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두번할까요’ 이정현 “영화 덕에 결혼한 것 같아...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2019-10-15     마수연 기자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배우 이정현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테크노 여전사’일 것이다. 긴 머리를 비녀로 틀어 올리고, 새끼손가락에 마이크를 매단 채 높은 고음의 노래를 소화하던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남아 있다.

이처럼 가수의 이미지가 강한 이정현이지만, 그는 지난 1996년 영화 ‘꽃잎’으로 데뷔하며 배우로 연예계에 발을 내디뎠다.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묵직하고 진중한 연기력을 선보인 그는 지난 2016년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제36회 청룡영화상’, ‘제3회 들꽃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간 이정현이 작품 속에서 보여준 캐릭터는 무겁고 어려운, 그래서 관객들의 동정과 눈물을 자아내는 이미지를 가졌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무대와 예능에서처럼 밝고, 웃음을 유발하는 신선한 캐릭터를 만났다. 이정현은 영화 ‘두번할까요’를 통해 이혼식까지 감행한 이혼 후 뜻밖의 싱글 생활과 마주한 여자 선영으로 분해 엉뚱하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다. 

무척이나 염원했다는 코미디 장르로 스크린을 찾아온 이정현을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생애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 도전과 결혼 6개월 차 풋풋한 신혼의 행복함까지 모두 담긴 인터뷰 현장을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Q. 데뷔 후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어요.
항상 무겁고 어려운 연기력을 요하는 영화만 들어와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이 작품으로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가 처음 들어왔는데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받자마자 한 시간도 안 돼서 회사에 하겠다고 얘기했거든요. 그랬더니 회사에서 “너무 창피하니까 여섯 시간 후에 연락하자”고 했어요. 하하. 영화 현장도 정말 좋아하고, 현장에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도 좋아하는데,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잡는 게 정말 힘들었거든요. 이번 작품은 계속 즐겁게 있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Q. 그간 도전하지 않았던 장르인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코미디 영화니까 관객들을 웃기는 데에 충실하자고 생각하면서 영화에 들어갔어요. 가끔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마다 “우린 관객만 웃기면 돼”라고 하셨어요. 언론시사회 때 일반 관객들과 같은 상영관에서 함께 영화를 봤거든요. 상우 오빠하고 정말 긴장해서 “관객들이 웃어주시면 다행”이라고 그랬어요. 그랬는데 앞에 앉은 대학생분이 리액션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만 보고 있었어요. 하하.

Q. 선영은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예요.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구상했나요?
감독님이 저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밝고 4차원적인 모습을 보고 캐스팅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선영도 4차원에 밝고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라고 하셨죠. 제가 영화 ‘탐정’ 때 권상우 오빠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오빠를 떠올리면서 시나리오를 보니까 더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상우 오빠나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기게 하는 것만 집중했어요. 영화 속 상황도 현실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영화적이라고 받아들이면서 한 거 같아요.

Q.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한 채로 촬영했다고 들었어요.
저는 모든 현장에 갔을 때 첫 촬영에서 떨어요. 상우 오빠와 첫 촬영이 설렁탕을 먹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숟가락을 들고 손을 덜덜 떠니까 상우 오빠가 깜짝 놀라더라고요. ‘본인이 생각한 이정현의 이미지가 있는데 이렇게 떤다’면서요. 그래도 오빠가 성격이 좋아서 분위기도 잘 풀어주시고, 감독님과 스태프들도 좋아서 거기에 어우러져서 재미있게 촬영 잘했던 거 같아요. 항성 첫 촬영장이 떨려요. 새로운 시작이니까, 잘해야겠단 생각도 들고요.

Q. 독특한 설정을 가진 영화인데, 공감한 부분이나 유독 눈에 띄었던 장면이 있나요?
이혼식이라는 설정이 낯설기도 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코미디 장르에 충실한 영화구나’ 생각했죠. 강아지 결혼식을 하는 것도 코미디 영화니까, 사람들이 많이 웃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스트레스를 풀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결정한 거 같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스토리가 정말 재미있어서 한 번에 읽었어요. 중간에 끊어서 읽으면 안 하게 되는데, 이렇게 단번에 읽히는 건 하게 되는 거 같아요.

Q. 촬영을 시작할 때는 결혼 전이었고, 지금은 결혼했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와 영화를 볼 때의 마음이 조금 다를 거 같아요.
영화에 대한 느낌은 많이 다르지 않았는데, 현장에서의 마음이 달랐어요. 마음이 훨씬 편해지고, 이 장면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고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정말 좋더라고요. 

