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왕이 된 남자' 이세영 ② "어느덧 23년 차 배우... 진짜 꿈은 따로 있어요"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소운'은 저의 최애캐(최고로 애정 하는 캐릭터)가 됐어요. 조선시대임에도 수동적이지 않았고, 직진적이고, 솔직했어요. 모든 부분이 매력적이었어요"
이세영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속 중궁전의 주인인 중전 '유소운'으로 열연을 펼쳤다. '왕이 된 남자'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원작으로, 조선 중기 임금 '이헌'(여진구 분)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 '하선'(여진구 분)을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이세영이 분한 유소운은 조선시대 여인이자, 중전이다. 하지만 유소운은 마냥 수동적이지 않았다. 때로는 중전으로서의 지조와 절개를, 때로는 솔직하고 능동적으로 모습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또한 사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여진구와의 로맨스 케미로 마주하며 풀어나갔다. 이에 마지막 회 10.9% 시청률(닐슨코리아 집계)을 기록했고, 많은 이들의 사랑 속에 막을 내렸다.
제니스뉴스와 이세영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프레인TPC 사옥에서 '왕이 된 남자'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이날 이세영은 질문을 적을 종이와 함께 ‘오피스라이프스타일팀 과장&소속배우’란 직함이 표시된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늘 명함을 받는 입장이니, 자신도 주고 싶어 만든 명함이었다. 인터뷰 시작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인 이세영과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이번 작품을 본 시청자의 '아역 배우 이미지를 벗고 성인 배우로 거듭났다'는 평도 많았다.
사실 모르겠다.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에 따라 금세 바꿀 수 있는 것 같아 칭찬에 크게 좋아하거나, 혹평에 힘들어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스스로 끊임없이 싸워야 하고, 나아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오랜 기간 시청자분들이 저를 봐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피로감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제가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다.
Q. 자기 객관화가 잘 돼있는 거 같다.
어렸을 때 빨리 중심이 잡힌 거 같다. 사람들이 잘 해줘도 이면이 어떻지 모른다는 걸 일찍 깨달으면서 스스로에게 냉정해지기도 했다. 스스로 부족한 게 많고, 잘난 게 없기 때문에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 '타고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부족한 걸 채우기 위해 남들 보다 2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어느덧 23년 차 배우다. 지금까지 연기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할 거 같다. 하하. '이 일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는 생각을 했다. 20살 이전에 진로를 고민하며, '다른 직업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은 있다. 하지만 곧 본업은 연기자라는 걸 깨달았다. 꿈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도 연기자다.
Q. 배우가 꿈이 아닌가?
제 꿈은 어떤 식으로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지원하는 거다. 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교육인 거 같다. 예전에는 재단을 만들고 싶었는데, 형태가 꼭 그렇지마는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돈이 많아야 한다. 하하. 돈을 떠나 영향력을 만들 수 있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전할 수 있도록 올바른 일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다.
Q. 20대인데, 청춘에 대한 부러운 마음도 있을 거 같다.
청춘을 즐기지 않는 거지 못하는 건 아닌 거 같다. 밖에 잘 안 나가는 건 귀찮아서다. 민낯으로도 트레이닝복 입고 잘 돌아다니는 편이다. 하지만 저를 마주치는 분들은 이세영이라고 못 알아본다. 하하. 작품을 안 할 때는 에너지를 비축하려고 한다.
Q. 학교를 다니며, 동아리 활동이나 미팅이 로망이진 않았을까?
그런 부분에 현실적이었다. '미팅에 가봤자'라고 생각했다. 괜찮은 사람들은 짝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안 나가봤다. 하하. 만약 좋은 사람이 있었다면, 저도 나갔을 거 같다. 수업 받고, 학점 따고, 현장 가는 게 반복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업을 잡아놓기도 했었다. 그래서 밥도 전투적으로 먹고, 수업에 갔다.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액션을 꿈꾸고 있다. 좋아하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액션 여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액션물은 비주얼이 중요하다. 시원시원하고, 긴 다리, 긴 팔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저는 현실적인 태가 잘 안 나온다. 하하.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Q. 팔다리가 길면, 오히려 허우적거려 보이기도 한다.
저는 더 연습이 필요한 거 같다. 하하. 액션을 잘 해도 멋있어야 하는데, 제가 하면 택견 같다.
Q. 로맨스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너무 하고 싶다. 하하. 하고 싶은데, 그런 작품은 아직 안 들어 온다.
Q. 차기작 준비는 하고 있는가? 여진구 씨가 차기작을 빨리 정해 섭섭할 것 같다.
차기작은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게 없다. 아직까진 쉴 생각이다. 진구 씨에게 섭섭하진 않다. 쿵작이 잘 맞아 나중에 또 작품 하고 싶다. 그래서 "10개의 작품은 더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하.
Q. 뭐 하면서 쉴 생각인지 궁금하다.
고양이가 많이 삐져 있다. 촬영하며 피곤하니까 놀아주지 못하고, 화장실만 치우고 밥만 주니까 고양이가 "으아아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차 타려고 바깥에 나왔는데도 들릴 정도였다. 그걸 우선 달래줄 생각이다. 저희 집 고양이가 좀 특이한 편인 거 같다. 회사 고양이를 보면 작게 우는데, 저희 고양이는 어렸을 때부터 발성이 남달랐다.
Q. '왕이 된 남자'는 이세영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국민 중전? 하하. 저에게도 체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다. 이번 경험이 저에게 너무 새로웠다. 저와는 다르지만 변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정말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