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신성록 ② '퍼퓸'부터 '배가본드'까지, 겨울에는 뮤지컬로

2019-07-30     오지은 기자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배우 신성록에게 드라마 ‘퍼퓸’은 도전이었다. 첫 로맨틱 코미디였고, 랩을 하듯 쏟아내는 많은 대사량까지 쉬운 것 하나 없는 작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신성록은 서이도가 되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냈고, 어색함 없이 완벽하게 소화했다. 신성록이 아닌 ‘퍼퓸’ 서이도는 떠올릴 수도 없을 정도의 100% 싱크로율이었다.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퍼퓸'에서 신성록은 천재 디자이너 서이도를 연기했다. 서이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디자이너지만, 이면에는 52종의 공포증과 35종의 알레르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섬세한 성격을 지닌 인물. 까칠한 듯 보이지만 사실 한 여자를 29년간 사랑한 순정남이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수줍은 소년이 됐고, 특히 “있잖아. 내가 너를 사랑해~”라며 귀여운 애교송을 부르는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의 심장을 뒤흔든 명장면이 됐다.

그동안 악역으로 주목받았던 신성록의 재발견이었다. ‘정말 이 작품이 신성록의 첫 로맨틱 코미디였나?’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서이도 그 자체가 되어 어느 때보다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신성록과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제니스뉴스와 만난 신성록은 캐스팅 이슈부터 엄청난 대사량까지 고된 촬영에 지친 모습이었으나, 주연으로서의 책임감, 연기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첫 로맨틱 코미디였음에도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 속에 극을 마친 신성록과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 1편에 이어

Q. 신성록은 어떤 사람인가? 그동안 했던 역할 중 가장 신성록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다면?
없는 것 같다. 전 내추럴한 사람이다. 웃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이코패스도 아니다. 하하.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내추럴 그 자체다. 

Q. 작품의 성격이 일상에 영향 끼칠 때도 있나?
그렇진 않다. 처음 배우가 됐을 땐 ‘나도 메서드 연기를 해야지’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저랑은 잘 안 맞는 것 같다. 하하. 그저 최대한 그 인물을 표현하려고 하는 거지 일상에 영향을 주는 메서드 연기까지는 아니다.

Q. 연기 외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게 있다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연출이나 카메라 워킹이 궁금하다. 아무래도 직업이 배우다 보니까 관심이 가는 것 같다. 못 보던 장비가 있으면 궁금하고, 장비의 특성을 알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파악이 된다. 할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다. 

Q. 남은 2019년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지?
일단은 쉴 예정이다. 제가 허리 수술도 두 번 받고, ‘황후의 품격’ 때 발가락을 다쳐서 과격한 취미를 하기 힘들다. 또 ‘배가본드’ 방송이 9월이다 보니까 새로운 드라마에 들어갈 수도 없어서 쉬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휴식에 익숙한 사람은 아니지만 일단은 쉬면서 자연인처럼 보내려고 한다. 하하. 그리고 아마 겨울쯤 뮤지컬로 찾아뵐 것 같다. 

Q. ‘배가본드’ 촬영은 어땠는지? 1년 동안 촬영했다고 들었다.
저는 즐거운 경험이었고, 여전히 그립다. 촬영 기간이 길다 보니까 정도 많이 들었다. 저는 모로코만 갔지만, 포르투갈, 마라케시에서 광대한 그림들을 많이 담았다. 원래 1년을 예상한 건 아니었는데 더 좋은 모습을 담기 위해 그렇게 된 것 같다. 모두가 만족한 작품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Q. ‘배가본드’ 속 신성록은 어떤 모습인지?
저도 아직 못 봐서 잘 모르지만, 악역은 아니고 냉철한 캐릭터다. 국정원 팀장인데, 자신의 소신이 강한 친구다. ‘퍼퓸’이나 ‘황후의 품격’과는 완전히 다르다. 걱정도 된다. 악역은 악역이라는 강한 특징이 있는데, 이번 캐릭터는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심리적으로 흘러가는 인물이라 어려웠다.

스태프들이 캐릭터 연출을 워낙 탄탄하게 만들어줘서 보다 편하게 작업했던 것 같다. 코믹 요소를 살짝 넣으려고 하면 “캐릭터 붕괴라 안 된다”고 냉정하게 말해주셔서 잘 조절할 수 있었다. 제가 했던 역할 중에 가장 멋있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Q. 사전제작이라 다른 점도 있었을까?
‘퍼퓸’은 캐스팅 이슈가 있어서 촬영을 늦게 들어갔다. 그래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는데, 사전제작은 그런 문제가 없다는 게 좋은 것 같다. 다만 방영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 단점인지 장점인지 잘 모르겠다. 하하. 지금은 사전제작이라는 시스템이 정착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저도 처음이라 어떤 게 더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Q. '황후의 품격'부터 '퍼퓸' '배가본드'까지 올해에만 세 작품이다.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가 있나?
저는 쉬는 게 더 힘들고, 오랜만에 무대에 나가면 더 떨린다. 무뎌지면 회복하는 것도 오래 걸린다. 또 운이 좋게도 제안이 계속 들어오기도 했다. 또 연기하는 게 제 삶이고, 칼이 무뎌질까 두렵고, 그렇게 하다 보니 세 작품이 돼버렸다. 하하.

Q. 데뷔 이후 꾸준히 활동해왔다. 신성록이 사건사고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조심성이 많은 스타일이라서 위험한 건 아예 안 한다. 번지점프같이 기분 전환을 위한 액티비티도 절대 안 한다.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행동을 충동적으로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Q. 겁이 많은 편인가?
굉장히 현실적인 인간이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서 ‘죽기 전에 이런 건 꼭 해봐야지’라는 게 없다. 단순히 지금 당장이 중요하고,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 즐기기 위해 사는 건데 그 행복을 미루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금 불행하고 나중에 행복한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Q. 배우로서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저만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신성록을 떠올렸을 때 특정 색이 떠오르는, 독특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