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황금곰상 '택시' 부산 영화제 초청,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누구?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택시’가 부산영화제를 찾는다.
지난 2월 개최된 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택시’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택시’는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어 20년간 영화 제작이 금지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테헤란 시내에서 직접 노란색 택시를 몰고 다니며 승객들과 함께한 일상을 촬영한 로드멘터리다. 특별한 방식으로 촬영된 만큼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에 서있다는 평가다.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선택한 작품의 감독인 만큼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매우 화려하다.
1995년 또 한 명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시나리오를 작업한 첫 장편 '하얀 풍선'을 연출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았다.
이후 1997년 ‘거울’로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을, 2000년 ‘서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더불어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하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2003년에는 ‘붉은 황금’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시카고국제영화제 골든휴고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오프사이드’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2010년, 부정선거로 당선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퇴진 시위 과정을 영화로 만들다 체포 됐고, 결국 칸영화제 심사위원에 위촉되고도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칸영화제 기간 동안 그의 의자는 빈자리로 남아 있어 전 세계 영화인들이 그에게 보내는 응원과 지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후 20년간의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 집필 금지, 해외 출국 금지, 언론과의 인터뷰 금지라는 중형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2011년, 모지타바 미르타마숩 감독과 공동 연출한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를 발표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황금마차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
2013년에는 캄보지아 파르토비 감독과 함께 ‘닫힌 커튼’을 연출했고 이 영화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나는 영화감독이다. 영화를 연출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영화는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자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나를 방해할 수 없기에 나를 궁지에 모는 모든 강압에도 불구하고 창작에 대한 필요성은 더 간절해진다"
결국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2010년 이후 외부 공간에서 단독으로 연출한 첫 작품 ‘택시’를 통해 황금곰상을 거머쥐었다. 출국 금지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 대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어린 조카 하나 사에이디가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물론 영화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한편 자파르 파나히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벌써부터 예비 관객들을 흥분시키고 있는 <택시>는 국내 개봉에 앞서 오는 10월 1일 개막하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되어 첫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