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의 드레스룸] 방탄소년단도 입었다, 다시 뜨는 ‘한복의 멋’

2019-03-21     오지은 기자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K-패션이 한류의 열풍을 타고 전 세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요즘 쇼핑의 메카 명동은 K-패션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중 유독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있는 매장이 있었다. 특이하게도 생활 한복 브랜드였다.

사실 한복의 유행은 몇 해 전부터 시작됐었다. 지난 2015년 무렵부터 10~20대 사이에서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면서 한복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다. 늘어난 한복 대여점은 한복에 대한 관심을 잘 드러내는 지표다. 2015년 경복궁과 인사동 근처 한두 곳에 불과했던 한복 대여점은 2년 새 50곳(2017년 기준)이 넘게 생겼다. 광화문, 인사동만 가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한복. 이제 한복은 명절과 집안의 중요한 행사 때만 입는 옷이 아닌, 한류를 나타내는 문화가 됐다.

한복 트렌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유명 럭셔리 브랜드의 의류, 액세서리 제품으로 재탄생 됐다. 그중 샤넬은 일찌감치 한복의 세계화를 예견한 브랜드였다. 샤넬은 지난 2015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5-16 크루즈 컬렉션에서 한복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룩을 선보였다. 당시 크루즈 컬렉션에는 한복 특유의 느낌을 살린 오간자 소재의 저고리, 두루마기를 비롯해 색동저고리를 닮은 독특한 패치워크의 향연을 펼쳤다.

또한 지난해 3월 열린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의 오프닝엔 서울패션위크 최초로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이 자리했다. 한국인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프랑스 파리 루브르에서 초청 패션쇼를 진행했던 김혜순 한복 디자이너가 오프닝 컬렉션을 선보이며 국내외 바이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 정구호 패션위크 총감독은 “패션위크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홍보하고 싶었다. 과거 없이 현재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한복 컬렉션이었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한복의 디자인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속치마부터 겉치마, 저고리, 마고자, 두루마기 등 여러 옷을 차례대로 겹겹이 입어야 하는 전통 한복과는 다르게, 최근에는 겉치마와 저고리만 입는 등 간소화됐다. 한복의 디자인이 다양해짐에 따라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가 한국의 패션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일 바지’, ‘요술 버선’ 등 한국의 향기가 담긴 아이템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복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변질돼 전통이 사라졌고, 한복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과과정도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제 한복은 국내에만 국한된 옷이 아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모두의 취향이 가지각색인 것처럼 한복의 다양성도 인정해야 한다. 다만 기존 한복의 틀 안에서 변형 수준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한복은 결국 대한민국, 한민족의 전통 옷이다. 그렇기에 우리 옷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 노력 또한 분명 필요할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발매한 신곡 'IDOL' 뮤직비디오와 12월 열린 '2018 멜론 뮤직어워즈'에서 한복을 입어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전통 한복이 아닌 트렌디하게 변형된 한복을 착용했는데, 한류의 가장 앞자리에서 K-POP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방탄소년단이기에 K-패션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방탄소년단이 아우터로 두루마기를 입은 것처럼, 해외 쇼윈도에서도 트렌치코트 대신 두루마기가, 버킷햇 대신 족두리와 갓이 등장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