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인터뷰] 음문석 ② “‘열혈사제’ 장룡은 고마운 친구, 평생 못 잊을 거예요”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똑단발 머리에 시선을 강탈하는 화려한 패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매력적인 드라마 ‘열혈사제’ 속 ‘장룡’. 마치 1980년대 영화에서 튀어나온듯한 촌스러운 비주얼은 안방극장을 웃음으로 채웠고, 시청자들은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자칫 밉상으로 보일 수 있는 악한 캐릭터였으나 장룡은 ‘열혈사제’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가 됐다. 이게 바로 음문석이 가진 힘이다.
배우 음문석은 최근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철범’(고준 분)의 충직한 부하이자 사고뭉치 장룡 역을 맡았다.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며 극에 활기를 불어 넣은 음문석은 어디선가 나타난 혜성 같은 배우였지만, 사실 벌써 데뷔한지 14년 차다.
음문석은 2005년 가수 SIC으로 데뷔한 뒤 2013년 Mnet 댄스 서바이벌 ‘댄싱9’에서 캡틴으로 활약하며 댄서로서 주목받았다. 또한 영화감독으로 변신해 영화 ‘미행’과 출연작 ‘아와 어’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래퍼이자 댄서, 감독, 배우로 활동해온 음문석은 14년 동안 변화를 거듭하며 스펙트럼을 탄탄히 넓혀 왔다.
한 걸음씩 나아간 음문석은 데뷔 14년 만에 ‘열혈사제’와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충청도 사투리와 보기만 해도 웃음 지어지는 코믹한 몸짓으로 ‘열혈사제’의 인기에 힘을 실은 배우 음문석. 그와 제니스뉴스가 최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실내 서핑장에서 제니스글로벌 화보 촬영을 위해 만났다.
이날 음문석은 ‘열혈사제’ 장룡의 트레이드 마크인 단발머리를 벗고 말쑥한 모습으로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훈훈한 미모를 뽐낸 음문석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네요”라는 스태프들의 말에 익숙하다는 반응을 보여줬다. 때로는 ‘열혈사제’ 장룡처럼, 때로는 오로지 꿈만 생각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준 음문석.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요즘 알아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길에서 정말 많이 알아봐 주세요. 정말 신기한 게 어린아이들부터 20대, 30대,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해요. 예전에 가수로 활동할 때는 10, 20대 정도였는데, 지금은 한 가족이 지나가면 아이들부터 부모님까지 다 알아보니까 더 감사하고 행복해요. 제가 먼저 사직 찍자고 제안하기도 해요. 배우로 좋아해 주시고 극중 인물로 불리는 게 굉장히 행복해요.
Q. 악역임에도 장룡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지 생각도 못 했어요. 저에게는 큰 역할이지만 극 전체로 보면 작은 역할이잖아요. 그냥 항상 쏭삭(안창환 분)과 만나면 “우리는 극을 환기시켜야 하는 역할이다. 시청자에게 잠시 쉬어가는 타임을 줘야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단 한 번도 웃기려고 집중하거나 튀려고 행동하지 않았어요. 그 모습이 더 좋게 보인 것 같아요. 너무 튀지도 않으면서 묵묵하게 역할을 소화하는 그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거라 생각해요.
Q. 가수로 데뷔해서 댄서로 주목을 받았는데, 어떻게 배우로 활동하게 됐나요?
가수로 활동하면서도 연기를 꾸준히 배웠어요. 가수라면 3분 30초 안에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줘야 하는데,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연기력은 필수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제가 표정이 어색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까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재미를 찾고 나서는 계속 연기만 했어요.
Q. 앞으로 가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돼요?
일단은 취미로만 하고 싶어요. 그러다가 앨범을 내고 싶으면 내지 않을까요? 뭐 하나만 해야겠다 단정 짓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프레임 안에 갇히는 게 싫어요.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고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는 거고, 가수가 하고 싶으면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데뷔 후에 무명 생활이 꽤 길었는데, 버틸 수 있었던 힘이 궁금해요.
제가 데뷔하고 나서 첫 예능에 나갔을 때 개인기 10개를 준비했어요. 그런데 막상 나가니까 개인기는 1개 밖에 못 했어요. 어린 나이에 정말 큰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 개인기를 위해 몇 년간 준비하고 노력했는데, 별게 아닌 게 돼버리더라고요.
활동이란 게 바로 어제까지 쌓았던 실력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쉬는 기간도 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음 활동을 위한 성장의 기간인 거죠.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한데, 저 같은 경우는 공백이 길면 빨리 나가야 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개인기를 100개 만들어야지. 다음 방송에서는 100개 다 보여줘야지’라는 마음이에요. 그 마음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활동을 시작하면 성장은 멈추는 거니까 ‘시작하기 전에 많이 성장해놔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Q. 차기작 계획은요?
일단은 여러 작품을 보고 있어요. ‘열혈사제’로 정말 큰 사랑을 주셨기 때문에 이제는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급할 것 없이 천천히 준비하고 있어요. ‘배우 음문석이 이렇게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섣부른 행동으로 인해서 중요한 시기에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고 있어요.
Q.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제가 아직은 색이 없어요. 일단은 배우 음문석으로서 색을 채우고 나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Q. ‘열혈사제’와 ‘장룡’은 앞으로 음문석의 인생에 어떻게 기억될 것 같아요?
‘열혈사제’는 배우 음문석의 시작을 알려준 작품이에요. ‘스타트’라고 기억에 남을 거예요. 그리고 장룡은 고마운 친구예요. 제가 다시 배우로서 활동하게 만들어줬고,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아프고 미안하기도 해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항상 제 가슴 속 어딘가에 남아있을 친구예요.
Q. 끝으로 2019년 목표가 있다면요?
저는 목표를 세우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잘 할 수 있는 걸 하는 스타일이에요. 지금은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요.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다 보면 누군가는 제 흔적을 말해주지 않을까요? 목표나 꿈을 정해 놓으면 틀에 박힐 것 같아요.
중, 고등학교 때 방학이 끝나고 나면 주변에서 “너 정말 많이 컸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정작 본인은 몰랐는데, 주변에서 컸다고 이야기하니까 큰 거구나 알게 되는데, 그것처럼 하루하루 눈에 보이지 않게 성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