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닥터 프리즈너' 남궁민 ① '베테랑 배우? '잘한다'는 생각 버렸어요"

2019-05-24     이혜린 기자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배우로서의 노력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과정들을 애인처럼 느끼고 싶어요"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남궁민 분)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펼치는 메디컬 드라마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남궁민이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만난 의사는 달랐다. 병을 주사해 아프게 만들어 사람을 죽이는 의사였다. 하지만 신선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사이다 같은 복수극을 펼쳤고, 시청률 15.8%(닐슨코리아 기준)라는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냈다.   

제니스뉴스와 배우 남궁민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닥터 프리즈너'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드라마 '김과장', '조작', '훈남정음' 등 다양한 작품을 소화해온 20년 차 배우지만, 남궁민은 여전히 연기에 대해 겸손했다. 그리고 애정이 가득했다. 남궁민과 나눈 대화의 시간을 이 자리에 공개한다. 

Q. '닥터 프리즈너'는 마지막 회 시청률 15.8%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성공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잘 마무리해서 너무 기쁘다. 최선을 다해 연기를 했다. 사랑받은 요인은 소재 자체가 독특했기 때문인 거 같다. 저도 처음 '닥터 프리즈너'의 대본을 봤을 때 애착이 가고 마음에 들었다. '7월 30일 남궁민 님'이라는 대본을 아직도 갖고 있다. "드라마 시청률이 높아서 좋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전체적으로 모든 게 중요하지만, 상업적인 시청률을 의식 안 할 수 없었기에 더욱 힘이 됐다. 

Q.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결정적인 계기는 대본이 1~4화가 나온 상태일 때 봤는데, 짜임새가 좋고, 스토리가 쉼 없이 흘러가서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이제라는 캐릭터가 교도소에서 하얀 가운을 걸치고, 가짜 병을 만들고, 복수를 하고, 상대방의 몸을 안 좋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Q. 한 작품의 주연이라는 것에 부담도 많았겠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개인적으로 연기라는 것에 자신이 없어지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연기인지 고민했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도 있었다. '닥터 프리즈너'는 지난 1월 13일 첫 촬영을 나갔는데, 방송 전까지 피드백을 받을 수 없어 감독님, 작가님에게 많이 의지하며 연기했다. 감독님, 작가님과는 드라마를 들어가기 전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과연 나이제는 3년의 시간 동안 어떤 타임라인을 건드렸는가'에 대한 개연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촬영을 진행하며 디테일한 것들을 생각할 수 없는 부분들도 생겼었다. 매신마다 스스로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가 잘 됐다는 건 기분 좋게 생각한다. 

Q. 작품이 방송되며,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는 해소됐는지 궁금하다.
주변에 뭔가를 얘기한다는 건 중요한 거 같다. 드라마 방송 전에는 이야기를 나만 할 수 있으니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방송이 되고, 좋은 평이 들리니까 제가 귀가 얇아서 그런지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이번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Q. 나이제를 연기하며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일까?
나이제는 상황을 매치하는 메이커 역할이었다. 중간 이후에는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더해지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다른 캐릭터들이 채워줘 드라마가 갈 수 있었던 거 같다. 다른 배우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Q. 부담도 있었겠지만,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성장도 했을 것 같다. 
'나는 연기를 잘해'라는 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니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연기의 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예술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들을 인정하고 채우기 위한 긍정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Q. 이번 작품의 전체적인 톤이 긴장감 넘쳤고, 소름 돋는 신들이 많았다.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정말 좋았다. 배우들끼리 호흡도 너무 잘 맞았다. 개인적으로는 부족했던 부분을 원형이 형이 잘 메꿔줬다. 선과장님은 '닥터 프리즈너'는 색과 방향을 시청자에게 보여준 거 같다. 그리고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대화도 많이 나눴다. 김병철이라는 배우는 열려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 

Q. 최근 나이제와 같은 다크 히어로가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왜 사랑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외국에서는 다크 히어로가 10여 년 전부터 인기였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어서 조금 늦게 자리 잡은 거 같다. 하하. 또한 '다크 히어로를 보여줄 수 있는 매체도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무조건 착하고, 얼굴은 예쁜데 옷은 못 입는 것 같은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다크 히어로는 진솔하면서도, '나 같아도 저렇게 할 것'이라는 동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감정들이 커져서 실제로는 할 수 없는 복수 같은 행동으로 시청자의 갈증을 해소시켜 인기를 모은 거 같다. 하지만 다크 히어로가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용서가 있어야 복수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