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해ZU] 디지털 디톡스 ③ 3주 차, 스트레스받을 바엔 중독으로 살겠어요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세계적으로 디지털 중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핸드폰이 없으면 불안감이 생길 정도로 강한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등장한 게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마지막 3주 차다. 마지막 도전은 '하루에 핸드폰 사용 시간을 2시간 이내로 줄이기'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핸드폰과 붙어있었기에 절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실패다. 필자는 3주 차 도전을 시작하고 일주일도 안돼 체험을 포기해버렸다. 성공과 실패를 넘나들었던 디지털 디톡스 마지막 주 체험 후기를 지금 바로 공개한다.
▼ 17일-18일 차,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뜻으로, 오래전부터 항상 마음에 품고 다녔던 말이다. 이걸 디지털 디톡스에 써먹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만큼 디지털 디톡스 체험은 필자에게 쉬운 게 아니었다. 특히 3주 차 체험이 시작됐을 땐 위기를 느꼈다. 하루에 핸드폰을 2시간 만 사용하라니. 출퇴근 시간만 합쳐도 2시간이 넘는데, 어떻게 하루에 2시간만 사용할 수 있을까?
그래서 오랜만에 종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평소 책 읽는 걸 좋아하며, 서점에서 종이 책을 사는 것도 즐긴다. 그러나 전자책에 빠진 이후부터 종이 책은 멀리하게 됐다.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핸드폰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서점에서 작은 책을 하나 샀다.
디지털 디톡스 18일 차,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넣고 책을 꺼내 들었다. 터치 한 번에 책장이 넘겨지는 전차책과는 다르게, 한 손으로는 책을 받치고 한 손으로는 책장을 넘기는 종이 책이 낯설었다.
오랜만에 읽는 종이 책은 흥미로웠다. 손에 감기는 느낌도 새로웠고, 전자책에 비해 많은 삽화가 재미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위해 두 손이 필요했기에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중심 잡기가 어려웠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출퇴근을 책과 함께했고, 업무를 보면서도 최대한 핸드폰을 자제했다. 직업 특성상 SNS 관리가 필요했는데, 가능한 PC로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디지털 디톡스만 생각했던 18일 차, 드디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었다. 바로 하루 핸드폰 사용량을 2시간 21분으로 줄인 것. 하루 12시간 이상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기에 매우 놀라운 결과였다. 왠지 마지막까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 19일 차, 망했다
위기의 시작은 금요일 오후였다. '디지털 디톡스가 끝나면 SNS에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사진들을 보던 중 좋지 않은 일로 갑자기 큰 스트레스를 받고 됐고,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핸드폰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 화가 났고, 결국 힐링을 위해 잠깐 만졌던 핸드폰이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되고, 그렇게 6시간을 꽉 채워버렸다.
3주를 목표로 했던 디지털 디톡스는 종료까지 이틀을 남겨두고 완전히 실패했다. 물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한 체험이었으나, 핸드폰 사용 시간이 기존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이제는 할 일이 없을 때 괜히 SNS를 뒤적이지 않고, 화장실을 갈 때 핸드폰을 찾지 않는다. 비록 실패했지만, 디지털 디톡스가 필자의 일상에 좋은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