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희의 뮤-직썰] 아이돌 과부하 시대, ‘프듀’는 통과의례?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매년 새로운 아이돌이 데뷔하고, 매달 여러 팀들이 새 앨범을 발매하며 컴백 대전을 펼친다. 그야말로 아이돌 과부하 시대다.
‘아이돌’은 꽤 오랜 시절부터 사용된 명칭이다. 1세대 아이돌이라 불리는 H.O.T., 젝스키스, 신화, 지오디, S.E.S., 핑클, 베이비복스 등이 활발히 활동하던 1990년대를 시작으로 수많은 차세대 아이돌이 탄생했다.
이후로 등장한 2세대 아이돌인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SS501, 빅뱅, FT아일랜드, 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 등은 무대를 한국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이들이 전 세계를 오가며 활동한 덕분에 K-POP은 글로벌한 사랑을 받는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K-POP을 향유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만큼 생산자는 매우 늘어났다. 과거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등 솔로 가수에 포커스를 맞추던 오디션 프로그램 대신, 아이돌을 탄생시키기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론칭되기 시작했다.
# 꿈을 위한 발걸음 ‘프로듀스101’
아이돌 서바이벌 중 단연 최고의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은 Mnet의 ‘프로듀스101(이하 ‘프듀’)’ 시리즈다. 지난 2016년 처음으로 101명의 연습생을 한 자리에 모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해 음악팬들을 놀라게 한 시즌1은 인기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시즌2로 보이그룹 워너원을, 시즌3에서는 ‘프로듀스48’이라는 이름으로 일본과 합작해 걸그룹 아이즈원을 배출했다. 올해로 시즌4를 맞은 ‘프듀’는 지난 3일 첫 베일을 벗으며, 워너원을 이을 또 하나의 보이그룹 탄생을 예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프듀’에서 탈락한 연습생들도 꿈꾸던 데뷔의 목표를 이뤘다. 최종 멤버로 발탁되지는 않았지만 방송을 통해 팬덤을 형성한 연습생들이 하나 둘 새로운 팀으로 데뷔하기 시작했다. JBJ나 레인즈처럼 여러 소속사에서 모인, 또 다른 프로젝트 그룹이 파생되기도 했다.
4번의 시즌을 거듭한 ‘프듀’는 각 소속사의 아이돌 론칭에 큰 영향을 미쳤다. 너도나도 ‘프로듀스101 출신’을 내걸고 출격하는, 일종의 통과의례가 된 셈이다. ‘프듀’의 기회를 놓친 경우, 유사 프로그램 ‘더유닛’과 ‘믹스나인’ 출신으로 관심을 끄는 사례도 많아졌다.
쟁쟁한 선배가수가 있거나 SM, YG, JYP, FNC 등 대형 소속사의 팀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대중의 관심을 얻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데뷔에 앞서 조금이라도 방송으로 얼굴을 노출할 수 있고,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이돌 소속사에겐 절실히 필요했을 터다.
심지어는 JYP도 ‘프듀’ 시즌1과 시즌4에 연습생을 내보냈으며 YG도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마히로, 왕군호 2명의 연습생을 출연시켰다. FNC 역시 시즌1에 유회승을 내보내 엔플라잉으로, 시즌3에 해윤을 내보낸 후 체리블렛으로 데뷔시켰다. SM만이 현재까지 유일하게 ‘프로듀스101’에 도전하지 않고 있다.
# 더 치열해진 아이돌시장에서 필요한 경쟁력
올해는 더욱 ‘프듀’ 출신들이 활발히 활약할 전망이다. 우선 워너원의 활동이 지난해 12월 마무리됨에 따라 윤지성, 박지훈, 하성운, 배진영 등이 솔로로 데뷔했다. 김재환 역시 오는 20일 솔로로 데뷔할 예정이다.
‘프듀’ 시즌2의 환웅, 건희, 서호가 속한 원어스도 지난 2월 데뷔했다. 시즌3의 이런, 시현이 속한 에버글로우는 지난해 3월 정식 앨범을 선보였다. 5월 중으로 시즌2 출신 김시현이 속한 위인더존, 장문복과 윤희석이 포함된 리미트리스, 동명이 보컬로 있는 밴드 원위, 워너원 출신의 이대휘-박우진을 주축으로 한 에이비식스(AB6IX)가 첫 출격을 앞두고 있다. 배진영 역시 C9보이즈(가칭)으로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고 있으며, ‘프듀’ 시즌2의 우진영-박우담을 비롯한 서바이벌 출신이 대거 포진된 디원스(D1CE)도 올해 안으로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시즌3에서 아쉽게 탈락한 타카하시 쥬리는 AKB48 활동을 마치고, 울림엔터테인먼트에서 걸그룹 데뷔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제 ‘프듀 출신’을 내걸 수 있는 예비 아이돌이 약 400명에 달한다. ‘프듀’만이 경쟁력이 될 수 없는 지금, 각 소속사와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들은 또 다른 차별화된 매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좋은 사례로 거론되는 강점 중 하나는 ‘자체제작’이다. 일찍이 ‘자체제작돌’을 내세운 세븐틴은 직접 만든 노래, 퍼포먼스로 탄탄히 팬덤을 쌓았다. 다음 주자인 펜타곤 역시 리더 후이의 프로듀싱을 주축으로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들을 선사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잘’ 만들어야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올해 1월 데뷔한 베리베리는 ‘크리에이티브돌’을 표방하고 있다. 멤버 전원이 작곡, 작사, 안무창작에 참여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찍은 사진을 담아 디자인한 DIY 앨범, 기획부터 촬영과 편집까지 모두 소화해낸 DIY 뮤직비디오까지 선보이며 팀의 색깔을 확실히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이 중요해진 만큼, 외국인 혹은 외국어에 능통한 멤버로 팀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방탄소년단은 리더 RM이 유창한 영어로 해외 매체, 팬들과 소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좋은 음악과 콘텐츠, 활발한 SNS 소통, 적극적인 사운드클라우드 활용 등이 시너지를 발휘해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게 했다. 뒤를 잇는 몬스타엑스, 엔시티(NCT) 등도 전 세계 팬들을 겨냥한 음악과 공연으로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