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안방극장] 검증 받은 영화가 온다 ② '천만, 그리고 사극' 왕의 남자-광해-관상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극장가 최고 대목 중 하나인 추석이 왔다. 올해에도 역시나 쟁쟁한 작품들이 극장에 결려 있는 상황. 일찌감치 추석 빅3로 분류됐던 ‘사도’ ‘서부전선’ ‘탐정: 더 비기닝’이 으르렁대고 경쟁중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치열한 시장이 있다. 바로 안방극장이다. 본래 명절 연휴엔 ‘특선 영화’를 골라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게다가 이번엔 추석 연휴도 짧다. 치열한 귀성전쟁 속에 온 가족이 모여 극장에 단체로 가기는 애매할 터다. 그래서 우리는 안방극장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TV에서 하는 영화는 필연적인 페널티가 존재한다. 바로 이미 개봉했던 영화라는 점이다. 이미 극장이나 IPTV 혹은 VOD를 통해 한 번쯤 봤던 영화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안방극장에선 준비했다. 바로 검증 받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 두 번, 세 번을 봐도 좋을 영화들을 대거 포진시키며 추석 관객들을 TV 앞으로 불러들일 예정이다. 과연 ‘이번 추석에는 뭘 볼까?’ 그 가이드 라인을 제니스 뉴스가 제시한다.
사극 첫 번째 천만 영화, 이준기 신드롬 : 왕의 남자
27일 오전 6시 40분 OCN
27일 오후 2시 15분 EBS
‘왕의 남자’(2005)
감독 : 이준익 / 출연 :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 이준기, 장항선, 유해진, 정석용, 이승훈, 최일화, 김의성 / 장르 : 드라마 / 배급 : 시네마서비스 / 상영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 타임 : 119분 / 개봉 : 2005년 12월 29일
시놉시스 : 조선시대 연산조, 광대 '장생'(감우성 분)은 동료 '공길'(이준기 분)과 보다 큰 놀이판을 찾아 한양으로 올라온다. 장생은 '연산'(정진영 분)과 그의 애첩인 '녹수'(강성연 분)를 풍자하는 놀이판으로 한양의 명물이 되지만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간다. 의금부에서 장생은 왕을 웃겨 보이겠다 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공길이 특유의 앙칼진 연기로 왕을 웃긴다. 이들의 공연에 흡족한 왕은 궁 내에 광대들의 거처, 희락원을 마련해 준다.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에 이어 세 번째 천만 영화에 등극한 '왕의 남자'는 사극으로서는 첫 번째 사극이었다는 의미도 갖는다. 이후 대한민국 영화계엔 사극 열풍이 일었고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관상'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 토대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0위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본래 8위였으나 올해 '암살'과 '베테랑'의 선전으로 두 계단 내려왔다.)
'황산벌'(2003)에서 사극 코미디를 연출했던 이준익 감독 또한 '왕의 남자' 이후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2010) '평양성'(2010), 이번 추석 개봉한 '사도'까지 연출하며 '대한민국에서 사극을 가장 잘 연출하는 감독'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왕의 남자'의 가장 큰 의미는 바로 배우 이준기다. '왕의 남자'는 개봉 당시 '이준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센세이션을 이끌었다. '공길'을 연기한 이준기는 여자보다도 예쁜 외모와 신인 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이준기는 방송계는 물론 CF계까지 섭렵한 후 병역을 해결하고 최근 MBC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냈다.
'왕의 남자'를 넘어선 천만 사극 : '광해, 왕이 된 남자'
27일 오전 6시 40분 OCN
27일 오후 2시 15분 EBS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감독 : 추창민 / 출연 :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장광, 김인권, 심은경, 김명곤 / 장르 : 드라마 / 배급 : CJ 엔터테인먼트 / 상영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 타임 : 131분 / 개봉 : 2012년 9월 13일
시놉시스 : 광해군 8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왕 ‘광해’(이병헌 분)는 도승지 ‘허균’(류승룡 분)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을 것을 지시한다. 이에 허균은 기방에서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이병헌 분)을 발견한다. 왕과 똑같은 외모는 물론 타고난 재주와 말솜씨로 왕의 흉내도 완벽하게 내는 '하선'.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간 '하선'은 가슴 졸이는 왕의 대역 생활을 하게 된다.
'왕의 남자'의 흥행 기록을 넘어서며 지난 해 '명량'(2014)의 등장 전까지 사극 흥행 1위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역대 흥행 순위에서는 현재 9위. 본래 7위였으나 '암살'과 '베테랑'의 흥행으로 두 계단 하락했다.
개봉 당시 '극장 몰아주기'라는 비난을 받긴 했지만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은 훌륭했다. 이병헌의 중후한 음색은 '왕'이라는 클래스에 힘을 실었고, 왕과 상놈을 오가며 보여준 1인2역의 체면을 따지지 않은 코믹 연기는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던 류승룡은 '광해'를 통해 천만 배우에 등극, 이듬해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의 흥행 신드롬에 초석을 닦았다.
'광해'의 흥행 비결에는 '올바른 군주'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이 큰 몫을 차지했다. 왕의 대역을 하게 된 '하선'은 백성의 입장에서 나라의 정책을 받아들였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의혹을 제기했다. 나아가 비록 대역이지만 왕의 지위를 이용해 틀린 부분을 바로잡고자 했다. 이에 그를 왕의 대역으로 세웠던 '허균'이 보여준 심경 변화, 그리고 '하선'에게 충성을 다하는 '도부장'의 모습은 관객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사극 최고의 블록버스터 캐스팅 : '관상'
26일 오전 0시 45분 SBS
26일 오전 10시 40분 OCN
27일 오후 10시 채널 CGV
‘관상’(2013)
감독 : 한재림 / 출연 :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김혜수, 김의성 / 장르 : 드라마 / 배급 : (주)쇼박스 / 상영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 타임 : 139분 / 개봉 : 2013년 9월 11일
시놉시스 :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 처남 ‘팽헌’(조정석 분), 아들 ‘진형’(이종석 분)과 산속에 칩거하고 있던 그는 관상 보는 기생 ‘연홍’(김혜수 분)의 제안으로 한양으로 상경한다. '연홍'의 기방에서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며 이름을 알리자 ‘내경’은 ‘김종서’(백윤식 분)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는다. 이후 ‘수양대군’(이정재 분)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된 내경은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점 하나로 바꾸려 한다.
2013년 개봉해 913만4586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연애의 목적'(2005) '우아한 세계'(2007)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충무로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 몰이를 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관상'의 매력은 소재의 참신함이다. 사람의 미래를 점치는 것이야 동서양을 막론하고 태고부터 내려왔던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사람의 생김새가 그 사람의 운명을 정하고, 관상을 조금 바꾸면 삶도 바꿀 수 있다는 설정 아래 단종과 수양대군의 역사적 사실을 절묘하게 접목했다.
좋은 이야기 안에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으니 영화의 만듦새가 훌륭함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송강호는 자신의 이름값을 해내며 영화의 중심을 확실히 잡고 있으며, '하녀'(2010) '도둑들'(2012) '신세계'(2012)로 충무로에 확고하게 자신의 자리를 구축한 이정재는 백윤식과의 라이벌 구도에서 자신의 카리스마를 마음껏 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