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송새벽 "'진범'? 총각이었으면 대본 못 받았을 것 같아요"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진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심장이 쿵쾅쿵쾅했어요. 좋은 작품을 보면 가슴이 뛰어요"
배우 송새벽이 '진범'으로 무더운 여름 대전에 진입한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진범'은 아내가 살해당한 영훈(송새벽 분)과 용의자의 아내 다연(유선 분)이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송새벽은 영훈보다 더욱 영훈 같은 모습으로 분했다. 아내가 죽은 후의 외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7kg 감량을 감행했다. 또한 갈라진 목소리, 날카로운 눈빛을 통해 사건으로 인해 예민해진 영훈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내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제니스뉴스와 송새벽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범' 인터뷰로 만났다. 송새벽은 과묵한 이미지와 달리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에 얼굴을 붉히며 재치 있는 말솜씨와 순박한 웃음을 드러내던 매력 가득한 사람이었다. 송새벽과 함께한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Q. '진범'을 처음 본 소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제가 말하긴 웃기지만 개인적으로 잘 봤다. 물론 연기적인 부분은 배제하고다. 하하. 감독님이 후반 작업에 애쓴 게 많이 보였다. 특히 음악이 좋았던 거 같다. 전체적인 템포감에 음악이 잘 맞아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Q. 시나리오는 어떻게 받게 됐는가?
시나리오를 처음 본 건 '나의 아저씨'보다 훨씬 전이었다. '진범'을 처음 봤을 때는 남의 일기장, 옆집을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사실적인 대사, 신들이 재미있었다. 섬세한 필력이 느껴져 감독님을 처음 보기 전까지는 '가냘픈 여성 작가님이 쓰셨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 후에 장난기 그득한 감독님을 뵙고 깜짝 놀랐다. 하하.
Q. 극중 영훈이 아내가 살해된 집의 흔적을 치우는 장면은 놀랍기도, 인상적이기도 했다. 실제 유가족의 모습이라고도 하던데 알고 있었는가?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저에게도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다. 작품 속에서 아내의 피를 치우고, 닦다가 진짜 울컥해서 탁 주저앉아 꺽꺽 울었다. 정말 묘한 경험이었다. 대본에는 '운다' 정도였는데, 감독님이 그 부분을 또 "오케이"했다.
Q. 또한 영훈은 아내가 살해된 현장을 재연한다. 모든 게 상처일 텐데 진범을 밝히고 싶었을까?
시나리오 읽었을 때, 그 장면에 너무 공감이 갔다. 어떤 상황이나 큰 사건을 직면했을 때 뇌가 바뀌는 느낌. 그리고 그걸 대처하기 위해서 재연을 하고, 마치 형사가 된 듯 사건을 알기 위해 재연하는 부분들이 저에겐 '이럴 수 있겠다'라고 공감을 느끼게 했다.
Q. 피해자 가족과 용의자 가족의 공조가 가능할까?
믿기보다는 서로 아닌 척하는 것 같다. 진실을 알아야 하니 숨기면서, 눈치를 보면서 펼치는 위험한 공조다. 그래서 '있을 법하다'고 생각한다.
Q. 실제 송새벽은 사람을 잘 믿는 편인지?
그런 거 같다. 그래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 믿냐, 안 믿냐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믿는 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Q. 현재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고. 촬영하며 장단점이 있는가?
맞다. 지금 제주도에 있고, 결혼한 지는 5년 정도 됐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몇 가구 정도만 모여 사는 부락 같은 동네다. 제가 워낙 시골 놈 같은 구석이 있어서 그런 환경이 좋다. 서울에서 살 때도 우이동에서 살았다.
단점은 아무래도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다. 촬영 들어가면 숙소 생활을 한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며 산다. 그리고 아무래도 떨어져 있다 보니 아이와 영상 통화를 많이 한다. 영상 통화가 이렇게 감사한 일인지 몰랐다. 촬영할 때면 아이가 이제 6살이 됐고, 한창 예쁠 나이니까 날마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면 제가 급우울해하기도 했다.
Q. 실제로 기혼이기 때문에 영훈의 역할에 더욱 공감했을 것 같다.
총각이었으면 감독님이 대본을 안 주셨을 거 같고, 저 역시 총각이었다면 연기를 더욱 힘들어했을 것 같다. 나이대, 결혼한 입장 등이 역할에 대입되는 거 같다. 총각이었다면 대입이 많이 안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연극 배우인 아내도 함께 모니터링을 하는 편인지?
어느 날은 같이 봤다. 눈치를 봤는데, 아내가 그냥 "잘 봤어"라고 했다. 평소에도 사실 대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고생했어" 정도다. 자기 작품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하하. 시나리오를 같이 보는 편도 아니다. "이런 작품을 하게 됐어"라고 하면 몰래보긴 하는 거 같다. 그 정도다.
Q. 성격이 과묵해 보이는데, 함께 촬영한 유선은 송새벽이 이번 촬영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했다.
실제로 수다쟁이는 아니다. 하하. 이번 영화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거 같다. 그렇게 할 수 있게끔 유선 씨가 멍석을 깔아준 거 같다.
Q. 데뷔 초반에는 주로 개성 있는 캐릭터를 하다가 점점 묵직한 작품에서 활약하는 것 같다.
연극만 했을 때는 '나름 다양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50여 편 가까운 공연을 해왔고, 영화를 하면서 코믹적인 캐릭터도 감사하게 했다. 그런데 캐릭터적인 부분에 갈증이 있었다. 모든 상황이 정말 감사했지만,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는 이런저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Q. 최근 '나의 아저씨', '빙의' 등의 드라마를 통해 안방극장에서도 활약했다. 또 다른 매력을 느꼈는지?
한 번은 대학로에 10년 정도 갔던 식당에서 "총각! 너 배우였냐?"라고 물어보셨다. 아무래도 제가 동네 백수였는 줄 아셨던 것 같다. 하하. 제 방송을 보셨는지 반찬도 그날 더 주셨다. 안 하던 행동을 하셔서 물어보니 그냥 먹으라고 하셨다. 어른들은 일하다 보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실 시간이 안되니 그때 '드라마가 또 이런 매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Q. 그래서 더욱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배우 같다. 늘 새로운 걸 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가?
항상 있는 거 같다. 이번에 '진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심장이 쿵쾅쿵쾅했다. 좋은 작품을 보면 가슴이 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은 모든 배우들이 있을 거 같다. 저 역시 그렇다.
Q.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은?
이런 부분은 부담된다. 얼굴이 빨개진 거 같다. 하하. 백의 얼굴도 부담스러운데 천의 얼굴이라니 과찬이라고 생각한다.
Q.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 앞으로 배우로서의 계획은?
시간이 너무 빠르다. 진짜 몇 년 안 된 거 같다.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다. 계획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지도 않는 것 같다. 매번 그런 거 같다. 참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