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한복 디자이너 이혜미의 이야기 ① 20년간 매일 만진 우리 옷

2015-09-25     여혜란 기자

[제니스뉴스=여혜란 기자]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은 한복에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신(新)한복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최근 다녀온 한복 특별전에서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개성 있는 디자인이 현대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꼭 '추석을 맞아'라고 하고 싶진 않다. 20년 경력의 이혜미 한복 디자이너와 나눴던 한복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로웠을 테니까.

 

추석을 맞이해 아이돌 그룹 '제스트젯'이 '사임당 by 이혜미'의 한복을 입고 팬들을 만났어요.

최근 청소년들에게 아이돌 스타의 파급력은 대단합니다. 스타의 일상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고,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고 싶어 하죠. 그래서 변형된 한복이 아닌, 더욱 제대로 만들어진 한복을 입혀 우리의 한복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함께하게 됐어요.

곧 말레이시아를 방문하신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로 가시는 건가요?

한국관광공사 주관으로 열리는 국가 홍보 차원 한복 패션쇼를 위해 방문합니다. 사실 이달 초 말레이시아 마타 페어라는 곳에서 한복 패션쇼를 했었는데, 당시 현지 '국민모델'인 엠버치아도 제 쇼에 모델로 함께했어요. 이것이 말레이시아 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다시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사임당 by 이혜미'라는 곳은 어떤 곳인지, 대중과 한복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계신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선친이신 시어머니께서는 사임당이란 브랜드로 활동하셨고, 당시 3대 대통령 침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분들이 고객이셨어요. 사실 지금도 그 영향을 조금 받고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제가 경영을 하면서 시어머니의 후광이 아닌 제 이름을 걸고 '사임당 by 이혜미'로 굳건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한복은 주로 의뢰를 받아 디자인하기에 맞춤 형식으로 제작되고 있는데요. 사실 저는 요즘 '신한복'이라는 신개념 한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복이 더 이상 결혼이나 특별한 날에 입는 특수복이 아닌 일상복으로 자리 잡기 위한 활동으로, 한복적 요소를 패션과 접목시켜 고가의 맞춤 의상이 아닌 기성복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한복 제작(디자인) 과정에 대해 알려주세요.

한복에는 색이 80%를 차지합니다. 입는 분의 피부톤과 이미지에 부합하는 색을 조합해 디자인하고 계절과 트렌드에 맞는 소재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 또한 신체 구조와 이미지를 고려해 무늬가 있는 소재와 무늬가 없는 소재 등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 즉 금박이나 자수 등과 바느질 기법을 결정한 뒤 제작에 들어가요.

한복 디자인을 할 때 영감을 받는 곳이 있다면요?

영감은 시시때때로 받아요. 길을 걸을 때 피어 있는 꽃을 보고 받기도 하고, 좋은 음악이나 전시를 통해 받기도 합니다. 일상의 어느 것도 소홀히 여김이 없이 모든 것이 제 영감의 대상이죠. 그래도 꼭 집중해 디자인을 뽑을 때면 유물이나 우리 문화가 담겨있는 책이나 자료들을 찾아가며 영감을 받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실 한켠에는 많은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죠.

제작하신 한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복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10년 전부터 함께하는 친구, 판소리를 완창하는 최준입니다. 육체적으로는 자폐 장애가 있지만 판소리만큼은 최고의 소리를 내는 소리꾼이죠. 그의 옷을 지을 때면 소리와 함께 제 옷이 같이 어우러져 움직이는 것 같아 행복해요. 준이도 "선생님 옷은 참 예뻐요. 선생님은 멋있어요"하며 제게 항상 날개를 달아준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사진=사임당 by 이혜미, 제니스뉴스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