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무한동력' 주호민 작가 ③ "만화만 가지고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웹툰이 문화 콘텐츠의 대세로 떠오른 것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영화, 드라마, 연극, 그리고 뮤지컬까지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나오는 것은 새삼스러울 일이 아니다. 덕분에 스타 작가도 여럿 생겨났다. 요즘엔 요리계에서도 스타 셰프를 넘어 셰프테이너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니, 머지 않아 웹툰 작가들의 TV 출연도 많아지지 않을까 라는 예상도 해본다. 그만큼 요즘 웹툰이 핫하다는 이야기다.
 
‘짬’ ‘신과 함께’ ‘무한동력’ 등 여러 작품으로 대중들에 게 호평 받은 주호민 작가는 앞서 이야기한 ‘스타 작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신과 함께’는 영화화가 결정 돼 ‘국가대표’(2009)의 김용화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차곡차곡 준비되고 있다. 또한 '무한동력'은 지난 2013년 웹드라마로 방영된 후, 지난 4일부터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뮤지컬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배우 박희순의 첫 연출작으로도 화제가 됐던 뮤지컬 ‘무한동력’은 서울의 옥탑인 한울동의 한 하숙집. 이곳에 대학을 막 졸업한 27세 취준생 ‘장선재’가 도착하며 시작된다. 하숙집에는 주인인 ‘한원석’과 그의 딸이자 하숙집에 실질적인 관리자이자 고3인 ‘수자’, 그리고 ‘수자’의 동생 ‘수동’, 무용과 중퇴생으로 온갖 알바를 하는 여성 ‘김솔’과 공무원 준비생 ‘진기한’이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무한동력기관’이 하숙집 마당에 자리잡고 있다. 주인 아저씨는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꿈을 가지라고 이야기하는 ‘무한동력’인 만큼 그간 참 많이 들었을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주호민 작가의 본래 꿈은 무엇이었을까?’였다. “어렸을 때 꿈은 만화에 관련 없는 것들이었어요. 작품에서 ‘선재’가 버스기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그게 저의 꿈이었어요. 정말 버스 기사가 되면 가족들 다 공짜로 태우고 다닐 수 있을 줄 알았죠. 만화에 재미를 붙이면서 중학교 때부터 만화가를 꿈꿨으니 결국 꿈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죠”

원작에서 선재는 예비군 훈련을 갔다가 친구를 만난다. 게임회사에 취직해있는 친구에게 선재는 “넌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참 좋겠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친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오히려 더 힘들다”는 뉘앙스의 답을 건넨다. 어쩌면 주호민 작가 본인의 이야기 아니었을까?

“제가 자주 듣는 이야기에요. ‘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해서 정말 좋겠다’는 말이요.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 그걸 계속 좋아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해요. 지금 전 만화책을 잘 못 읽어요. 옛날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말풍선만 봐도 ‘이게 왜 여기에 있을까?’ ‘이 연출은 무슨 의도일까’라는 분석을 자꾸 하게 되니까 예전처럼 즐겁게 안 읽히더라고요”

웹툰 작가라는 직업은 바쁜 직업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업 자체가 물리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고, 마감이라는 개념도 있다. 주간 연재의 경우 마감을 치고 뒤돌아보면 바로 다음 마감이 다가오는 이른바 ‘빡센’ 행군이다. 작가의 하루 일정이 궁금했다. “그래도 전 출퇴근도 있어요. 아침 일찍은 아니고 점심 때 일어나서 출근을 하죠. 마감이 있는 날은 밤새 그림을 그리다 아침 첫 차 타고 퇴근하는 경우도 있고요. 시나리오를 쓸 땐 탈고가 빨리 되면 빨리 퇴근하기도 해요”

책보다는 컴퓨터, 이제는 핸드폰이 편해진 시대다.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만화 또한 출판물에서 웹툰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웹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독자들의 ‘피드백’이다. 작품이 올라오면 수시로 댓글 달리고 평점이 올라온다. 업데이트가 늦어졌다 치면 악플은 물론 실시간 검색어까지 도배하기에 이른다. 

