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구현의 필름시럽] '어벤져스: 엔드게임' 3시간을 넘어 지난 10년이 행복했음을

2019-04-24     권구현 기자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우리는 항상 팬부터 생각한다. 이번 영화도 팬을 위해 만들었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렸던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케빈 파이기 대표는 “지난 10년의 집대성”과 “팬을 위한 결말”을 강조했다. 그리고 오늘(24일)부터 관객과 마주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의 호언장담이 거짓이 아님을 나타내고 있다.

팬 배려가 모자라다 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굳이 딱 하나, 3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뿐이다. 생리적 긴장과 정신적 압박을 받을 관객도 있겠으나, 사실 그 3시간은 사실 너무나도 빨리 지나간다. 아마 극장을 나서는 사람이라면 ‘어벤져스’와 함께한 시간이 4시간이길, 5시간이길 바랄 것이다. 그리고 긴 러닝타임은 어쩔 수 없는 마블의 선택이었음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려 10년 대장정의 마침표다. 그 10년간 마블 스튜디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구축했고, 수많은 관객들을 마블의 충성 고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표를 쉼표로 바꾸고, 나아가 &로 바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다. 그렇기에 할 이야기도 많았고, 해결해야 할 떡밥도 많았다. 등장하는 히어로도 수십 명이니 그들이 차례대로 5분씩만 활약한다 해도, 일반 영화의 러닝을 채우고도 남을 대서사다.

그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을 일, 하지만 마블은 가장 간단하고 기본에 접근했다. MCU의 시작은 ‘아이언맨’이었고, ‘어벤져스’의 시작은 ‘퍼스트 어벤져’, 바로 캡틴 아메리카였다. 10년을 관통하는 MCU에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적으로 날을 세웠던 두 사람이다. 존재만으로도 MCU의 축이었던 두 히어로를 중심으로 서사를 풀어간다. MCU를 시작했던 영웅과 배우, 그리고 팬들과 함께 처음부터 복기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영화 곳곳에 세심한 손길을 더했다. 주인공들의 행동에 따라 관객은 10년 전으로 돌아가 마블과 함께 해온 시간을 되새긴다. 오랜 팬이라면 무릎을 탁 칠 대사부터, 배꼽을 쥘 웃긴 상황, 그리고 눈물샘을 자극할 요소들까지 모두 담겼다. 비단 MCU의 팬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오래된 마블 코믹스의 팬이라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 터다. 그만큼 마블의 팬들이 알고 있을 장치들이 요소요소 묻어있다.

마블의 선물은 정말 러닝타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오프닝부터 엔딩 크래딧까지 그랬다. 관객들을 마지막까지 자리 앉혀뒀던 쿠키영상 역시, 어쩌면 이번이 가장 긴 여운을 남길 지도 모른다. 그런 하나하나 신경 쓴 지점들에 관객들은 앞으로 마블이 그려갈 새로운 페이즈를 더 기대할 수 밖에 없다. ‘endgame’이 ‘andgame’이 되는 지점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세 시간을 넘어 지난 10년을 행복으로 물들이는 영화다. 영화는, 그리고 마블은 “10년간 우리와 함께 해줘서 너무 감사했다”고, “우리를 아껴줘서 고마웠다”며 관객을 어루만진다. 분명 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인데, 마치 관객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을 받는다. 하여 관객도 극장문을 나서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렇게 관객을 아껴준다면, 그 선물을 받은 이라면, 그저 벅찬 감동과 진한 여운에 마블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수 밖에. 

“우리도 마블과 함께 해서 너무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