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회사 가기 싫어' 한수연 "이루지 못한 러브라인, 외로웠어요"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배우 한수연이 완벽한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했다. 이에 대한민국 평범한 직장인들의 애환과 여성으로서의 노력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담아내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KBS2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는 회사 가기 싫은 사람들의 사소하고도 위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더한 모큐멘터리 장르며, 이 시대의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공감할만한 에피소드와 대사를 통해 속 시원한 힐링을 선사했다.
특히 한수연은 M문고 과장 윤희수로 분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극중 트렌디한 센스와 프로페셔널한 업무 능력을 보이는가 하면,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고충을 적절히 녹여냈다. 또한 김동완과의 러브 라인으로 설레는 재미까지 전했다.
제니스뉴스와 한수연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제니스뉴스 사옥에서 '회사 가기 싫어'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한수연은 마치 작품 속 윤희수처럼 밝고 명랑한 목소리와 솔직한 입담으로 대화를 즐겁게 이끌어 나갔다. 그와 나눈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Q. 무사히 드라마를 마쳤어요. 종영 소감이 궁금해요.
여전히 마음속에 '회사 가기 싫어'가 있어요. 감독님이 사전에 "현장 오는 게 소풍 같고, 배우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모일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는데, 감독님이 그런 환경을 앞장서서 만들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그런 마음으로 현장에 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모두의 성격이 둥글둥글했었고요. 여전히 작품 하고 있는 중인 거 같아요.
Q. 마지막 회에서 백호(김동완 분)는 결국 희수의 제안에도 한국에 남게 돼요. 결말이 아쉽진 않았나요?
외로웠어요. 하하. 그런데 저는 희수도 남길 바랐어요. 남녀 능력자들이잖아요. 하지만 사전에 "저희의 러브라인의 살짝만 건드리자"라고 했어요. 우리는 안 이뤄질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Q. '회사 가기 싫어'는 모큐멘터리 형식의 독특한 작품이었어요.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회사 가기 싫어'가 정말 재미있어서 끝까지 봤었어요. 현장에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 배우로서 행복할 것 같다'는 느낌, 자극적이지 않은 소소한 일상도 귀여워서 반했어요.
그래서 사전에 받은 대본을 거의 다 외워서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다시 받은 대본이 조금씩 수정돼 있는 거예요. 숙지한 부분을 못 살리니까 속상하기도 했지만, 제 푼수 같은 부분을 저돌적으로 어필했어요. 대본을 받아 인물 분석을 하며 희수와 제가 닮은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저와 캐릭터가 비슷하다"고 어필하기도 했어요. 거침없이 저의 한 부분을 선보였더니 작가님이 "희수와 어울리는 거 같다"고 하셨고요. 그리고 그날 밤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소리 질렀어요. 하하.
Q. '회사 가기 싫어'는 문구 기업 한다스를 배경으로 오피스 라이프를 그려요. 실제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나요?
경험은 없었지만 제 주변에 배우보단 직장인 친구들이 많아서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그리고 요즘엔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들의 직업을 접할 수 있어서 더욱 집중해서 봤고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저희도 조직 생활이다 보니 대본을 보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장소만 다르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Q. 극중 희수의 자리는 굉장히 예쁘고 귀엽게 꾸며졌어요. 자리에 대한 애착도 있었을 거 같아요.
정말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제 자리는 실제 현장에 가면 대기실처럼 썼어요. 제 짐도 가져다 놨었고요. 하하. 학교 다닐 때 이후로 처음 주어지는 공간이었는데, 자신의 공간만이 주는 안락한 분위기를 느꼈던 거 같아요.
Q. 촬영을 마치고 짐 뺄 때 아쉬웠을 거 같아요.
후반부에는 희수가 한다스에서 M문고로 돌아가는데, '자리를 언제 빼야 하나'라는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마지막까지 있었어요. 나중에 짐을 빼면서는 마치 이사 갈 때처럼 한번 싹 훑고 '덕분에 잘 있다가 간다'라는 마음으로 제 자리를 바라봤어요.
