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조장풍’ 이상이 “악역으로 받은 욕, 만족스러워요”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저에게 ‘쓸애기’라는 별명을 지어주셔서 감사해요”
이상이는 지난 28일 종영한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에서 명성그룹 외동아들 양태수 역을 맡아 최악의 갑질을 보여줬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현저히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이고 유아적 사고의 절정을 보여준 그는 일명 ‘쓸애기(쓰레기+아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최근 제니스뉴스와 이상이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제니스뉴스 스튜디오에서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나쁜 행동과 폭언을 일삼고, 화 내고, 소리 지르는 일이 많았던 양태수를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터다. 체력뿐 아니라 감정소모도 많았고,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상이는 “욕을 많이 먹은 만큼, 제가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인정 받은 기분이라 기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뛰어난 캐릭터 표현으로 안방극장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이상이. 제니스뉴스가 만난 그는 부드럽고 진지했으며, 재치 있는 면모도 지닌 배우였다. ‘쓸애기’ 양태수가 아닌, 연기를 좋아하는 배우 이상이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드라마가 호평을 얻으며 잘 마무리 됐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좋은 사람, 좋은 작품을 만나서 가장 기뻤고요. 이렇게 팀워크가 좋은 팀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즐거웠어요. 촬영하면서 장난 치고, 애드리브를 하는 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나와서 더욱 재밌었어요. 김동욱 형님의 연기를 보는 게 정말 재밌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형의 편에 서 있는 착한 역할로 만나고 싶어요.
Q. 월화극 1위로 마무리가 됐어요. 시청률이 오르는 걸 보면서도 뿌듯했을 것 같은데요.
차근차근 시청률이 오른 것에 대해 감사해요. 입소문이 퍼지기도 했고, 제 주변 사람들도 좋은 피드백을 많이 주셨어요. 연기하는 배우들, 스태프들이 너무 즐겁게 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촬영이 바쁘고 정신이 없었지만, 중간에 조금씩 시간을 내서 형님들과 술을 마시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했어요.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더욱 좋은 호흡이 나오지 않았나 싶고요.
Q. 어떻게 이번 작품을 만나게 됐나요?
작년 가을쯤 오디션을 봤고요. 총 3번의 오디션을 봤고, 감독님께서 심사숙고해서 저를 고르신 것 같아요. 작품 안에서 제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거든요. 저의 갑질이 제대로 보여져야 근로감독관의 정의로운 행동이 시원하게 느껴질 거니까요. 오디션을 많이 본 덕분에 더욱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3차 오디션 때 ‘웃는다’라는 지문이 없었는데, 제가 누군가를 해하고 비열하게 웃었어요. 감독님께서 그 장면이 되게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것 덕분에 캐스팅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Q. 근로자에 대한 악덕 사업주의 갑질을 다룬 작품이었는데요. ‘조장풍’은 근로 환경이 잘 조성됐었나요?
감독님이 처음 미팅, 첫 리딩 때부터 ‘우리가 근로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우리부터 근로자 환경을 개선해보자’라고 하셨어요. 참여하고 있는 스태프들에게 근로시간, 휴식시간, 식사시간을 잘 보장해주셨어요. 물론 촬영 시간이 지체되면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겠지만, 최대한 육체적 피로를 크게 느끼지 않고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촬영했어요.
Q. 양태수는 악역인데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실제로 사람을 따린 적이 없어서 그런 장면을 찍는 게 쉽지 않았고요. 양태수라는 인물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을 감정들을 배우지 못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양태수의 갑질 행동을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감정을 많이 버리려고 했고요. ‘나만 아니면 돼. 쟤의 고통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중요해’라는 생각을 지닌 인물이었죠. 그런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오히려 감정을 배제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Q. 미움을 많이 받아서 속상하진 않았나요?
제가 배우로서 연기를 못해서 먹는 욕이었다면 속상했겠지만, 역할로 들은 욕과 코멘트들이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생각했어요. 만약 제가 악한 걸 악하게 못하고 순하게 표현했더라면, 드라마의 의미를 잘 표현할 수 없었을 거예요.
Q. 2014년에 정식 데뷔해 현재 6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배우로서 잘 걸어오고 있는 것 같나요?
일단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고요. 새로운 상황에 놓이거나 장소에 가거나, 그런 것들을 연기적으로 계속 마주한다는 게 너무 재밌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아직은 제가 어리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사극도 하고 싶고, 좀비가 나오는 장르물도 해보고 싶고, 혹은 멜로도 하고 싶고요. 앞으로의 제 배우 생활이 저도 궁금해요. 팬분들, 부모님도 궁금해하고 응원해주고 계시고요.
Q. 연기하는 이유,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단순한데요. 남 앞에 서기 좋아하고, 박수 받고 싶고, 남들이 나를 봐주는 게 너무 좋아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영어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끝나고 박수 쳐주고 사진 찍어주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어요. 그때 받았던 그 기억들과 감정들이 아직까지 똑같아요. 남이 내 연기를 바라보면서 공감해주고, 욕이나 칭찬을 해주면 즐거워요. 거기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작품을 만나면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지고요.
Q. 공연과 방송을 오가면서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둘을 계속 병행할 계획인가요?
그럴 것 같아요. 욕심이 많아서 어떤 때는 노래를 하고 싶고, 어떤 때는 연기만 하고 싶고요. 요즘은 직업을 여러 가지로 병행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유튜브를 직접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저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연기하는 유연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중에는 음악만 하는 일도 하고 싶어요. 노래, 악기, 작곡 등이 제가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있어요.
Q. 드라마로 본인의 롤을 더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요?
드라마 매체를 시작한지 2년 정도 됐는데, 운 좋게 양태수 같은 큰 역할을 맡게 됐어요. 기회가 되고 제 역량이 된다면. 더 큰 역할을 맡아서 더 사랑받고 싶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런데 급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 분명 티가 날 거예요. 욕심은 있지만, 차근차근하고 싶어요.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료들에게도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활동하다 보면 스트레스 받는 일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해소하나요?
게임이요(웃음).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하는데, 화면이 큰 게 좋아서 태블릿PC로 해요. 최근에는 물풍선 터트리는 게임이 나와서 하고 있는데 너무 재밌어요(웃음). 게임으로 빠르게 풀고, 수영도 다니고요. 크게 작정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요즘 하고 싶은 건, 여행을 많이 못 다녀서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