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어린 의뢰인' 이동휘 ① "아동 대상 범죄, 더 특별한 법 필요"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 이동휘는 충무로의 대표적인 늦깎이 배우다. 2013년 ‘남쪽으로 튀어’의 카페 회원 1로 데뷔했던 때가 스물아홉이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게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도롱뇽’이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났고 그 후로 이동휘는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극한직업’을 통해 천만 배우의 자리에 올랐다.
‘응답하라 1988’의 도롱뇽도 개그 캐릭터였고, ‘극한직업’은 대놓고 웃음을 내세운 영화였다. 하여 우리는 이동휘가 언제나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일 거라 오해 - 물론, 이동휘는 코믹 연기를 정말 잘 하는 배우다 -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겸손하며 매사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배우가 이동휘다.
그래서 ‘어린 의뢰인’의 정엽은 이동휘를 만났을 터다. ‘어린 의뢰인’은 칠곡 계모 사건을 바탕으로 아동학대에 관련된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동휘는 처음엔 외면했었지만 결국 두 아이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었던 변호사 정엽을 연기했다. 쉽게 다가서기 힘들 작품이었다. 하지만 자신부터 작품까지 늘 냉정하게 바라보고 다가서는 이동휘였기에 ‘어린 의뢰인’과 정엽은 보다 진정성 있게 관객에게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제니스뉴스와 이동휘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린 의뢰인’과 마주하며 아동학대에 대해 분개했던 마음부터 작품이 가진 메시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찾아들었던 여러 생각들을 직접 들을 수 있던 시간을 이 자리에 펼쳐본다.
‘극한직업’으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어린 의뢰인’의 개봉을 앞두고 조금은 초연한 입장일 수 있을까?
전작에 대한 무한한 관심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은 현재 영화에 집중 중이다, 좋은 결과과 있었으면 좋겠고, 영화를 통해 좋은 작용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주제, 그리고 칠곡 사건이라는 무서운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어린 의뢰인’의 절대적인 주제는 아동학대의 근절이다. 그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준비하며 수십 개의 사례들을 접했다.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간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했던 저를 반성했다. 정말 참담한 마음이었다.
영화를 홍보하는 지금에 있어, 당장 지난 주에도 아동 학대의 기사를 접했다.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계속 됐던 일이다. 영화보다 참담한 현실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사실 주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이다.
관심이 없을 수 없다. 가끔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계속 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렇게 반복되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얼마 전 무대인사를 굿네이버스와 함께 했다. 그 이름이 더 와닿았다. 우리가 어떤 것을 크게 바꾸자는 게 아니다. 최소한을 하자는 마음이었다. 굿네이버스, 좋은 이웃이라는 뜻이다. 모두가 큰 영웅이 되자는 게 아닌, 좋은 이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언론시사에서 히어로에 대해 생각이 많다고 언급했는데, 결국 결론은 좋은 이웃이 곧 히어로의 시작인걸까?
그 시기에 공교롭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본 상황이라 더 그랬다. 만약 다른 영화를 봤다면 안 그랬을 것 같다. 훌륭한 영화, 다양한 히어로를 보면서 ‘우리나라엔 어떤 히어로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히어로는 법이 돼줘야 한다. 법이 약자를 지켜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동학대에 대한 법제는 미약한 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영화는 명확하게 꼬집는다.
저 역시 아동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의 경우 특별한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우리 영화 역시 그런 뜻을 지니고 있고, 영화를 보는 분들 역시 같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정엽은 일반 대중의 대변인이다. 철저한 관찰자다. 하지만 결국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전 정엽을 표현함에 있어서 멀리 있지 않은, 판타지가 아닌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의 친구일 수도 있고, 동네 이웃일 수도 있는, 관객과 동행하며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어떤 질문일까?
‘난 어떤 어른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걸 공유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을 하는데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엽을 연기하며 ‘약속’의 무게를 다시 한번 느꼈을 것 같다.
정엽의 행동 변화엔 자신이 했던 사소한 약속에서 여러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분명 있다. 저 역시 앞으로 누군가, 아이들과 약속을 할 땐 가볍게 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실 전 평소에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지나가는 말로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보다 세세하게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재의 무거움,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선뜻 선택하긴 어려운 작품이었을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보다는 유선 선배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전 유선 선배님이 이 작품을 선택하신 것에 대해 정말 존경심을 전한다. 일찌감치 실제 아동학대 홍보대사를 하고 계신 분이셨다. 그리고 어머니로 살고 계신 분이다. 그런 분이 그런 연기를 해야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사실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선하고 정의로운 역할이 오면 그 역할을 선택하는데 보다 긍정적으로 다가간다. 반대의 경우엔 고민이 있다. 그런 지점에서 선배님은 정말 큰 용기를 내주신 거다. 사명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