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배심원들’ 박형식, 올라온 계단보다 더 튼튼한 그의 발걸음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박형식은 한껏 들뜨고 설레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심원들’은 그가 주연을 맡은 첫 상업영화인데다, 개봉 전 선보인 시사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오는 6월 입대를 앞두고 있는 박형식은 “영화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입대하려 한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니스뉴스와 배우 박형식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배심원들’ 인터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영화를 너무 잘 봐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인터뷰를 하면서도 이야기가 계속 훈훈하게 진행되니까 행복하고요. 개봉 후에는 관객분들도 영화를 좋아해주시고, 좋은 기운이 이어졌으면 해요”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배심원들’은 첫 국민참여재판에 어쩌다 배심원이 된 보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미 여러 드라마, 영화에서 다뤄진 법원을 배경으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배심원들’은 신선한 연출과 전개로 차별화를 뒀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배심원들이 주가 되는 이야기기 때문에, 법에 심각하게 초점을 맞추고 사건을 다루지 않아요. 어려운 사건을 배심원들이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중심이 되는 거죠. 저도 그런 점에서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거든요. 제가 진짜 배심원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영화를 만들 때 평범한 사람들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어 하셨고, 연기를 너무 잘하는 선배님들이 모여서 더 입체적인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배심원들’은 사법부의 상징인 재판의 권한을 처음으로 일반인들과 함께해야 했던 재판부,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의 죄를 심판해야 하는 배심원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낸다. 증거, 증언, 자백 모두가 확실해 양형 결정만 남았던 살해사건에서 피고인의 갑작스런 혐의 부인으로 유무죄를 다투게 되며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전개를 맞게 된다. 재판이 거듭될수록 누군가를 심판하는 것에 무게감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는 배심원들의 모습이 공감을 이끌고 여운을 남긴다.
“배심원들을 다룬 영화는 없었잖아요. 사실 제도에 대해서도 잘 몰랐거든요. 첫 상업영화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여러모로 저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촬영 현장이 너무 좋았거든요. 선배님, 스태프분들 모두 유쾌하고 애정이 넘쳤어요. 제가 느낀 것처럼 관객분들도 재밌게 작품을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는 권남우를 맡은 박형식, 늦깎이 법대생 배심원 윤그림 역의 백수장, 요양보호사 배심원 양춘옥 역의 김미경, 무명배우 배심원 조니식 역의 윤경호, 주부 배심원 변상미 역의 서정연, 대기업 비서실장 최영재 역의 조한철, 특별한 이력을 지닌 장기백 역의 김홍파, 당찬 취준생 오수정 역의 조수향이 배심원으로 모였다.
“다 뭉쳐있기 때문에 모든 배심원들의 비중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선배님들께 의지를 많이 했죠.사람이 많아서 주고 받는 대사들이 너무 좋았고, 선배님들의 애드리브도 재밌었어요. 노는 듯한 느낌으로 촬영해서 편하고 재밌었어요. 사실 캐릭터 표현을 위해 특별히 뭔가를 준비하지 않았거든요. 감독님께서 오히려 ‘아무런 연구도 하지 말고, 법 공부도 하지 말고 와라’라고 하셨어요. 촬영할 때도 제가 느끼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하셨죠.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하게 해주셔서 걱정도 했는데, 영화를 보니까 왜 그러셨는지 알겠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제가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던 아기병사의 모습을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의 일부가 남우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6년 전의 일이라 걱정도 됐고요.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까요(웃음)”
박형식이 연기한 권남우는 배심원 제도를 처음 알게 되고 첫 국민참여재판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인물이다. 유죄냐, 무죄냐를 두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하염없이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진실을 찾으려 노력한다.
“남우는 엉뚱하고 호기심이 많은 인물인데요. 저의 모습들이 조금씩 묻어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이 원했던 그림이 잘 나오지 않았나 싶고요. 저는 남우가 결정장애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남들이 보기에 답답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굉장히 신중한 스타일이라 그런 것 같아요. 기다려준다면 충분히 생각을 정리해서 논리적이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아이예요. 시사로 먼저 보신 분들이 남우를 보고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하다고 하는 반응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그분들은 제가 아닌 다른 배심원들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보셨다고 생각해요. 우리 영화는 배심원들 중 1명은 자신의 성격과 비슷할 수 있는, 그래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 누구에게 이입해서 봐도 재밌을 거고요. 그래서 저는 남우가 답답하다고 하는 반응들을 보면서 오히려 뿌듯했어요”
박형식은 어쩌면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보일 수 있는 남우를 적극적으로 변호해 웃음을 자아냈다. 본인이 맡은 캐릭터에 제대로 감정을 몰입하고 연기한 덕분, 혹은 자신의 성격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일 수 있겠다. “남우와 본인이 비슷한 성향을 지녔나”는 물음에 박형식는 웃으며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은 말썽꾸러기였다”라고 답하며 말을 이어갔다.
“남우와 제가 비슷한 면이 있죠(웃음). 하지만 제가 만약 배심원이 되고, 그런 특수한 상황에 놓였다면 남우처럼 했을지는 모르겠어요. 다수결에 따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반대로 제가 의심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남우처럼 한 번 빠지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인 것 닮았어요. 제가 게임을 하면 랭킹 끝까지 가보고 싶어 하고, 스쿠버를 취미로 하면서 자격증도 땄고요. 외국 음식점에 갔을 때는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보고 싶어 하고요. 입에 맞지 않아서 토한 적도 있죠(웃음). 어릴 때는 불에 녹은 빨대를 얼굴에 가져다 대기도 했었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가 신기해서 다 뜯어본 적도 있어요. 정말 호기심이 많아요”
아이돌로 시작해 드라마로 연기에 발을 내딛고, 점차 자신의 역할을 키워갔다. 스크린으로는 단편영화를 시작으로 이번 ‘배심원들’을 만났다. ‘연기돌’에서 이제는 어엿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박형식이다.
“자연스럽게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다가가는 마인드, 테크닉도 달라졌고요. 예전에는 인터뷰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했는데,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능청을 떨기도 해요. 겁도 많아 없어진 것 같아요. 이렇게 첫 영화까지 찍으니 정말 뿌듯해요. 그동안 열심히 한 덕분에 영화도 찍게 됐다는 자신감도 붙고요. ‘진짜 사나이’ 때는 저의 이름을 알릴 수 있어서 좋았고, 그 이후로 계속 한 계단씩 오른 느낌이 들어요. 힘들 때도 있었지만 튼튼한 계단을 밟고 오르는 느낌이 들어요. 내구성 있는 계단이죠. 떨어질 일은 없겠다 싶어요”
한편 ‘배심원들’은 오는 15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