Q. 권상우 씨와 이종혁 씨 모두 가정에 충실한 배우로 유명한데, 결혼을 결심한 것에 두 분의 영향도 컸을 거 같아요.
오빠들의 영향이 정말 컸어요. 단체 톡방에 오빠들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사진도 계속 올리고, 아내에게 꽉 잡혀서 투정부리는 것도 정말 귀여웠거든요. ‘나도 이런 남편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누군가를 만나는 게 힘들어서 포기했다가, 오빠들을 보며 정말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 남편을 만나게 됐고요.

Q. 연애와 결혼으로 편해진 마음이 연기에도 도움됐나요?
마음이 편해지니까 촬영할 때 더 집중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이전에는 촬영 끝나면 할 것도 없고 외로웠는데, 이제는 촬영 끝나면 남편이 항상 기다려주니까 그런 점이 편안하고요. ‘제 옆에 사람이 있구나’라는 게 정말 좋은 거 같아요. 

Q. 이번에 웃기고 가벼운 캐릭터와 장르에 도전하게 됐는데, 감회가 남다를 거 같아요.
시사회 전에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안 웃으면 어떡하나’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웃으시니까 정말 신기했어요. 상우 오빠 붙잡고 다행이라고 말했죠. 시사회에서 실시간으로 관객 반응을 보니까 신기했어요. 매번 제가 나오면 사람들이 울었는데, 이번에는 다들 웃으시니까요. 그러니까 이제는 ‘관객들이 계속 웃으셔야 하는데’라는 걱정도 되더라고요. 많이 웃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Q. 지금까지 무겁고 연기력을 요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어요. 가벼운 연기에 대한 갈망도 있었나요?
그런 가벼운 작품이 아예 안 들어왔어요. 정말 다 어려운 역할이었어요. 연민을 자극하고 분장을 해야 하는 역할이었죠. 이번에 코믹 로맨스가 들어왔다고 해서 ‘제발 시나리오 재밌어라’하면서 읽었죠. 그래서 감독님께 정말 감사해요. 이런 역할에 저를 선택하셨다는 점이요.

Q. 어려운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부담감은 항상 있어요. 개봉 전에도 부담은 정말 크고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는데, 작품이 잘 안 되거나 흥행에 실패하면 배우 생활을 못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 개봉할 때마다 정말 힘들어요. 평가도 받아야 하니까요. 그래도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 사람들을 재미있게, 웃게 하는 걸 하나의 목표로 잡고 연기했어요. 

Q. 음악 활동에 대한 미련은 없나요?
아직 가수 은퇴는 안 했어요.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지만 부담이 많이 돼요. ‘다음엔 뭘 하고 나올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고요. 다음에는 마이크를 어디에 달 거냐고 하면서요. 하하. 너무 많은 기대를 하시는 거 같아서 망설이고 있어요. 하지만 은퇴한 게 아니니까, 언제든 좋은 기회가 있으면 가수로도 나올 수 있죠. 하지만 예전보다 나이를 먹어서, 이 나이에 댄스를 하기는 저도 보는 사람도 힘들지 않을까요?

Q.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요?
꼭 해야겠다는 건 없고요. 시나리오가 재미있다면 뭐든 하고 싶어요. 어떤 장르도 상관없고, 어떤 캐릭터도 상관없어요. 시나리오도 재미있는데 감독님의 확고한 의지가 느껴지고, 작품에 대한 확실한 생각이 있으면 작품을 선택하는 거 같아요. 앞으로도 다양하게 여러 가지를 하고 싶어요. 연기 아닌 다른 건 다 망할 거 같아요. 하하.

Q. 주로 스크린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안방극장에서 활동할 계획은요? 
드라마를 정말 하고 싶은데 대본이 안 들어와요. 드라마에서도 대본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요즘에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거든요. ‘SKY 캐슬’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곧 손예진 씨가 출연하는 드라마도 나오고, 볼 게 많아졌어요. 

Q. ‘두번할까요’가 이정현 씨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가요?
‘이번 영화 덕에 결혼했나?’ 싶어요. 그게 정말 좋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신랑을 만났고, 그래서 편안하게 배우 생활에 집중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뻐요. 외롭지 않고, 집에 가면 남편과 강아지가 항상 기다리고 있는 게 좋아요. 친구들도 남편을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착한 사람이라면서요. 

Q.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요?
아무런 생각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코미디 영화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실컷 웃고 가시면 좋을 거 같아요. 영화를 보고 오신 관객들에게 ‘재미있다’는 소리만 들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