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20년 관록의 밴드 YB, 함께여서 더욱 특별했던 성인식
[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올해로 데뷔 20주년, 스무살이 된 밴드 YB가 팬들과 함께 화려한 성인식을 치렀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YB 데뷔 20주년 콘서트 ‘스무살’이 개최됐다. 이날 YB는 약 180분간 총 24곡의 무대를 꾸미며 1000여 명의 관객과 호흡했다.
오프닝곡은 ‘박하사탕’ ‘잊을게’ ‘미스터리’ '물고기와 자전거’였다. 특히 ‘물고기와 자전거’ 무대에서는 리본 폭죽이 터지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이어진 순서는 멤버 박태희의 VTR. 이는 박태희가 직접 연출하고 대사를 짜서 제작했으며, 이후 공연 중간마다 각각의 멤버들이 개성에 맞게 직접 제작한 영상이 상영돼 공연의 보는 재미를 높였다.
데뷔 20년차 국민 밴드답게 관객과의 여유로운 호흡도 돋보였다. 노래 말미 ‘행복한 너’라는 가사로 마무리 지어지는 곡 ‘사랑 투(two)’를 부를 때, 보컬 윤도현이 뜸을 들이는 사이 관객이 그새를 참지 못하고 미리 불러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황스러울 법한 이런 해프닝에도 YB는 팬들과 웃음으로 넘기며 자연스레 진행을 이끌었다.
이날 공연에서 YB는 ‘꿈꾸는 소녀’ ‘상남자’ ‘반쪽게임’의 영어 버전과 ‘혈액형’ 러시아어 버전으로 무대를 꾸미며 다국적 밴드의 면모를 드러냈다. 비록 해석하기 어려운 언어였지만, 이들만의 ‘미치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특히 이어진 ‘토크 투 미(Talk To Me)’ 무대는 가장 하드(hard)하고 강렬했다. 무대에 앞서 윤도현이 “어려운 곡이다. 그렇지만 YB의 색이 많이 담겼고, 이로 인도하고픈 마음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YB의 공연은 강약 조절을 확실히 하는 훌륭한 짜임새가 있어,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모두가 일어나 뛰놀게 만들고 나서는, 가을 날씨와 어울리는 감성적인 어쿠스틱 무대를 꾸민 것이다. 보컬 윤도현과 기타리스트 허준은 첼리스트 이서연과 함께 ‘가을 우체국 앞에서’ ‘당신이 만든 날씨’ ‘요즘 내 모습’ ‘타잔’을 선보였다.
첼로와 함께 무대를 만든 것은 최초였으며, ‘가을 우체국 앞에서’와 ‘타잔’은 20년 전 데뷔앨범에 수록된 곡이어서 더욱 이번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또한 이들의 입담 또한 공연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키포인트였다. 특히 가수 타블로(에픽하이)와 케이윌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윤도현 솔로 발매곡 ‘요즘 내 모습’을 부를 때는 ‘도블로(윤도현+타블로)’와 ‘허이윌(허준+케이윌)’을 자처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어느새 공연의 끝은 점점 다가오고, YB는 마지막으로 팬들과 온 힘을 다해 미칠 수 있는 절정의 시간을 마련했다. ‘이 땅에 살기 위하여’ 무대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YB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흔들며 자리에서 뛰었다. 공연장의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거워졌고, YB는 ‘담배가게 아가씨’ ‘난 멋있어’ ‘정글의 법칙’ 무대를 통해 록의 진수를 보여주며 관객에 화답했다. 엔딩곡은 YB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신곡 ‘스무살’. 지난 20년을 회고하며 감동을 느끼기에 완벽한 선곡이었다.
진정한 마지막 순서인 앙코르 무대는 YB 대표곡 ‘사랑했나봐’와 ‘나는 나비’로 꾸며졌으며, 10대부터 시작해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은 막힘없이 따라불렀다. 모두를 사로잡은 국민 밴드라는 사실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특히 이 무대에서 YB의 수장 윤도현은 성심성의껏 멤버 소개를 했다. 그의 묵직한 중저음 목소리에는 해체와 재결합, 멤버들의 영입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난 시간을 함께 한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재즈 음악을 하다가 록 밴드에 들어와 고충을 겪었던 기타리스트 허준, 타국에서 사는 것도 힘들텐데 함께 해준 기타리스트 스캇 할로웰, 독특한 세계관으로 YB에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지만 오히려 멤버들을 흡수시켜버린 원년멤버 베이시스트 박태희, 이미 베테랑임에도 불구하고 연습이 없는 날에도 혼자 나와 드럼을 치다 간다는 드러머 김진원, 마지막으로 YB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장본인이자 정신적 지주 윤도현.
이들은 이미 어느 정도 수준, 아니 감히 평가를 내릴 만한 수준은 뛰어 넘었다. 윤도현의 연륜과 포스가 고스란히 묻어난 보컬과 멤버들의 현란한 악기 연주실력은 두말할 것 없다. 음향은 깨끗하고 선명했으며, 공연장 전체를 감싸면서도 귓가에 내리박혀 밴드의 리얼 사운드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시시각각 변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레이저는 록 밴드의 강렬함을 한껏 끌어올려줬으며, 각 멤버의 비중과 무대에 따라 섬세하게 조절된 조도와 조명 색깔은 공연의 디테일한 완성도를 높였다.
이렇게 단 2%조차 부족하지 않은 YB의 공연은 모두가 ‘함께’였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윤도현은 “솔로였다면 이렇게 못했을 거다. 밴드가 힘든 점도 있지만 밴드여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태희는 “한 나라의 밴드를 관객이 만들어준다는 걸 스무살이 돼서야 알았다”라는 말 한 마디로 함께 해준 팬들의 가치를 설명했다. YB는 이렇게 모두의 기운을 받아 마침내 성년이 되었으며, 이제는 또 다른 역사를 써나가는 일만 남았다.
한편 YB는 지난 15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스무살’을 진행했으며, 이로써 나흘간의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들은 부산 대구 창원 원주 김해 의정부 연천 성남 등 10여 개 도시를 돌며 연말까지 전국 투어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디컴퍼니