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김현철 “다시 좋아진 음악, 옛날 애인 만난 기분이에요”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무려 13년 만의 신보다. 1989년 '김현철 Vol.1'로 데뷔한 후 가요계를 주름잡던 그가 지난 2006년 발매한 ‘토크 어바웃 러브’ 이후 12년간 단 한 장의 앨범도 내지 않은 채 휴식기를 가졌다. 그리고 데뷔 30주년에 다시 돌아온 김현철, 시티팝 장르가 다시금 유행하면서 그의 음악이 재조명되는 시기와 맞물렸다.
김현철은 히트곡이 참 많은 가수다. ‘달의 몰락’, ‘일생을’, ‘왜 그래’, ‘동네’ 등의 명곡을 만들었고 여러 후배 가수들 사이에서 리메이크 되고 있다. 최근 소녀시대 메인보컬 태연은 윤종신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춘천 가는 기차’를 리메이크하고, R&B 가수 죠지는 ‘오랜만에’를 현대판 시티팝 스타일의 곡으로 재탄생시켜 선보였다.
12년간 음악이 싫어서 멀리하게 됐다는 김현철은 다시 용기를 냈다. 가을에 선보일 정규 10집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완성된 곡들 일부를 들려줄 미니앨범을 오는 23일 오후 6시 발표한다. 마마무, 죠지, 옥상달빛 등 후배 가수들과 함께 작업해 앨범을 풍성하게 채웠다.
오랜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던 김현철과 제니스뉴스가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새 미니앨범 ‘10th – 프리뷰(preview)’ 발매 기념 인터뷰로 만났다.
Q. 13년 만의 새 앨범인데요. 왜 이렇게 오랜만에 내게 됐나요?
음악이 재미 없어졌던 때가 있어요. 딱히 이유는 없었는데 재미가 없어져서 악기도 팔고, 컴퓨터도 없애고 그랬어요. 집에는 블루투스 스피커만 있을 정도였죠. 다행인 것은 제가 DJ를 하고 있었고, ‘복면가왕’에도 출연하고 있어서 사는데 큰 지장은 없었어요. 그러다 오늘날까지 오게 된 거예요. 작년에 죠지라는 가수가 ‘시티팝 기딩 프로젝트’를 하겠다며 리메이크를 요청하길래 허락해줬죠. 어쩌다 그 친구와 만나 공연을 하게 됐는데, 그때 ‘아 내 음악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어요.
Q. 오랜만에 다시 음악을 하면서 감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트렌디한 스타일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요.
감이 떨어지긴 했죠. 다행인 것은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보니 요즘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해서 기초적인 감은 유지가 됐던 것 같아요.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도 나름 축적돼 있었던 것 같고요. 요즘 곡을 활발하게 쓰고 있는데, 그런 제 모습을 보면 ‘나에게도 이런 에너제틱한 면이 있구나’ 싶어요. 그럼에도 트렌드보다는 철저하게 저의 색깔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다른 사람의 색깔은 도저히 흉내내지 못하겠더라고요. 싱어송라이터로서 다른 사람의 곡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거든요.
Q. 그럼 이번 앨범을 준비한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우선 악기가 없어서 다시 사고, 편곡 공부도 좀 하고,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녹음에 들어갔어요. 이번 앨범을 시작하면서 다시 음악이 좋아졌어요. 옛날 애인 만난 느낌 같기도 하고(웃음). 워낙 오래 안 했기 때문에 다시 좋아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곡을 썼던 게 두 마디, 한 소절 등 짧게 몇 개 있었어요. 그걸 다시 다듬고, 발전시켜서 이번 앨범에 넣었죠.
Q. 정규앨범을 발매하기에 앞서 곡 하나가 아닌, 미니앨범을 선공개 방식으로 택한 이유가 있나요?
가을에 정규앨범을 내려고 생각하면서 LP를 구상하고 있었어요. LP로 하면 46분밖에 못 찍거든요. 그러면 2장을 내야겠다 싶어서, 더블 앨범으로 준비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니 카세트테이프도 하고 싶고, CD로도 내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그렇게 구상을 하니 5곡을 담은 미니앨범을 선공개로 해도 무리가 없겠다 싶었죠. 1번 트랙인 ‘드라이브(Drive)’가 시원한 곡이라, 지금 계절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내고 싶기도 했고요.
Q. 타이틀곡인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는 직접 부르지 않고, 마마무 화사와 휘인이 불렀네요?
마마무 소속사의 김도훈 프로듀서가 제 대학교 후배라 연이 닿아서 작업하게 됐고요. 애당초 저는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었어요. 제가 보컬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좁다는 생각에, 나의 음악을 훨씬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부르는 게 더 좋을 것 같았죠. 그래서 저는 저를 ‘프로듀서’라고 지칭해요. 노래는 누가 불러도 상관없어요. 혹자는 직접 불러야 자기 노래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 말도 맞아요. 그래서 저를 프로듀서라 생각하고 있고, 저보다 훨씬 잘 표현하는 사람이 부르면 좋아요.
Q. 가을에 나올 정규앨범은 얼마나 준비가 됐나요?
우선 96분 정도를 계획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준비된 곡으로 보면 충분히 남지 않을까 싶어요. 잘 골라서 앨범에 수록하려고 하고 있고요. 이번 미니앨범에는 후배들만 참여했지만, 정규앨범에는 선배도 있어요. 최백호 선배도 있고, 백지영 씨, 정인 씨, 박정현 씨, 박원 씨 등 다양해요.
Q. 음원 차트에는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 음악을 했는데요. 이번 앨범의 음원 성적은 어떨 것 같나요?
제가 음악을 안 하기 시작하고부터 음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차트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요즘 음원을 어떻게 올리는지도 모르고요. 어쨌든 진정성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해야죠.
Q. 최근에 유튜브 채널도 오픈했는데요. 계기가 있나요?
방송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방송은 어떻게 하는지 알잖아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기사를 쓰는데 그게 온라인으로 나가느냐, 지면 신문으로 나가느냐로 나뉘는 것처럼요. 제가 하는 방송이 TV로 나가느냐, 유튜브로 나가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요즘 유튜브 시청자가 상당히 많아졌잖아요. 그렇다면 제가 유튜브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상을 찍고 무언가를 하는 건 방송이랑 똑같다고 생각해요.
Q. 다시 음악이 싫어지진 않겠죠? 이제 꾸준히 음악을 할 건가요?
이제 조금 더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0집이 뭔가 어마무시한 숙제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 낼 수 있게 됐잖아요. 꾸역꾸역 준비하지 않아서 좋았고요. 음악이 다시 좋아진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꾸준히 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