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썰] '시간차 공격' 줄세우기,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은 나뿐인가요?
[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대중가수들에게는 음악 방송 순위만큼 중요한 활동 평가 기준이 있다. 바로 멜론 엠넷 벅스 소리바다 지니 네이버뮤직 등 온라인 음악 사이트의 차트 랭킹. 쉽게 귀로 들을 수 있는 음원이 손으로 만져지는 앨범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명해진 사실이다. 그로 인해 음원의 순위를 따지는 차트의 성적이 ‘대중 가수 겉핥기’를 하는 데 묵직한 잣대가 되어버렸다.
일명 '줄세우기'라는 단어도 생겼다. 어떤 가수의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들 역시 차트 상위권에 줄줄이 랭크되는 성적을 말한다. 이는 컴백 혹은 데뷔를 하는 가수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성적이다. 더불어 대중들은 해당 가수의 노력이 깃든 곡들을 한 번 더 들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 앨범이 아니라, 각각의 앨범에도 적용되기 시작하며 점점 심상치 않은 낌새가 나타났다. 일명 '시간차 공격'의 등장이다.
아이콘은 지난달 15일 하프앨범 '웰컴 백(Welcome Back)' 타이틀곡 '취향저격'을 발매했다. 뒤이어 1일에는 또 다른 타이틀곡 '리듬 타'과 수록곡들을 공개했고, 이 음원들은 각종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채웠다. 이 하프앨범 '웰컴 백'의 수록곡들은 1일 오후 12시 10위권을 기준으로 벅스의 5개, 지니의 6개, 소리바다 5개 등 순위를 차지했다. 먼저 발매된 '취향저격'의 순위가 내려갈까 싶었는데, 다시 치고 올라온 격이다. 게다가 내달 2일에는 '웰컴 백'의 풀앨범이 발매된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M' 'A' 'D' 'E' 총 네 개의 앨범을 발매한 그룹 빅뱅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약간의 텀을 두고 일명 '시리즈 앨범' 활동을 펼쳤고, 해당 앨범의 수록곡들은 발매되는 즉시 음원 차트 상위권에 랭크됐다. 빅뱅의 앨범은 각 앨범당 2개의 트랙이 수록돼 있어 음원 차트 10위권을 뒤덮지는 않았지만, 요 몇 달 간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차트 장기 집권을 했다.
뭔가 찝찝한 기분은 지울 수 없다. 한 가수의 여러 앨범이 끊임없이 발매된다면 분명 대중들은 그만큼 다양한 선택권 앞에 놓여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택을 할 수 있는 폭과 기회는 줄어든다. 음원 차트 상위권에 있다면 궁금해서라도 한 번 들어보는 대중의 특성상, 듣던 가수들의 노래만 듣게 되는 것이다. 산해진미가 잘 차려진 밥상 앞에서, 조미료만 달리해 똑같은 음식만 먹어야 하는 운명과도 같다.
실제로 아이콘이 하프앨범을 발매한 1일에는 가수 진주가 오랜만에 컴백했으며, 뮤지션계의 거장 이승환 역시 새 앨범을 발매했다. 완전체로 돌아온 그룹 러블리즈와 신인그룹 투포케이(24K)도 컴백했다. 하지만 음원차트에 눈에 띄는 것은 아이콘 앨범 커버 컬러인 빨간색뿐이다. '인지도와 음악성의 차이때문이 아니냐'라고 묻는다면 명쾌하게 답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다른 가수의 음악이 차트에 오를 틈새조차 주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시간차 공격'이 과연 대중의 선택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사진=벅스 및 지니 화면 캡처, YG엔터테인먼트, 드림팩토리, 조은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