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썰] 아이돌 밴드의 진화와 활성화? 과연 '갑툭튀'일까

2015-09-21     이소희 기자

[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아이돌 밴드에 대한 편견,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아이돌의 음악성에 대한 울타리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이 '아이돌 장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하면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이 향한다. 그 외의 장르라 함은 록과 힙합 등 다양한 것이 있지만, 특히 국내 가요 시장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밴드에 대한 벽은 높기만 하다. 하지만 최근 아이돌 밴드가 다시 부활하는 듯한 움직임이 보인다. 변신을 꾀한 원더걸스를 비롯해 기존의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엔플라잉(N.Flying)과 데이식스(Day6)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원더걸스가 밴드의 모습으로 3년 2개월 만에 컴백했다. 주로 댄스 장르를 소화하던 이들은 밴드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매일 지하 연습실을 오가며 악기를 익히고 합주를 연습했다. 놀라운 변신이지만, 대중들의 반응이 호의적인 편은 아니었다. '국민 댄스곡'을 유행시킨 장본인들이 '밴드'라는 새로운 영역을 침범했다는 느낌일까. 새 앨범 '리부트(Reboot)'에서 타이틀곡을 제외한 전곡을 자작곡으로 수록했음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아이돌 꼬리표'가 존재했다.

꾸준한 자작곡으로 실력을 입증해온 아이돌 밴드로는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가 있다. 이들은 데뷔 이후 꾸준히 자작곡을 발표하며 팀만의 고유한 색깔을 추구해왔다. 특히 FT아일랜드는 지난 3월 정규 5집 앨범 '아이 윌(I Will)'을, 씨엔블루는 지난 14일 정규 2집 앨범 '투게더(2gether)'를 발매하며 팀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씨엔블루는 앨범 발매와 함께 열린 쇼케이스 현장에서 "지금까지 '얘네가 밴드냐'라는 말에 일부러 억지로 맞춰 음악을 해왔다. 그렇지만 '투게더'는 가장 씨엔블루스러운 음악이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중들이 밴드를 판단하는 기준은 '리얼 사운드'. 이에 씨엔블루는 "이번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리얼 밴드스럽진 않지만, 실제 악기 연주와 섞이면서 좀 더 즐거운 곡이 되도록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용화는 "메이저 밴드와 마이너 밴드가 힘을 합해야 더욱 밴드 시장이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처음 밴드를 접하는 친구들에게 이쪽 방향도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싶었다"라며 생각을 밝혔다. '밴드'라는 틀 안에 생각을 가두기 보다, 좀 더 새로운 음악 그리고 즐거운 음악을 대중들에게 선사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 것이다.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싶어 하는 씨엔블루에게 부정적인 말을 던질 수는 없다. '진짜' 밴드 그리고 '진짜' 밴드 음악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밴드를 둘러싼 많은 대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아이돌 밴드는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밴드의 메카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는 엔플라잉을,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데이식스를 론칭했다. 가장 깜짝 놀랐던 것은 JYP가 원더걸스의 밴드 재편에 이어, 조용히 요란하지 않게 보이밴드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데이식스는 쇼케이스 같은 화려한 데뷔 신고식을 치르지 않았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게릴라 공연을 하고 음악 페스티벌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이와 같은 출발점에는 아이돌 밴드의 정해진 길을 걷지 않겠다는, 밴드로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박진영 프로듀서가 갑자기 밴드에 꽂혔나 보다' '이제 밴드가 트렌드인가 보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전부이진 않을 듯 하다. 모두가 음악의 다양성과 밴드의 진화, 활성화를 위해 조금씩 노력을 하고 있는 현상에 박진영 역시 동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돌 밴드에 대한 편견을 높인 데는 대형 기획사의 기획된 론칭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 또한 분명 존재한다.

대중들에게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질 높은 음악을 위해 싱어송라이터를 자처한다. 밴드가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에서, 생소할 수도 있는 '밴드'라는 뮤지션에 대해 한 번 더 관심을 갖게 만든다. 과연 이들이 정말로 갑자기, 그저 트렌드에 맞춰 밴드를 결성하고 밴드 음악을 생성해나가는 것일까? 편견을 버리라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다만 '갑자기 툭 튀어 나와서'라는 말로 수많은 아이돌 밴드의 노력을 일축하고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JYP, FNC, 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