“피드백이 빠르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악평이나 악플 같은 것도 많이 올라오기 마련인데 연재처에서는 제어를 하지 않거든요. 온전히 작가의 멘탈로 감당해야 해요. 실제로 악플 때문에 정신병원을 내원하는 작가들도 있고요. 하여 마냥 좋다고만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어요. 레진코믹스 같은 경우는 아예 댓글이 없어요. 이 또한 장단점이 있어요. 어떤 작가는 벽에다가 연재하는 기분이라고도 하고요. 어떤 작가들은 만화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도 해요"

오바 츠쿠미와 오바타 타케시의 ‘바쿠만’이라는 일본 만화의 이야기를 꺼냈다. 작품은 만화가 지망생인 두 소년이 집영사의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를 하며 만화가로서 성공해 꿈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그 안에는 주간지 만화 작가의 생활이 담겨 있다. 특히 매 주 독자 앙케이트 조사를 통해 순위가 집계되고 하위권에 연속으로 머무는 작가는 작품을 내려야 한다는 건 그들의 삶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한국은 더 잔인해요. ‘바쿠만’의 앙케이트 같은 경우 그 순위를 작가들만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린 순위가 바로 옆에 떠있어요. 그것도 실시간으로요. 그 순위를 작가, 독자, 일반인까지 모두가 알게 되죠. 주변을 보면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별점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에요. 고료에도 약간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웹툰이 대중화되면서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여러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 시작이긴 하지만 만화 원작의 콘텐츠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옆 나라 일본을 본다면 행복한 꿈을 꾸어도 좋을 일이다. “물론 만화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만화가 드라마가 되고 영화가 되고 뮤지컬이 된다는 게 굉장히 좋을 일이죠. 아쉬운 건 만화 시장 자체의 자생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웹툰 시스템이 10년이 됐지만 유료화 서비스는 3년 전부터야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지금은 판권료가 원고료보다 많은 상황이에요. 만화만 가지고도 만화가들이 먹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확보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웹툰을 결제해 본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적은 비용에 놀란다. 실제 ‘무한동력’의 단행본 2권 분량을 보는데 들어가는 금액은 900원이다. 그나마 1화부터 55화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다. 이전 도서대여점 시절과 비교해봐도 만화책 2권에 900원은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다. 예전 ‘아이큐점프’ ‘소년챔프’ 같은 주간지 시절과 지금의 고료에 관한 차이점에 대해 물었다. 

“그 당시와는 돈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완전히 바뀌어있죠. 그 땐 원고료가 작업비의 개념이었고, 그 돈으로 만화를 만들어서 단행본을 팔아 수익을 얻는 구조였어요. 그래도 그 땐 대여점도 있었으니 만화를 그려서 단행본만 만들면 1만 권에서 2만 권 정도가 팔렸죠. 대여점만큼은 팔렸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만화책을 사본다는 시스템이 부족하니까 고료에만 의존해야 해요. 그래서 유료 서비스도 생기고요. PPL도 생겼고요. 예전에 만화가 돈을 내고 보는 영화였다면, 지금의 웹툰은 TV 같아요. TV 보는데 다른 비용을 지불하진 않잖아요. 하지만 시청률에 따라서 광고가 붙고, 그에 따른 수익을 내죠. 다시 보기는 유료이고요. 그런 부분이 비슷한 거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향후 작품의 색깔을 물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 냄새가 나는 그 색깔을 유지하기 바라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주호민 작가는 그 바람을 버리지 않는 다행스런 답변을 전했다. “계속 장르는 바꾸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그리기 때문에 공통적인 톤이 있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중복되는 장르를 그린 적이 없네요. 처음에 군대 에세이로 시작해서 드라마, 판타지, 지금 그리고 있는 걸 굳이 장르를 붙이자면 블랙코미디 같아요. 여러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제 색깔은 묻어 나올 것 같아요”

사진=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