 그 어떤 날 보다 따뜻하고 화려했으며 맛있어 보였던 이유다.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