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타짜: 원 아이드 잭’ 박정민 ① “‘타짜2’ 오디션,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어요”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배우 박정민이 영화 ‘타짜’ 시리즈 세 번째 주역으로 스크린을 찾았다. 전작의 결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박정민이 선보일 수 있는 연기로 러닝타임을 꽉 채웠다.
그간 박정민은 여러 색의 모습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영화 ‘들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이준익 감독의 ‘동주’에서 송몽규로 분하며 세밀하면서도 폭발적인 감정을 완벽히 표현했다. 이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사바하’ 등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연기 소화력으로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박정민은 한층 더 강렬하고 날것 그대로의 캐릭터로 변신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타짜 도일출로 분한 그는 카드 셔플부터 시작해서 관객의 몰입을 이끄는 감정 연기까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것을 영화에 담았다. 또한 류승범, 윤제문 등 한 연기 한다는 대선배들과의 합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인생을 바꿀 포커판에 뛰어든 타짜로 변신한 박정민을 지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타짜: 원 아이드 잭’부터 배우 박정민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은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Q.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처음 볼 때는 사실 전체적으로 파악이 잘 안 돼요. 전 이미 내용을 아니까. 내용을 모르시는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고요. 배우들은 다 만족하고, 승범이 형님도 좋아하시고 축하한다고 말씀도 해주셔서. 저희끼리는 좋았습니다. 하하.
Q. ‘타짜’ 전작들의 반응이 워낙 좋았어요. 이번 작품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촬영하면서 그런 걱정을 많이 덜어놨어요.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매일 만나서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니까요. 오히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할 때, 그리고 지금이 많이 부담돼요. 어떻게 보실까 궁금하고요. 그래서 괜히 고민하다 보니까 촬영할 때 힘들었던 걸로 착각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촬영할 때는 정말 재밌게 잘 찍었거든요. 그 정도의 현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동적인 부분이 많아요.
Q. 지난 ‘타짜’ 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았던 부분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비슷한 것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봤는데, 굳이 선배님들이 하신 좋은 걸 피해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저 나름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타짜’라는 영화를 찍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입이 된 건 있을 거 같아요. 그게 뭐라고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타짜’라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있는데, 너무 벗어나면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선을 지켜가면서 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Q. 전작 시리즈 중에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다 좋아하는데 ‘타짜 - 신의 손’에서 곽도원 선배님이 정말 좋았거든요. ‘와, 저 사람 정말 나쁜 사람이구나’ 싶어서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첫 등장의 앵글도 그렇고. 완전 반했죠. ‘타짜’는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하는 분들이 많고요.
Q. ‘타짜 - 신의 손’ 오디션도 지원했다가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오기가 생겼을 거 같아요.
그때는 당연히 떨어질 줄 알고 있었어요. 하하. 연기도 너무 못 했고, 의욕도 크게 있던 거 같지는 않아요. 오디션장을 나오면서 ‘이 영화는 안 됐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어요. ‘타짜 - 신의 손’ 오디션을 봤다는 것도 이번 영화에 캐스팅 됐을 때 인식 못 했어요.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아차 하고 생각나더라고요. 그랬던 사람이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게 됐다는 사실은 기분이 좋죠. 뿌듯한 마음은 있어요.
Q. 주변 만류가 컸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타짜: 원 아이드 잭’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이유는 잘 생각이 안 나요. 감독님을 만나 뵙기 전까지는 시나리오로만 판단해야 하는데, 제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주변에서 너무 많이 말려서 "안 해야 될 거 같습니다"라고 했는데 너무 후회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전화해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보류하고, 제 자신을 돌아봤죠. 그 다음에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해보니까 후회는 없어요.
Q. 주연배우로서 이번 ‘타짜: 원 아이드 잭’이 가진 미덕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가장 큰 변화는 현실성이라고 생각해요. 사건들은 일상생활에서 보기 힘든 사건이지만, 그 사건으로 빨려 들어가는 주인공은 현실에 있을 법한 고시생이죠. 그런 것들이 현재와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어서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타짜’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나 문법이 있는데, 영화는 그 안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따라가요. 팀플레이로 움직인다던지. 그 관계성에서 이뤄지는 사건 같은 것들과 유쾌하고 재미있는 부분을 내세울 수 있지 않나 싶어요.
Q. 도일출이라는 캐릭터로 튀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균형을 잘 잡는 느낌이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도일출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니까,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할 때만 하자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나온 거 같아요.
Q. 영화에는 일출이 도박에 빠지는 계기가 나오지 않아요. 어떻게 생각하고 찍으셨어요?
도일출이라는 친구가 열등감이 굉장히 심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카드를 몇 번 치다보니까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겠죠. 사설 도박장에 가면서 체크하고요. 일출을 흙수저로 대변했잖아요. 본인의 열등감을 포커판에서 채우려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카드 일곱 장 들고 금수저나 흙수저나 치는 건 똑같다”는 대사가 있고요. 그 공정한 게임에서 우월함을 체크하다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고, 거기서도 카드 일곱 장 들고 치는 게 다 똑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했어요.
Q. 박정민 씨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공정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울분이 있나요?
울분까지는 아닌 거 같아요. 비교적 공정해지고 있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아직 공정하지 못하죠. 어느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얼마나 고쳐나가려고 노력하느냐가 사회가 건강해지는지의 문제인 거 같아요.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까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Q. 류승범 씨에게 직접 편지를 썼다고 했어요. 권오광 감독님이 시킨 건지, 자의였는지 궁금해요.
100% 자의였는데, 승범이 형님께 같이 영화를 찍고 싶다는 편지가 아니라 팬레터였어요. "당신을 보면서 꿈을 키웠던 어린 학생이 이렇게 영화배우를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요. 제가 류승범 선배한테 같이 영화를 하고 싶다고 보내는 건 매우 건방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Q. 어떤 영화의 팬이었나요?
선배님이 나온 영화는 다 봤어요. 특히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고요. 이전까지는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분이거든요.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그때는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Q. 같이 촬영하면서 본 류승범 씨는 어땠나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선배였죠. 선배라는 존재는 다가가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승범 형님은 먼저 다가와주시고, 그래서 저도 다가가게 되고. 졸졸 쫓아다녔어요.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카메라 뒤에서 승범 형님이 절 대해주시는 것들이 너무 감동적이었고, 많이 힘이 됐어요. 이 영화를 하신다고 하셨을 때부터 지원군 한 명이 생긴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만나 뵙고 나니까 더 큰 힘이 되어주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