Q. 극중 대학 선후배 사이이자, 전 연인으로 만난 김동완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실제 강백호 캐릭터와 비슷했어요. 원래 '회사 가기 싫어'는 파일럿으로 먼저 선보였고, 저희가 합류하는 개념이었어요. 그래서 저희 둘 다 '고유의 것을 건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선배가 신화 활동을 하며 조직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이라고도 했었는데, 분위기를 끌고 가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보완했던 거 같아요.
Q. 슈퍼우먼, 워킹맘을 이야기하는 회차는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 모았어요. 여성의 사회적 갭을 '유리 천장'에 비유하기도 했고요. 민감할 수 있는 주제였는데, 어떻게 다가가려고 했을까요?
저는 직장인이 아니지만 한 여성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서의 유리 천장을 경험해본 적이 있어요. 나름의 답답함도 있었고, '여성들을 대변하는 신이니 정말 잘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죠. 그래서 저는 무거운 톤으로 연기를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 부분을 가벼운 톤으로 디렉션 하셨어요.
전 그 부분에 대해 "가볍게 쳐도 되는지 모르겠다. 혼란스럽다"고 말하며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감독님은 "모든 상황을 비슷한 밸런스로 간다"고 절 안심시켜주셨고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 신을 찍고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봐"라고 재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요. 참 감사했어요.
그렇게 다시 찍었는데 "똑같은데?"라고 하셨어요. 저도 감독님의 디렉션을 듣고 나니 톤이 다르게 잡혔던 거예요. 하지만 감독님은 새로 찍은 걸 써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하하. 저도 음악 듣거나 TV 속 대화에서 위안을 얻을 때가 있어요. 여성분들이 그 회차를 보면서 공감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Q. 희수는 화가 나면 헝가리어로 말을 와다다 내뱉으며 웃음을 유발해요. 어린 시절 헝가리 유학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나요?
원래 희수는 화가 나면 테이블에 머리를 팍 박는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제가 헝가리에 살다 온 걸 알고 있었고, 차리리 헝가리어로 주 기도문이나 방언을 해 보라고 하셨죠. 감독님도 저도 기독교였거든요. 하하. 그래서 주 기도문, 방언, 랩 같은 걸 몇 가지 준비했어요. 중간에 했던 유행했던 랩은 1990년도에 굉장히 센세이션 했던 그룹의 랩이에요. 그 안에 슈퍼우먼이 있어서 회차와 맞다고 생각했죠. 리듬감도 있었고요. 하하.
Q. 과거 한수연이 헝가리 유학을 갔던 건 클래식 음악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후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다면?
엄마는 성악, 언니는 바이올린, 저는 피아노를 했어요. 헝가리가 그때만 해도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바뀔 때여서 한국 사람이 많이 없었어요. 낯선 나라고, 외로운 마음에 영화관을 많이 다녔고 자연스럽게 배우에 대한 로망이 생겼어요.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영화광이었죠. 하하. 그러면서 꿈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Q. 지난 2006년 영화 '조용한 세상'으로 데뷔한 이후,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활약 중이에요. 각각의 매력은요?
영화는 호흡이 길어서 더욱 디테일하고 심사숙고하게 임할 수 있고, 드라마는 피드백이 빨라서 마치 연극처럼 관객과 바로 호흡하며 에너지를 주고받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때때로 저는 어떤 호흡이냐에 따라 생활 환경 등을 제한하기도 해요.
Q. 12부작으로 이뤄져 아쉬워하는 시청자들도 있어요. 시즌2에 대한 계획은 없을까요?
시즌2는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바라는 부분일 거예요. 저도 팬분들이 원하셔서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언젠간 또 있을 거 같아요. 내부적으로도 "이런 현장, 이런 스태프면 평생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어요. 제에게 늘 놓지 않은 작품으로 남을 거 같아요.
Q. 한수연의 배우로서의 목표는요?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그래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최선인 거 같아요. 뻔한 답변일 수 있지만 이게 정답인 거 같고요. 앞으로도 좋은 사람으로 건강하고 바르게 사는 모습 보여드릴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