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MC 하루, ‘인싸’ 오락부장에서 ‘노력파’ MC가 되기까지

2019-09-10     변진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진행 잘하는 MC가 되고 싶어요. 지금보다 일을 더 많이 하고 싶고,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고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로 누군가에게 행복이 됐으면 해요. 자랑스러운 남편, 아들, 친구가 되고자 노력할 거예요”

MC 하루는 요즘 가요 기자들이 가장 많이 만나는 MC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올해만 무려 우주소녀, 인피니트 장동우, 정세운, 김성리, 유승우, 러블리즈, 빅플로 의진, 애런, JBJ95, 로켓펀치, 몬트, 하유비 등 수많은 미디어 쇼케이스의 MC를 맡아 진행했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MC 하루를 제니스뉴스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이날 또한 멜로디데이 여은의 솔로 데뷔 미디어 쇼케이스 진행을 잘 마쳤으며, 이후 제니스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여은 씨랑은 처음 뵙는 거라 우선 미리 신곡 ‘싸운 날’을 많이 들어봤어요. 오늘 진행을 해주실 분이 노래를 다 알고 있으면 반가워해줄 거고, 긴장도 풀릴 거라 생각했죠. 혼자 하는 쇼케이스가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풀어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거 같아요”

학창시절 MC 하루는 요즘 말로 ‘인싸’였다. 초등학생 때는 오락부장을 놓친 적이 없었고, 전교 응원단장도 맡아서 해왔다. 친구들이 쓴 롤링페이퍼에는 항상 ‘나중에 커서 개그맨이 돼라’, ‘계속 오락부장 해달라’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였다고.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MC를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던 그가 본인의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진 시점은 고등학생 때부터인데, 당시 만난 친구 ‘가수 이창민’이 큰 영향을 미쳤단다.

“사실 가정 형편이 좋지는 않았기 때문에 제가 학비를 벌어서 대학을 다녀야 하고,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진로를 정해야겠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어요. 이창민이 같은 반 친구였는데 2학년 때부터 갑자기 가수로 진로를 정하더라고요. 반장이었고, 공부를 꽤 하고, 영어도 잘하는 친구였는데 어느 날 ‘나는 노래를 하겠다’라고 결정을 하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확실하게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를 좋아해서 대회에 나간 적도 있는데,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성대결절이 심하게 오기도 했어요. 노래는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MC라는 직업이 메리트가 있을 것 같다고 느끼게 됐어요. 내가 서브의 역할이지만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고, 사람들이 즐거워해주는 직업이니까요. 결과적으로 서울에 있는 레크레이션과가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게 됐죠”

일정이 바쁜 날에는 주 3회 이상의 미디어 쇼케이스 MC를 맡기도 한다. 사실 신혼집을 부산에 마련한 MC 하루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서울에 올라오고, 필요할 경우에는 숙박을 하며, 일을 마치면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곤 한단다. 이동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지칠 법 하지만, MC 하루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쇼케이스를 이끌고 있다. 

“쇼케이스 진행을 맡게 되면 우선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먼저 받아서 봐요. 계속 차에서 듣고, 자기 전에도 듣고요. 제가 그 노래의 매력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하거든요. 대본에 적힌 말도 중요하지만, 제가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으면 좋으니까요. 그룹이라면 당연히 영상을 찾아봐요. 리얼리티 프로그램, 유튜브에 있는 직캠을 주로 봐요. 멤버들의 이름을 외우기도 해야 하니까요. 사전 준비를 잘하면 우선 아티스트가 반가워해주고, 저 또한 기자님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고요. 노래를 제대로 듣지도 않았는데 ‘노래 좋아요’라고 말하기엔 부끄럽잖아요”

물론 매번 주고받는 호흡이 좋은 아티스트를 만나기란 쉽지 않을 터다. 또한 좋지 않은 이슈가 엮여 있어 민감한 상황일 때도 있고, 신인의 경우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연하게 답변하는 게 쉽지 않다. 오랜 기간 준비한 신곡을 처음 선보이는 미디어 쇼케이스인 만큼 베테랑 아티스트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대비해 긴장하지 않고 물 흐르듯 쇼케이스를 진행하는 것이 MC의 몫이다.

“아티스트가 너무 긴장을 하거나 혹은 너무 업이 돼 있을 때, 불필요한 행동이나 말이 나올 수가 있거든요. 그런 상황을 항상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어요. 아티스트의 매력이 잘 발산될 수 있게 하는 게 저의 일이니까요. 저도 처음 미디어 쇼케이스를 맡게 됐을 때는 기자님들을 만난다는 생각이 떨리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기자님이 오늘 현장에 오신 이유가 무엇일지 고민해보게 돼요”

MC 하루는 최근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TV조선 ‘미스트롯’의 콘서트 MC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를 보고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TV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목표를 가졌다고. 나아가 이제는 가요를 넘어 영화, 방송으로 영역을 확장시키고 싶은 소망도 품게 됐다.

“영화 대사 외우는 걸 되게 좋아해요. 툭 누르면 대사가 바로 나올 수 있을 정도로요(웃음). 기회가 되면 영화 제작보고회 MC도 해보고 싶어요. 또 워낙 좋아하는 영화가 많으니까 배우분들과 하는 무비토크의 진행도 하고 싶고요. 드라마, 방송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MC 하루는 항상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한다. 본인의 시그니처 인사말처럼 ‘좋은 MC’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의 향후 목표는 무엇일까. 어떤 진행자로 대중에 기억되고 싶을지 물었다.

“진행을 잘하는 MC로 기억되고 싶어요. 저는 개그맨이 아닌 MC기 때문에 재미는 쇼케이스 진행에서 좋은 반찬 중 하나라 생각하고요. 만난 사람의 진지한 면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재료예요. 웃음이 필요한 대학 축제는 즐거움을 드리고, 미디어 쇼케이스는 노래와 아티스트를 적극 어필하고요. 아티스트가 긴장을 많이 한다면 풀어주려 노력하고요. 그런 진행을 잘하는 MC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