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희의 뮤-직썰] 무너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 앞으로 어쩌나

2019-08-28     변진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시청자들의 선택’을 타이틀로 내걸고 환심을 샀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져버렸다.

Mnet은 그간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강세를 보여왔다. 과거 ‘슈퍼스타K’를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을 열었으며, ‘보이스코리아’로 보컬 리스트들의 설 자리를 마련했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 등으로 힙합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

지난 2016년부터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힘을 실어 ‘프로듀스101’을 선보여 흥행에 성공했고, 올해까지 시즌4를 거듭했다. ‘프로듀스101’와 결이 비슷한 ‘소년24’, ‘아이돌학교’ 등이 Mnet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Mnet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JTBC ‘믹스나인’, ‘KBS2 ‘더유닛’, MBC ‘언더나인틴’ 등이 유사 프로그램이 나오기는 했으나 ‘프로듀스101’만큼의 화제성과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렇게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선보인 ‘프로듀스X101’에서 투표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Mnet은 지난달 19일 방송된 파이널 생방송 경연에서 국민 프로듀서들의 유료 문자투표로 데뷔조 엑스원(X1)을 선발했으나, 이 과정에서 1위부터 20위까지 연습생들의 득표수가 특정 숫자(7494.442)의 배수라는 점이 지적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Mnet은 집계 및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을 뿐,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한 국민프로듀서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결성해 제작진을 고소했으며, 바른미래당 하태경 국회의원은 “Mnet의 추가 해명도 믿기 어렵다. 수학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순위가 뒤바뀌었을 가능성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Mnet의 추가 해명은 오류 투성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과 관련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경찰은 제작진의 휴대전화에서 조작을 언급한 녹음 파일을 입수해 조사 중이다. 이를 통해 ‘프로듀스101’의 다른 시즌과 ‘아이돌학교’에 대한 조작도 언급한 것이 알려졌고, 경찰은 CJ E&M 사무실과 제작진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상황이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을 적용해 제작진의 의견 진술을 듣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엑스원은 데뷔를 강행, 지난 27일 새 앨범을 발매하고 프리미어 쇼콘을 개최했다. 조작이든 집계 발표에 대한 실수가 있었든, 꿈을 위해 노력한 엑스원은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승우는 “엑스원을 사랑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팬분들을 위해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앨범을 열심히 준비한 이유도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때문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씻어내고 싶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더불어 Mnet은 기획했던 걸그룹 컴백 대전을 그리는 ‘퀸덤’을 예정대로 론칭했다. 조욱형 PD는 프로그램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와 관련해 지난 26일 제작발표회에서 “마지막 생방송 때는 문자투표 참관인을 둬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사전 경연에 대해서는 원자료를 보관하고 필요시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프로듀스X101’과 동일한 문자투표 집계 업체를 사용하나?”라는 물음에는 “어떤 의혹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공개를 하려고 하고 있다. 업체의 경우는 문제를 배제하고자 하며, 생방송이 아직 남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염두하고 있겠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물론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우선은 ‘프로듀스X101’에 대한 문자투표 조작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밝혀져야 할 것이며, 향후 엑스원의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겠다. 또한 Mnet이 계속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라면, 공정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